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은 탐정이 있습니다. 최초의 탐정이라 일컬어지는 뒤팽에서부터 (월장석의 형사님은 제외했습니다.) 아직도 탐정하면 떠오르는 홈즈와 포와로를 거쳐 최근의 날라리 고딩 김전일이나 약간의 정신적 문제가 있는 몽크까지 각각의 개성과 센스가 너무도 다른 인물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이들은 사건의 개요만 듣고 진상을 알아차리거나, 에너자이저 같은 불굴의 의지로 발로 직접 뛰면서 범인을 알아내고 사건을 해결합니다. 어떨 때는 걸어다니는 저승 사자로 불리기도하고 또는 약물의 힘을 빌리거나 미식가다운 능력을 발휘하면서 맡은 바 사건을 해결하고자 갖은 노력을 다합니다. 심지어 그들 중의 어떤 이들은 만년 유급생으로 몇 년 째 고등학교에 다니거나, 생체 실험의 피해자가 되어 초딩이 되는 위험도 무릅써야 합니다.
여기 너무도 불쌍한 탐정이 하나 있습니다.
그가 뒤팽이나 파일로 밴스처럼 유산으로 펑펑 놀고 먹는 부자가 아니어서 불쌍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엘러리 퀸처럼 학벌이 좋지 않아서 불쌍하다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필립 말로우처럼 흔히 말하는 폼생폼사 스타일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김전일이나 코난처럼 오매불망 기다려주는 여친이 없어서 불쌍한 것도 아닙니다. 007처럼 최첨단 휴대용 수사 도구가 있지만, 007처럼 여자들이 서로 몸바쳐 들이대는 경우가 없기에 불쌍하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포와로를 능가하는 자신만만(뻔뻔함)과 다아시 경을 능가하는 썰렁 개그뿐입니다.(명석한 두뇌 회전은 탐정의 기본 옵션이기에 특징으로 잡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 이유로 그가 불쌍한 것이냐고요? 물론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불쌍한 탐정들이 꽤 됩니다. 언제 고등학교를 졸업할 지 모르는 사람도 있고, 초딩의 몸으로 살아야 한다거나 여자 대신 약이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귀가 안들리는 탐정도 있지요.
그가 불쌍한 이유는 바로 얼떨결에 무림으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동시대의 무림이 아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곳이었습니다.
무림. 그야말로 초괴물 고수들이 떼거지로 우글대는 곳입니다. 말 한 번 잘못하면 암기 내지는 손 한 번 움직이는 것으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곳이지요. 아, 독약도 있군요. 그렇게 한번에 죽이면 다행입니다. 힘줄이 끊겨서 평생 갇혀 살거나, 바보가 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무림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주인공의 유일한 장점은 자신만만함입니다. 또한 현대에서 자란 그는 그들의 예라던지 서열에 대한 것은 탐정이니까라는 말로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개성(뻔뻔함)도 넘칠만큼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탐정은 대개 걸어다니는 저승사자 내지는 현세에 내려온 사자라는 별칭답게, 그의 앞길에는 시체들이 쌓여갑니다. 시체는 심심하지 않게 나타나고 군식구는 하나둘씩 늘어만 갑니다. 게다가 그를 노리는 정체불명의 집단도 나타나고 말입니다. 여자도 아니고 무슨 명문 정파의 출신도 아니고 그다지 미청년도 아닌 그를 왜 노리는 걸까요? 의문은 마리아나 해구처럼 깊어만 갑니다. 어쩌면 더 깊어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과연 그가 고수들이 우글거리는 무림에서 그 말빨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무림 연쇄 살인 잔혹극 내지는 무림 살인 일지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작가님은 무림 대 서사시라고 주장하십니다. 설마 대 서사시를 이룰 정도로 수많은 시체들의 산을 보여주실 계획이실까요?
이번엔 누가 어떻게 죽어나갈지 기대해봅니다.
정규 연재란 '현필'님의 '무림명탐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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