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miro님의 글 매창소월은 처음 보는 사람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고색창연합니다.
아마 거북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많을 테지요.
무협과 판타지의 짧고 간결하며 강렬한 문체(아마 전투씬이 많기 때문이라고 추측되네요^^)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들에게 매창소월은 지겹고 지나치게 멋을 부린 글이라 생각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거든요. 으와... 뭔가 나까지 고풍스럽게 녹아버릴 것 같은 문체야... 민망해서 이런 말을 어떻게 하나..
그런데, 보다가 익숙해지고 보니 밑도 끝도 없이 끌립니다.
정도 없이 뜻도 없이 가볍기만 한 주인공 사유란. 이 가벼움이 요즘 넘쳐나고 있는 그런 종류의 가벼움이 아니라, 마치 시든 꽃에 앉은 나비같이 어느 순간 훌쩍 사라져 버릴 듯한 그런 아슬아슬하고도 매정한 가벼움이더군요.
일신에 대단한 무예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관옥같은 얼굴까지 가지고 있으며 무림에서는 (이미 멸문했지만) 대단한 명성을 떨친 자하각의 마지막 주인.. 그러나 자하각을 재건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어 무림객들의 애증과 경멸을 받고 있긴 하지만요.
그에게는 정이 없네요. 무심하네요.
길러지기를 왕의 여인으로 키워진 여인 희미. 이제는 지겹기까지한 도도한(이라 쓰고 싸가지 없는이라 읽는) 공주님의 편견을 깨버린 고풍스러운 여인입니다. 모든 생각과 몸가짐이 왕을 위하여서만 허락된 여주인공.... 심지어는 눈물조차, 웃음조차 왕의 앞이 아니면 보일 수 없게 키워졌다죠. 자신의 집이 멸문하는 순간까지 당당했던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굳센 마음보다는 교육받기를 왕후의 마음가짐으로 받았던 것 덕분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본래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여린 아가씨.
..눈물나게 아름다운 로맨스도 아니요, 통쾌한 무협도 아니요 신비스러운 판타지도 아니지만....
이런 색다른 글도 문피아에 조용히 잠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고풍스러운 사랑이야기, 매창소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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