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3 퇴고록
작성
10.02.15 00:13
조회
4,657

오랜만에 하드를 정리하려고 보다 보니깐

제목이 '이대론 끝낼 순 없어' 라는 글이 있더군요.

달랑 3페이지에 불과한 글인데...

문제는 이 놈이 다른 작가분이 쓴 글을 제가 다운로드하다가

끊긴 건지, 아니면 제가 옛날에 대충 쓰다가 포기하고 만 글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겁니다.

제가 쓴 것도 같고, 다른 분이 썼던 것도 같고...

제가 썼던 거면 걍 연재나 할까 생각 중인데...

그랬다가 만약 딴 님 글이면 전 죽었다고 봐야져 ㄷㄷㄷ...

그래서 문피아 고수님들께 질문 드릴겸 그 글을 올려봅니다.

------------------------------------------------

"...이대로 끝낼 순 없어."

피로 범벅이 된 옷 위로 끊임없이 뜨거운 피가 꿀럭꿀럭 나오는 상태에서도 청년의 눈은 이상하리만치 맑고 투명했다. 하지만 필시 마지막 생기를 짜낼대로 짜낸 최후의 눈빛이리라. 마치 회광반조(촛불이 꺼지기 직전 더욱 밝게 타오르는 것을 말함)처럼.  

"미안하군. 하지만 이것도 네 운명이다."

참으로 안타깝다는 듯이, 청년을 공격한 사내는 검을 치켜들었다. 한시라도 빨리 숨을 끊어주는 것이 청년을 위해서도 좋을 터였다.

"유언은?"

마지막 자비라도 베풀듯이 사내가 물었지만 청년은 말이 없었다. 사내는 머리 위까지 들어올렸던 검을 다시 늘어뜨렸다.

"........."

청년은 이미 죽어있었다. 방금 전까지 격하게 움직였던 탓인지 몸 안에 근육이 순간적으로 굳어버려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죽어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그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이렇게 죽는다는 것이 너무도 원통하다는 듯이.

"미안하다...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도 위선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랬다. 자신이 죽인 사람한테 죽여놓고 미안하다니. 이렇게 지독한 위선도 없을거다. 이러한 행동이 죽은 사람한테 오히려 모욕을 준다는 사실을 잘 아는 데도 사내는 사람을 죽일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칼 라이너 폰 지그문트 4세.

방금 사내가 자신의 손으로 보낸 청년의 풀 네임이다. 이름 가운데에 '폰' 이 들어간다는 것은 굉장히 고상한, 이를테면 고위 귀족, 혹은 왕족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청년에게 죄가 있었다면 왕족의 피를 타고난 주제에 세력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 자의든 타의든 왕족으로 태어난 이상 이 청년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너무 물렀다. 이 미쳐버린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적합한 인물은 아니었던 거다.

"나, 죽으면 지옥 가려나? 아님 좀 봐주려나?"

시답잖은 소리를 지껄이던 사내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문득 첫 살인이 생각났다. 그 때도 비가 내려 내 눈물을 닦아주었는데. 마치 위로해주듯이 말야. 하지만 이제는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만큼 살인에 익숙해졌다는 걸까, 하는 마음에 사내는 기쁜 것도 우울하지도 않은 이상야릇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비란 그런거다. 사람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그것이 봄날 숫처녀의 마음이든 살인자의 마음이던 간에.

"돌아가지."

천천히 몸을 돌리는 사내의 뒤로... 수많은 기사들의 시체가 이곳저곳 흩어져있었다. 그들의 눈은 방금 운명을 달리한 청년의 눈처럼 감기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은 지도 모르는 것처럼...

        

1.

똑똑.

"마스터, 계십니까?"

아무 대답도 없었고 노크를 한지 채 1초도 지나지 않았건만 소녀는 아무 거리낌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도대체 노크는 왜 한거지?' 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만큼 당찬 태도였다.

"흐, 흐어억!!!"

"....."

신체 건장한 사내의 방문을 이토록 매너없이 열어제끼다니! 사내는 심히 분노했다. '아니, 다행히 아무 일(?) 안 하던 때라 다행이지 혹시 무슨 일이 있었으면 뒷감당을 어쪄라고 저럴까?' 하지만 그것도 늘 속으로만 삼킬 뿐 입 밖으로는 절대 내뱉지 않는 그였다.

"험험. 무, 무슨 일이지? 죠안?"

죠안이라 불린 금발머리 숙녀는 가늘게 눈을 찌푸렸다. 나이는 대략 15세정도 되었을까. 죠안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갖고 있었는데 그 빛깔은 놀랍게도 순수한 황금빛이었다. 이토록 고결한 머리빛은 일국의 최고위 귀족이나 왕족 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고귀한 피를 타고났다는 증거였다. 자신의 신분을 과시라도 하려는 양 머릿결만 아니라 그녀의 눈동자도 달랐다. 머리칼의 색깔을 빼다 박은 듯 그녀의 눈동자 또한 금안이었다. 금발에 금안을 가진 사람 중에 미남미녀는 있을망정 추남추녀는 있을 래야 있을 수가 없다는 정통을 잇기라도 하려는 듯 죠안은 심하게 빼어난 미모를 갖추고 있었다. 로브라도 뒤집어 쓰지 않는 이상 길거리 산책은 심히 무리가 가는 미모다. 산책 시작 오 분 만에 보쌈이라도 안 당하면 다행일까? 한마디로 미인이라고 말하기에도 뭔가 부족한 매우 잘나신 외모를 갖고 있었다.

