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소풍날이면 점심식사 뒤에―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학년 전체가 보물찾기 놀이를 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무엇인가를 찾는 일에는 지독하리만치 서투른―지금도 가끔씩은 손에 쥔 물건을 찾느라 집안을 헤매고 돌아다니는 바보짓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탓에, 저를 불쌍히 여긴―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비참한 꼴이었습니다―친구들이 자기 몫의 일부를 나눠주지 않는 이상 보물찾기의 결과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의무교육기간을 모두 마칠 때까지도 그랬지요. 하지만 보물찾기는 언제나 두근거리는 놀이였고, 저는 그것을 진심으로 즐겼습니다.
그때의 버릇이 아직 남은 탓인지(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지요), 문피아에서도 저는 보물찾기를 즐깁니다. 자유연재란, 정규연재란, 작가연재란을 틈나는 대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느낌이 좋은 소설, 취향에 닿는 소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소설,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소설 등등 이런저런 보물들을 찾아 모으지요. 어렸을 적 받지 못한 운을 지금 와서 받기라도 하는 건지 몰라도, 문피아에서의 보물찾기에는 제법 운이 따르는 편입니다.
제가 최근에 건진 보물은 CZ님의 소설 ‘2024 그레이던’입니다. 인류가 UDA(Unidentified Dead Alive:작중에 등장하는 언데드 괴물들의 공식 명칭입니다)가 출몰하는 지상을 등지고 지하세계의 피난처로 숨어든 2024년의 세계를 배경으로 좀비, 이능異能, 전쟁, 비밀주의적 초국가단체 등의 다양한 소재가 복합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보면 볼수록 흥미를 더해가는, 앞으로가 진심으로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2024 그레이던’은 현재 자유연재―일반 란에 연재되고 있는데, 글의 퀄리티Quality에 비해 조회 수와 댓글이 지나치게 적어 독자로서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작가님께서야 읽어주는 분들이 계시는 한 소설은 계속 쓰겠다고 하시지만, 그럼에도 이러다 좋은 소설 하나 놓치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부디 소설 재미있게 읽으시고 작가님께 댓글로 힘을 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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