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에 있었던 일입니다.
나이를 먹고 나니 어린이날에는 무감각해진지 오래.
이미 어린이가 아닌지라 저에겐 주말의 휴일이라는 것 외에는 별 의미가 없었던 날입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나 만나서 맥주나 한 잔 걸치고, 피씨방에서 워3나 한 판 땡기는 와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옆에 있는 초등학생의 행동이 무척이나 눈에 밟히더군요.
저도 어렸을 땐 사지가 절단 되고 피가 튀기는 게임을 즐기곤 했었습니다.
15세 이상가인 서든을 하는 것도,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레이싱게임을 하는 것 정도는 관대하게 넘어가는 편입니다.
근데 그것을 즐기는 자세가 예술이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피씨방에서, 작고 귀여운 발 한 짝을 책상에 올려놓고 게임을 하는 폼하고는...
풉...
너무나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참을 웃었습니다.
친구에게도 저 광경을 보여주며 같이 어이 없어 했고 같이 또 한 참을 웃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마른 웃음이 나올 정도 입니다.
그렇게 수 분 동안 웃고 난 후.
그 아이에게 고개를 스윽 내밀며 웃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얘야, 그 자세는 너희 집에서 아무도 안 볼 때나 하는 자세란다."
물론, 그 말에 거부할 수 없는 설득력을 주기 위해 약간의 노기를 담았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에게 납득할만한 설득력을 주었나 봅니다.
다시는 발을 안 올리더군요.
그런 아이들에게 초딩, 중딩 어쩌고 하는 개념론을 설파할 필요 없습니다.
그저 직접 한 마디 해주면 됩니다.
애들이 뭘 알겠습니까?
어른들이 친절히 가르쳐줘야죠.
여하튼 어린이날에 어린이들 덕에 참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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