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안에 깨어진 거울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거울의 일부분은 금이 가고 모서리 부분은 깨어져 나가있었다. 방 안에 유일하게 있는 창문을 통해 어두운 밤의 달은 수줍은 듯 슬그머니 얼굴만을 빠끔히 내밀고 있었다. 그에 따라 거울이 놓아진 주변은 달빛에 하얗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 때 그 빛 안으로 한 인영이 살짝 새하얀 맨발을 내딛으며 들어와서는 오른쪽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팔짱을 끼며 섰다.
그 아이는 신비한 길고 새파란 머리칼을 가진 작은 소녀였다. 아이의 피부는 창백하다 싶을 정도로 하얗고 팔과 다리는 가늘고 늘씬했다. 소녀는 양어깨를 드러내며 순백(純白)의 비단으로 가슴을 빙 둘러서 허리 약간 아래까지 감고 바닥까지 자연스레 늘어뜨리고 있었다. 왼손은 허리를 감싸 안으며 비단을 흘러내리지 않도록 잡고 있었다.
거울 속 비친 소녀의 얼굴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잔잔하게 떨리며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아이의 오른쪽 눈동자는 머리칼과 같은 신비한 색(色)을 띠고 있었다.
소녀는 가는 손가락을 들어 올려서 거울 속 비친 자신의 얼굴을 가볍게 흘러내리듯이 몇 번 쓰다듬었다. 순간 깨어진 거울에 손가락이 긁혔는지 검붉은 핏방울이 맺혀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곧 소녀의 손가락 사이를 붉은 실선이 휘감으며 그려져 나아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녀의 손가락을 감고 있는 건 달빛을 받아 간간히 반짝이는 극세(極細)의 미세한 실이었다.
“아름다워.” 소녀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그렇지 않니? 응? 대답해줘.” 대답이 들려올 리가 없었다. 그 방에 살아있는 기척이라고는 오직 소녀의 것 밖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반항하는 거니? 아. 말은 할 수가 없었지. 그럼 날 위해 춤이라도 춰주지 않을래?” 소녀의 작고 도톰한 입술이 가벼운 미소를 흘렸다.
“자. 쑥스러워 하지 말고, 어서. 나를 위해 아름다운 무도(舞蹈)를 보여주렴.”
소녀는 오른손가락이 연주라도 하듯 부드럽게 허공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곧 왼손가락도 같이 느릿느릿하지만 우아하고 세련되게 춤추며 허공을 갈랐다. 당연히 새하얀 비단은 바닥으로 스르르 흘러내렸다.
갑자기 주변에서 수많은 인영들이 일어섰다. 그것들은 남녀 각각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의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고 이상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곧이어 그것들은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월야(月夜)의 무도. 아름다운 장관이었다. 그것들의 움직임이 조금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감안하고도 말이다.
“정말 아름다워.”
소녀는 알몸이라는 것은 신경 쓰지도 않는지 몸을 사뿐히 회전시키며 그들과 같이 부드럽게 춤을 추었다. 하지만 소녀의 오른쪽 눈에서는 반짝이는 이슬이 생겨나더니 천천히 소녀의 부드러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 * * * *
제가 이 글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은 제 글의 분위기 그리고 저의 문체에요.
검월은 무협 소설이고 기본적으로 소년의 성장이야기이지요. 특징을 한 가지 소개하자면 바로 눈(眼)을 들 수가 있네요.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소년과 소녀는 특이한 눈을 가지고 있어요. 검월에서는 남들과 다른 특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옵니다. 기대해주세요. 서(序)를 읽어보신다면 제 문체를 더 잘 이해하실 수 잇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저는 이만. 본편에서 뵙죠.
p.s. 똑같은 홍보글 다시 한 번 더 올리네요. 이 부분은 이미 연재했지요. (오늘입니다만은...) 제 글 연재가 가끔씩 늦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만 되면 죄송하다는 말씀 매번 전하게 되네요... 이유는 있어도... 어차피 변명이라고 생각해요. 그저 재미있게 봐주신다면 그것으로 저는 감사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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