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신은 철퇴를, 작가님은 제대를!
집필하시던 협객열전님의 군 입대로 인하여 잠시 연중을 경험하였던 마신의 철퇴가 재연재 되고 있습니다. 저도 잠시 문피아를 떠나 있었다가 얼마전에 발견하고는 기쁜마음에 추천합니다.
2. 작품의 구도
마신의 철퇴는 주인공 장우현이 마교로부터 잔혹하게 살해된 부모의 원수를 갚는다는 소위 복수물이지만 그 복수 역시 잔혹하여 악마가 되어버린 장우현의 이야기 입니다. 특별히 장우현이 정파 협객 행세를 한다는 점에서 '협의 가면을 쓴 마의 행보'의 구도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작품 초기 마교의 고문기술자들 모습에서는 호러영화 기법이, 장우현이 정파 협객 행세를 하기 위하여 여러 명숙들의 의심을 피해가는 장면에서는 스릴러의 냄새가, 그리고 장우현이 벌인 복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나름 추리물의 요소까지 어우러진 종합선물세트 느낌입니다.
3. 추천의 이유
2년 전에는 주로 작품 내용으로 추천하였는데, 요번에는 작품 내용은 직접 읽으시는 분들의 재미를 위해 줄이고 마신의 철퇴와 그 흐름을 같이하는 작품들의 문제의식을 되새겨보며 추천을 하고자 합니다.
1) 무엇이 선과 악을 가르는가?
최근 제가 나가이 고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도저히 소년만화물을그리는 만화가로 생각될 수 없는 잔인함과 악마적인 작품을 그려낸 작가! 심지어 저 어릴적 정의의 사도로 기억되었던 마징가 마저도 일본어로는 머신(machine)과 마신(魔神)이 모두 '마징'으로 발음되는 것을 이용한 이름이며, 마징가 모습도 당시에는 도저히 정의의 편으로 생각될 수 없는 모습이었다고 하더군요. (최근 리메이크 된 진마징가나 마징카이저 같은 작품들은 마징가의 악마적 측면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듯 합니다.)
이쯤에서 의문이 드는 것이, 대체 무엇이 선과 악을 구분지으며, 무엇이 천신과 마신을 구분짓게 되는 것인가요?
나가이 고의 원작을 각색한 진마징가를 보다보니 '거대한 힘을 지니게 된 인간은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다'는 식으로 그 1화에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악과 선은 같은 뿌리를 지니며, 오직 그 사용방법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고 보는 듯 합니다. 그래서 비록 마신의 모습을 한마징가라도 탑승자 코우지의 선택에 따라 신도 될 수 있다고 보는 듯 합니다.
마신의 철퇴 역시 '지옥탕 입구에 세 명의 악마가 있었다'는 본문의 표현을 통해 주인공 장우현이 악마라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장우현은 정파 협객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우현도 정의가 될 수 있을까요? 협객열전님은 선과 악, 정과 마를 어찌 구분 하실까요?
2) 악을 악으로 벌한다?
형민우 님의 프리스트, 언제부턴가 느린 연재주기에 완결되면 보겠다고 묵혀둔다는 것이 까맣게 잊어버린 작품입니다만 한국에도 베르세르크 같은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작가가 존재한다고 감탄하게 한 작품입니다.
마징가와 달리 모르시는 분이 상당하실텐데 핵심적인 구도는 인간을 불행으로 이끄는 악마의 행동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신에게 절망하여, 스스로가 악마가 되어 악마를 벌하겠다는 신의 사제(priest)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악으로 악을 벌한다'라... 마징가네요!
가 아니라 비록 대표적인 두 만화를 뽑은 것에 불과하지만,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선과 정의, 협에 대하여 삐딱한 시선을 보이는 작품들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최근 아는 형에게 악마를 보았다라는 영화의 간추린 내용을 들은바 있는데 직접 영화를 보지 못하였음에도 불구, 두려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오직 폭력, 잔혹으로만 정당한 대가가 되는 세상.
하긴, 어린 시절 봤던 영화에서는 범죄자가 재판에 가면 너무 편하게 처벌받는다는 생각에 사고를 위장하여 범죄자를 탈주 시키고는 추격하는 척 하며 사살한다는 내용을 봤던 듯도 싶은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이 함무라비 법전식의 사고 방식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찌 생각하시나요? 진정한 복수가 그저 용서하고 인내하는 것이라면, 무협소설 자체가 태어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협의가 실은 죄다 폭력에 불과하고 악행의 다름아니다고 보는 것 역시 기존의 무협관과는 거리가 있어보입니다.
협객열전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악은 오직 악으로만 벌하여질 수 있다고 보시는 것일까요? 그리고 우리가 무협에서 찾던 힘을 통한 협의는 사실 악마를 벌하는 악마의 다른 이름이였을까요?
(반쯤은 농담으로, 작가명이 협.객열전인데 작품명은 마.신의 철퇴라니 악마도 협객일지도 모른다는 미리니름spoiler인가요? ㅎㅎ)
4. 결언
협객열전님께서 이상의 작품들이 제시하는 문제의식에 대하여 '매우 의식하면서' 작품을 쓰셨거나 아니며 '무의식중에' 쓰셨거나, 일단 마신의 철퇴라는 작품의 구도상 작가님이 이상의 문제에 대한 자기 나름의 생각을 무협이라는 소재에 버무려 보여주실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여 저는 글의 진행이 매우 궁금해 지는군요.
그리고 추천은 작품의 첫인상과도 같은데,
제가 다소 지루하고 어렵게 설명하여 마치 마신의 철퇴가 지루하고 따분하게 묘사된 듯 하여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마신의 철퇴가 가지는 장르문학으로의 재미 역시 문제의식 못지않게 훌륭합니다. 무협+호러+스릴러+추리까지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하며 실제로 2년전에는 문피아 오늘의베스트, 선호작베스트 등에도 당당히 등재된 검증작품이니까요!
해서 여러분께 자신있게 추천하는 바입니다.
Commen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