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에서 재밌게 읽고 있다 오늘 옥룡설산의 작가이신 천인강님께서 독자들의 무관심과 무반응에 낙답하시고 연재를 접겠다고 하신 말에 뒤늦게 죄송스러운 마음에 이렇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봅니다.
옥룡설산은 초반에는 약간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이 딱히 강하다거나 심성이 굳다거나 특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에 쓸려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심약하고 의지박약한 아이입니다. 얽히고 섥힌 비극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지지만 유리는(주인공) 여전히 심약하고 약하기만 합니다. 보고 있으면 가슴을 치게 되는 답답함을 느끼게 되지요. 그런 상황이 꽤 오래되어서 책으로 한 2권이 넘어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도 그 부분을 단점이라고 하시고 있고 초반부에 몰입감과 흡입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요. 그만큼 주인공의 역할이, 특히 초반에는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준비과정을 거쳐 환골탈태한 유리는 그만큼 독자들에게 무엇보다도 비교할 수 없는 통쾌함을 선사합니다. 작품 초반에만 조금 비리비리하다가 금방 강해지거나 처음부터 괴물들이 나오는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등골을 치닫지요. 길었던 도화선 만큼이나 그 폭팔력도 비할 수 없습니다. 유리가 비참했던 유년기를 벗어나 강호에 비약하는 순간은 비단 유리만이 아니라 같이 그 순간을 기다려왔던 천여명이 넘는 독자들 모두의 마음이겠지요.
그런데 날개 좀 펼치려니까 작가님이 그만두신답니다. 유리도 날다가 뚝, 천여명 분자분들의 날개도 뚝. 이것은 그동안 조회수에 비해 형편없던 댓글과 관심에 대한 대가이니 작가님을 탓할 게 아닙니다. 독자 스스로의 잘못이겠지요. 태양에 겁없이 까불었던 이카루스처럼요.
옥룡설산은 거대하고 도도한 정통무협의 느낌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초반은 오밀조밀하고 치밀한 전개를 느낄실 수 있고 중반으로 가서 읽다보면 어느 새 호쾌하고 시원한 기상으로 중원을 향해 거침없이 내딛는 유리를 상상하게 되지요. 뛰어난 작품인만큼 작가님의 연중이 그래서 더욱 아쉽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쯤 읽어보라 추천합니다. 아울러 그동안 마음고생 하셨던 작가님께 수고하셨다 말씀드립니다. 새 글도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잘 안 남기는 독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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