우여곡절 끝에 개인적으로 끄적인 졸작이 출판된 뒤로, 이것저것 고민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저를 괴롭힌 고민은 바로 [출판된 책의 퀄리티]였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퇴고를 조금 많이 합니다. 맨처음 1~2권을 출판할때는 대여섯번은 퇴고했으니까요.
그렇게 퇴고를 하다보니, 막상 출판된 저 자신의 책을 안 볼때가 많습니다. 원고로써 몇번이나 반복해서 읽다보니 막상 출판된 책을 받아도 읽을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이지요. 후속편을 쓰기 위해 바쁘기도 하고.
그런데 문득 시간이 나서 출판된 저의 책을 제가 읽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오탈자 때문입니다.
물론, 퇴고를 꽤 여러번 했는데도 오탈자가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욱이 문법 교정기도 완벽하지 않기에, 몇번이나 돌려봐도 오탈자를 못잡아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더욱 저를 부끄럽게 만들고 때로는 실망시키는 것은...[출판사에서 교정을 한 후에 생기는 오탈자]입니다. 예, 제가 지금 농담한게 아닙니다.
출판의 대략적인 과정을 말씀드리자면, 1.제가 출판사에 첫원고를 넘깁니다. 2.출판사에서 1차교정을 해서 보냅니다. 3.제가 1차 교정된 원고를 확인하고 재차 수정해서 보냅니다. 4.출판사에서 2차 교정을 해서 출판시킵니다.
여기서 문제는, [4.출판사에서 2차 교정을 해서 출판시킵니다]라는 부분입니다. 즉, 마지막에는 제가 확인하지 않고 그냥 출판사에서 교정해서 출판합니다. 저 조차도 2차 교정에 대해서는 책이 나온 뒤에야 확인합니다. 뭔가 좀 이상한 과정이지만, 여태껏 계속 그렇게 해왔습니다.
즉, 무슨 말이냐하면...제가 확인하지 않고 2차 교정을 하다보니, [원래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치명적인 오탈자]가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인물들간의 대화로 한 문단을 끝냅니다. 그리고 다음 문단에서 다른 주제로 다시 대화를 시작합니다. 당연히 이 두 대화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주제가 다르므로 한 줄 띄우거나 혹은 중간에 연결 문장을 집어넣어야하는데, 출판사에서 2차교정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그냥 [계속 대화가 이어지니까 쭉 붙이자]라고 생각한 것 마냥, 그냥 쭉 붙여버립니다.
...당연히 내용이 앞뒤가 안 맞게됩니다. 어색해집니다. 제가 읽으면서도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예, 정말 솔직히 말씀드려서...출판사에서는 출판하는 작품 하나 하나에는 별로 그다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하긴 어찌보면 그게 당연합니다. 하루에도 수십개를 찍어내는 판국인데, 작품 하나 하나에 신경쓸 여유는 없겠죠.
만약 애초부터 그 정도일 줄 알았다면, 차라리 제가 교정했을 겁니다. 실제로 제 졸작의 3권은 저 자신이 교정했습니다. 예, 이것도 농담이 아닙니다. 제가 교정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번에 출판된 3권을 읽어보니, 차라리 앞의 1~2권보다는 오탈자가 덜 했습니다.
안타깝지만,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지를 문학 작품이라고 여기거나, 혹은 정성을 들인 작품이라고 여겨주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돈을 벌어야하는 출판사에서도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하루에도 수십개는 쏟아지는 그저 그런 시간 때우기용 소모품으로만 생각합니다.
예, [견습무사]처럼 마케팅 실수로 인한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항의는 사치스러울 정도고, 오탈자 교정에 대해서 신경 써달라는 말조차 하기 힘들정도로 작품에 대해 신경쓰지 않습니다...
아무리 졸작이라고 하나, 저는 저 자신의 글에 애착이 많습니다. 졸작이라고는 해도 애정을 담아 쓴 졸작입니다. 하지만 이런 애정을 담은 작품이, 좋게 평가받지는 못하더라도 오탈자 때문에 부끄러운 일이 생기는 것에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그저 책을 읽거나 사주신 분들에게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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