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한 아이였다.
-검술을 가르쳐 줘요, 사부.
얼씨구, 놀고있네.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은.., 그 자식은 죄 없는 우리 가족을 모두다 죽였어요. 그래서 저는 강해지지 않으면 안되요. 반드시 강해져서, 그떄의 죗값을 치르게 하고 말거에요
그당시 이 녀석 표정이 심상치 않을걸로보아 죽이고 싶은것만은 진짜인것 같기에 물었었다.
-왜 하필 검술인데? 죽이는 것만이 목표라면 다른 것도 많잖아?
그떄 이 바보 제자놈의 대답이 또 가관이였지
-그 놈도 검사였거든요, 검을 든 자는, 검으로 죽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들었어요.
정말 개소리가 따로없지 않은가?
지금도 그때 잠시의 변덕으로 이녀석의 원수의 이름을 묻지 않았으면 어떻게 됬을까 생각하곤 한다. 물론 부질없는 상상이라 곧 그만두긴 하지만.
-어이 꼬마, 네 원수인 사람, 혹시 이름을 알수있을까? 혹시라도 내가 그 사람을 죽이게 되면 네 복수는 말짱 꽝이잖아?
-펠리오스, 페넌스의 펠리오스라고 했어요.
이때, 잠시 세상이 멈춘것만 같았던 이떄, 난 이녀석이 신이 날 심판하기 위해 보낸 사자란것을 알 수 있었다
-어이,꼬마, 내게 검술을 배우고 싶다는거, 아직 유효하냐? 죽을만큼 힘들거야.
바보제자놈은 뭐가 그리 좋은지 세차게 머리를 끄덕였었다
-꼬마, 이름은?
-시르케(Sirhce),
아저씨, 아니, 사부 이름은 뭐에요?
-난 스로일레프(Sroillef)다
-이상한 이름이네요
그러고보니 이 멍청한 제자놈은 처음부터 싸가지 없는 놈 이었다.
더군다나, 이 놈은, 싸가지만 없는게 아니라 재능 마저도 없었다. 허리는 굳었고, 몸은 허약했다. 더욱이 민첩하지도 않으니 아무리 노력해도, 평범한 사람보다 강해지기가 힘든 타입이었다.
-평범한 조건의 아이라면 내게 5년만 배워도 대륙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수준이 된다. 그러나 너는 내게 10년을 배워도, 평범한 수준이 될까 말까다. 20년 정도 배우면, 조금 강하다는 평을 듣게 될까 싶은 정도지. 그 정도로 절망적인데도, 해보겠다는 거냐?
이처럼 가혹한 말에도, 남들 10번 휘두를떄 자기는 100번 휘두르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로부터 17년, 이 바보같은 놈이 벌써 이렇게나 커버리다니....
.....
아,
제자의 검에 베이는 찰나에 문득 이 바보 제자놈과 처음 만났을떄의 일이 눈 앞을 스쳐 지나갔다. 이것이 주마등이라는 것일까?
눈앞에 17년 전의 그 어린 모습에 비하면 부쩍 성장했고, 어느덧 검술도 나보다 강해져 버린, 그런 제자의 멍한 표정이 보인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그런지 왜 일부러 자신의 검에 맞았냐는 원망 조차 담겨있지 않다.
이것도 신의 도움이라 할수있을까?
등에 연무장의 차가운 바닥이 닿는것을 느끼며 아직 말을 몇마디 할 기운 정도는 남아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젠 말해야 될것같다, 바보 제자의 원수 펠리오스는 나 페넌스 기사단 3번대 대장 스로일레프의 또다른 이름이란것을, 그리고 나는 펠리오스란 이름으로 내가 지은 죄를 나 자신조차 용서 할수없어, 너의 검에 맞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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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RK님의 '크로니클 제로' 추천합니다!
처음 해보는 추천이라 잘 좀 해볼라고 일부러 주인공의 사부, 스로일레프의 회상 형식으로 써봣는데 쓰고 보니 너무 이상한것같네요.
아무튼 저의 이상한 추천 과는 다르게 아주 멋진 작품입니다 도데체 왜 이리 알려지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될정도로 말이죠. 작가분의 뛰어난 필력과 연출, 그리고 내공을 팍팍 느길수있는 전통 판타지 클로니클 제로 꼭 한번 읽어 보세요 절대 후회 안하실 겁니다!
*추신 - 작가님 이 추천받고 연참좀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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