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담란에 올라오는 글을 보고, 글을 읽는 독자이자, 나름 소설을 연재하는 글쟁이의 입장이 되어 개인적인 생각을 몇 자 적어 볼 생각입니다.
흔히 대여점에서 잘 나가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진 장르 소설에 대해 ‘양판소’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그 양판소 형식의 소설들은 독자의 기호에 맞는 소위 흥행 코드에 맞춘 글들입니다.
다만 문제라면 비슷한 형식의 글들이 넘쳐나자, 식상한 독자들이 푸념을 넘어 비명을 지르게 됐다는 것이죠.
심하게 말하는 분들 중에 그런 양판소 소설에 대해 ‘쓰레기’라는 말을 쉽게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런 글들보다 자신이 더 잘 쓸 수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 분도 있고요.
유명한 말이 있는데 조금 다르게 표현 하겠습니다.
“부족한 사람의 눈에는 부족한 것만 보이고, 뛰어난 사람의 눈에는 뛰어난 것만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남의 잘못이 크게 잘 보이기 마련입니다.
네, 물론 많은 분들이 아직 미숙하거나 부족한 글을 쓰고, 그런 글들이 책으로 나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인 것도 맞습니다.
비록 부족하지만 지금의 부족함이 미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저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성격이 무척 낙관적인 편입니다.
지금의 시장이 어렵다는 것에는 동의 하지만 분명 머지않은 장래에 달라지리라 확신 합니다.
장래에는 시장이 더 확대되어 부족한 글은 부족한 대로, 뛰어난 글은 뛰어난 대로 나뉘어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럴 근거를 대라면 또 말이 길어지고, 저만의 낙관이라고 할 수도 있기에 생략합니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유명한 말이지만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글을 씁니다.
또한 무엇이 부족한지 알기 위해 글을 씁니다.
그러면 왜 부족한 글을 쓰느냐.
지금은 부족하지만 글을 쓸수록 한 걸음씩 나아지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글은 한 줄을 쓰다가도 얻어지는 것이 있고, 한 권의 책을 쓰고 나서 얻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한 질의 책들을 내고서 또 얻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때로는 아주 조금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좀 더 많을 때도 있습니다. 그 결과 이전에 자신이 썼던 글이 못내 유치해 안타까운 미련으로 다가올 때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글을 쓰다보면 그렇게 적던 많던 한 걸음씩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한 계단 올라선 것 같은 작은 성취에 크게 기뻐합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결국에 가서는 성공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성취감도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인간은 살아가면서 성공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완성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신선함이 없는 글, 소위 양판소라 불리는 글들이 식상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독자의 흥미를 끄는 흥행 요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빠지면 양념 안 된 음식처럼 맛이 덜하고, 글로서는 재미가 덜하기 때문입니다.
푸념을 잠깐 하자면 제가 연재하던 글이 그런 요소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 결과 연재로도 별 인기를 끌지 못했고, 책도 죽을 쑤었습니다.
처음 생각에는 원래의 기획대로 권수를 다 쓰려는 혼자만의 욕심을 부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책의 권수를 많이 하려면 책을 낼수록 적자인데 글쟁이의 욕심만 채울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결론은 원래 기획한 내용을 줄여 권수를 줄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조기 종결이지요.
양판소 말씀하시는 분들께 묻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흥미의 요소가 빠진 글이 재미있겠습니까?
물론 ‘잘 버무리면서 참신하게’라는 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재생산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숲에 들어가면 한 가지의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낙엽이 쌓여 밑거름이 되는 역할을 하고 또 그 썩은 낙엽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많은 종류의 생명체와 불필요한 듯 보이는 잡초도 무성합니다. 우리는 숲의 나무만 보고 숲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위의 모든 것이 다 함께 살아가는 것을 숲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숲이 더 아름답고 무성해 지려면 불필요한 듯 보이는 많은 것들도 함께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지금의 문제가 불거진 이유를 저는 숲이 줄어들고 풍성함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시장이 축소되고 그로인해 벌어들일 과실이 적어지게 되면서, 좋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이 글 쓰는 것에 매력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어 계속 제자리에서 돌고 있기 때문이죠.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마무리로 가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재생산을 탓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팔리지 않는 책을 글 쓰는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독자에게도 권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의 권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걸러내고 외면해 주는 것입니다. 강조해서 하고 싶은 말은 ‘팔리지 않는 글이 책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작가들도 노력해야합니다.
그러나 되도록 탓하기보다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분발하라는 말과 함께 격려의 말을 같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글쟁이가 꿈을 파는 직업이라면 독자는 그 꿈을 함께 꾸어주는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글쟁이의 노력이 먼저인지 독자의 선택이 먼저인지 서로 선후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최종 선택은 늘 독자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글쟁이의 꿈을 같이 꾸어 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긴 글을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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