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헤. 홍보기회 엿보다가 멘탈 나가서 다리나 놓고 자러갑니다.
얼마전에 영화 ‘미 비포 유’를 보고 왔어요.
원작을 읽진 않았지만, 왕좌의 게임을 너무 좋아하고, 또 그만큼 대너리스 역을 맡은 에밀리아 클라크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그녀가 완전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있다길래 엄청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일단 영화는 재미있어요.
사람에 따라서는 지루하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배경과 음악과 영국식 억양과 에밀리아 클라크의 웃는 얼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답니다. ㅎㅎ
그런데 이 영화, 초반 10분이 흥미로와요.
남주는 성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집안 빵빵하고, 자수성가해서 크게 성공할 만큼 일도 잘하고, 못하는 운동이 없고, 얼굴 잘생기고...
어쨌든 현실판 먼치킨이나 마찬가지인 존잘남인데,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해서 전신마비가 돼죠.
여주는 별볼일없이 동네 빵집에서 일하다가 일자리를 잃고,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어떻게든 직장을 찾으려 하죠.
그러다가 남주의 간병인 자리를 맡으면서 사랑이 싹트는, 그런 영화예요.
그런데 재미있는게, 이 모든 상황 설명이 초반 10분내에 다 끝난다는 거에요.
남주는 영화 시작 3분만에 전신마비가 되고.
여주는 등장하자마자 빵 하나 팔고 바로 해고당해요.
어찌보면 불친절하죠.
어떻게 사고가 나서 어디를 다치고 얼마나 입원하고 어쩌고저쩌고 이런거 다 빼고, 그냥 집에서 나가다 사고 똭! 그리고 바로 전신마비.
여주도, 집안이 어떤지 사장은 왜 여주를 짜르는지 아버지가 왜 자꾸 일을 하라고 하는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요. 그냥 짤리고 바로 일자리 구하러 가서 남주네 집 일을 구하죠.
예전 로맨스 영화를 보자면, 남주와 여주가 만나기까지 여러 역경도 있었고, 그들의 감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들의 배경은 어떤지 등등 오버헤드가 참 많았던 거 같은데.
그런 부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걸 보면서
‘아. 이런 스피디함을 요구하는 게 비단 우리 장르소설만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독자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예전과 다르게 어마어마한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죠.
그러다보니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이런 상황이다 하고 던져주면 알아서 상상하고 받아들이는 건가봐요.
너무 빠르고 시원한 것만을 요구하는 장르문학의 트렌드가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는데,
불필요한 것은 최소화하고 중요한 순간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그 마음이 많이 바뀌네요.
어쨌든 이제 홍보 타이밍이 왔으니 어서 홍보글을 올리세요! ^^;
저는 다음을 기약하며 자러 갑니다. ㅎㅎㅎ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