"...마스터께서 불러서 왔습니다만."

"어, 그랬나?"

"......."

"아 맞아맞아. 생각났다. 하핫. 이 놈의 건망증이란..."

다시 한 번 죠안의 눈살이 찌루려지려하자 사내는 황급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죠안은 저 마스터란 인간이 생각나지도 않았으면서 괜히 아는 척 하는 데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었다. 그 증거로 마스터는 생각났다고 한 주제에 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저런 인간이 수장으로 있는 이 곳이 그럭저럭이나마 굴러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음, 그러니 죠안."

"네?"

"차 한잔 할래?"

"....네, 마스터."

사내는 몹시 기쁜 듯 차를 준비했다.

"음, 맛이 어떤가? 죠안?"

"...그럭저럭이요."

"하하하, 괜찮지?"

매우 만족한 듯이 웃는 마스터를 보자 맥이 다 풀리려했다. 아마 '차 맛이 너무너무 좋아요, 마스터' 라고 했다간 이 사내는 너무 좋아서 기절할지도 모르지. 이 마스터란 인간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죠안은 시간이 지나도 이 사내에게 별로 정이 가지는 않았다. 물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죠안은 절대 이런 칠칠맞고 그다지 능력없어 보이고 야망도 없어 보이는 주제에 자신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히죽히죽 웃기나 하는 변태같은 사내에게 반할만큼 머리가 비진 않았다, 라고 자신은 생각했다. 물론 마스터가 자신을 원한다면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마스터의 여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신세다. 하지만 이 사내에게 그럴 용기가 없다는 것에 죠안은 내심 고마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단점이 죠안에겐 장점으로 보인달까.

"그보다 죠안, 궁금한게 있는데."

"하문하십시오."

"... 그 말투는 좀 고치지, 좀 편하게 말하라구, 릴렉스, 릴렉스~"

"...물어보시죠."

"나 당분간 할 일 없는거 맞지?"

"... 제가 이 곳에 온 후로 무언가 하시는 걸 본 기억이 없는데요, 마스터."

웃으며 대답하는 죠안이지만 식탁아래 꼬옥 쥐어진 주먹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 그랬어? 어, 그럼 죠안은 바빠?"

"... 적어도 차나 마실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습니다, 마스터."

"그, 그렇구나...."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끼면서 죠안은 일어섰다.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전 이만 가겠습니다."

"그, 그래..."

수하인 자신에게 이렇게나 쩔쩔매다니. 죠안은 이런 사내한테 잡혀있는 자신이 한심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더 예의를 차릴 것도 없었다. 죠안은 들어왔을 때와 같이 한 점 망설임도 없이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마치 방금 전까지 시간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10살차이는 확실히 무린가?"

죠안이 들었으면 큰일나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을 소리를 사내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

이게 글 전문인데요.

자, 이게 제가 쓴 걸까요?

아니면 다른 분 글일까요?

전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능....

만약 제가 쓴 것이라면 연재하겠습니다!

(이봐... 소년신화전기는 어쩔꺼냐... 1년간 휴재라공....)


Comment ' 9

  • 작성자
    Lv.87 서글픈인형
    작성일
    10.02.15 01:15
    No. 1

    으음..저런 사내가 의외로 엄청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정석이지 말입니다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포도우유
    작성일
    10.02.15 01:22
    No. 2

    자기가 쓴 글이라면 모를리가 있을까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4 해웃음
    작성일
    10.02.15 01:24
    No. 3

    다운로드 발언은 조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isoa33
    작성일
    10.02.15 01:40
    No. 4

    작가분의 허락하에 텍본 다운했을수도 있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EvilDrag..
    작성일
    10.02.15 02:09
    No. 5

    다운로드니 뭐니 하는건 우선 순위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누군가 이 글이 연재된걸 기억하면 다운로드된거고
    아무도 모르면 본인의 글일 수 있다는 거니깐,
    먼저 이쪽을 해결해야..

    일단 제 기억엔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Dreamstorm
    작성일
    10.02.15 05:23
    No. 6

    저 이거 읽은거 기역합니다. 벽을뚫어라 님께서 쓰신거 아님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 까리타암초
    작성일
    10.02.15 11:48
    No. 7

    에엥? 자신이 쓴 글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별을 못할 수가...?
    이해가 안가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이불소년
    작성일
    10.02.15 14:28
    No. 8

    자기가 쓴 글을 모를리가 있나요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퇴고록
    작성일
    10.02.15 15:23
    No. 9

    분명 문체는 제가 옛날에 쓰던 문체랑 비슷하고 사용하는 어구도 비슷한데 두 세번 읽어본 결과 헷갈린다는 겁니다.
    드림스톰님 말씀대로 제가 쓴 게 아닐수도 있지만 끝까지 헷갈리네요.
    혹시 제목 아시는 분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당. 굽신굽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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