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홍보한다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군요.
기말고사는 기억의 저편으로 전송 요청한 후 이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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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을 확인한 나는 진로고민(?)에 빠져들었다. 세아의 직업 시스템은 일반적인 게임의 시스템과 달리 '평범' 이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전사 유저의 수가 전체 유저의 0.1% 미만인 게임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예를 들어 어떤 유저가 근력 80 이상, 지구력 40 이상의 조건을 만족했다 하더라도, 정해진 길을 걷지 않는다면 다른 직업이 선택될 수도 있는 것이다. 스탯의 분배량 ㅡ 설사 그것이 주 스탯이 아니라해도 ㅡ 이라던가, 전직 이전에 사용한 무기의 계열별 마스터리 스킬 레벨, 습득 스킬, 성향, 명성, 수행 퀘스트의 수나 난이도 등 수십가지의 변수에 따라 전사, 검사, 견습기사, 소드맨, 소드 유저, 가드, 워리어 등 수십가지의 직업으로 나뉘는 것이다. 비슷한 직업 같다고? 레벨 20 ㅡ 1차 전직 레벨 ㅡ 당시의 성향에 따라 완전히 같은 스펙의 캐릭터가 데빌 소드 마스터와 디바인 슬래셔로 나뉘는 ㅡ 물론 이후 전직에 따라 다르겠지만 ㅡ 데 말이다. 그만큼 세아의 직업 시스템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로웠고, 그래서 나는 엄청나게 깊은 고민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돈인 1실버를 엄지로 튕기며 놀고 있었다.
참고로 1골드=100실버=10000브론즈인데, 말했다시피 1골드가 3천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일단 이 1실버로 뭔가 무기라도 사야겠군.
나는 다행히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무기점을 발견했고, 자연스레 그 무기점으로 걸어갔다.
툭. 땡그랑!
"엇!"
쳇, 실수로 1실버를 떨어뜨리고 말았… 어라?
[띠링! '늙은 거지' 에게 1실버를 기부하셨습니다.]
[명성치가 1 증가합니다.]
[성향이 +1 됩니다.]
[띠링! D-급 퀘스트 '늙은 거지의 부탁' 이 발동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퀘스트창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수의 메시지 창과 알림음이 눈과 귀를 어지럽혔지만, 난 그저 충격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전재산인 1실버가 굴러간 곳이 왜 하필이면 거지의 앞이었을까.
할말과 의욕을 모두 상실한 나는 캡슐 외부의 호출에 멍하니 확인을 눌렀다.
검게 물든 시야가 회복되자, 그곳엔 어머니께서 웃고 계셨다.
…7시 10분이라. 난 죽었군.
*
캡슐을 정리하고 빠르게 학교갈 준비를 한 나는 피곤한 몸을 끌고 강제 하이킹 ㅡ 속칭 등교 ㅡ 을 시작했다. 평소보다 더 심각한 몸 상태에 괜히 새벽에 뻘짓했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와 함께 사라진 1실버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르며 내 마음을 채썰기했다.
"…제기랄."
친구한테라도 빌붙어볼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저 멀리 보이는 광일이에게 달려갔다.
- 1-2 화 中 -
아, 참고로 ↑요게 워프게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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