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성 있는 글, 세계관이 잘 짜여진 글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구조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각 종 베스트 글(무협,판타지만)들을 순위별로 내려오며 읽어봤습니다. 5편 넘기기 힘든 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취향에 맞지 않아서 그런 글들도 있지만, 기본적인 단어의 표현법도 잘 모르는 작가분들도 있고, 이글을 쓰면서 개연성을 신경썼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들도 있고.... 어느 정도 세계관을 정립하고선 쓰는 글인지, 갑자기 떠오른 심상하나만으로 글을 쓰는지 분간이 안가는 글도 있었습니다.
이런 글들이 각 종 베스트 상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글이야 심상하나만으로도 써내려 갈 수도 있고, 특정 소재와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로도 만들어 낼 수 있다지만, 독자들의 선호는 정말 많이 바뀌어 버린듯하다는 생각을 쉬이 버릴 수 없네요. (어쩌면 글을 보는 나의 눈이 편협하거나, 수준 높은 글을 알아보지 못하는 무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나마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장이 좋다거나, 구성이나 세계관이 좋다거나 한 글들은 어디 순위권에 껴 있는지 찾기도 힘들고. (이제 문피아에선 완전 매니악한 독자가 되버린듯.)
문피아 이용자의 대다수가 10대 20대 초반이라서,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선호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인 걸까요? 베스트 글들을 분석해본들이라면 쉽게 아실겁니다. 몇 가지 특정소재들이 특별히 인기가 있다는 것을요.
차원을 넘나들고, 환생하고, 과거로 회기하고 다 좋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재들이 거의 천편일률적이라 할 정도로 힘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만 쓰입니다. 전생의 기억이란 것이 어떤 인과관계를 만든다거나 필연적으로 주인공의 행보를 이끄는 사건으로 만들어 간다거나 하는 글의 구조적인 역할과는 관계없이 그저 내공심법을 알고 영약이 어딨는지 기억하는 것,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아서 선점한다는 것 등 방식만 바뀌었지 기연의 다른 이라 불리워도 무방하지 않을 소재로만 사용되는 모습입니다. 쓰기 쉽고, 읽기 쉬운 글들이 문피아에 가장 노출이 많은 자리를 선점하는 상황이 되는 것 같아 아쉽움이 있습니다.
하나의 짜여진 세계관을 만들고,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건과 인물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한달에 한권씩 출판할 수가 없지요. 그런데 정작 시장의 상황은 그렇게 몇 달을 고민해서 내놓은 글들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제가 보건데, 몇몇 작품들이 그러합니다. 그래서 아쉽고요.
힘을 어떻게 얻고, 쓰는가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은 글들의 상당수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글을 쓰는 작가들(글쓰기 실력이 좋은 작가들, 고민고민해서 책을 내어놓는 작가들)이 계속 무협, 판타지의 대여점 시장에 남아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문피아에 언젠가 리뉴얼이 된다고 하는데, 독자들의 취향을 잘 반영하는 작가뿐만 아니라, 글 쓰기 실력이 좋은 작가들도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을 주어야 하지는 않을런지 생각해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특정 취향을 가진 독자들도 자신이 원하는 글을 찾기 쉽도록, 접하기 쉽도록 만들어 주는게 이 바닥에 다양한 독자들이 남아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거라 봅니다.
저와 같은 취향을 가진 독자들이 맘에 드는 글 찾기가 어렵다고 느끼게 만드는 요즘의 문피아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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