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의 열혈 팬 중 많은 분들이 20 혹은 30을 상회하는 선호작을 지정해 두신 것으로 짐작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요즘 들어 그 수가 좀 늘었지만, 정작 읽고 있는 것은 겨우 한자리수의 선호작들 뿐인데, 이유는 일단 '게으르다'가 단연 0순위입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0순위의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 중 한 가지에 관한 제 생각입니다.
'택의 등반작업이 잠깐 그치면 귓전에서 정적 특유의 지잉 하는 소리가 희미한 허공에서 온 바위 위로 뒤덮여 내렸다. 밤의 땅은 무섭도록 요염했다. 투박한 바위들과는 정반대로 희미한 은띠 같은 강줄기와 화려한 색등의 깜박거림, 도시의 줄이은 등불의 행렬, 가끔 천천히 별이 흐르듯이 비행기가 그 위로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위의 예문은 황석영님이 고등학교 시절에 쓴 글입니다(일부러 어린(?) 시절의 글을 골랐습니다). 이 정도의 성취를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현재의 쟝르소설(특히 판타지나 소위 퓨전물)들을 보면 읽어내기 버거운 글들이 많습니다. 출판작이라고 해도 그 사정이 별 다르지 않습니다. 설정이나 세계관, 자판기에서 찍어낸 듯한 구성, 설익은 캐릭터 등의 문제는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그 유치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문장 때문입니다. 게다가, 소위 비문(非文)이라고 하는 것들이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읽다가 혀가 꼬일 지경입니다. 쟝르소설의 목적이 '흥미'라는 것에만 수렴(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만...)한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는 곤란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물론, 제가 말씀드린 푸념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좋은 글들도 많습니다. 단지, 그렇지 못한 글들이 눈에 띄기 때문에, 적어도 남들에게 보일 목적으로 쓰는 글이라면 좀더 탄탄한 '글쓰기'의 기본기를 갖추어야 하지않겠나...라는 생각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일찌기 구양선생께서 글을 잘 쓰는 방법으로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의 세가지를 말씀하셨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경구라고 생각합니다.
분발과 동시에 좋은 글들을 부탁드립니다.
뱀다리) 어떤 게시판에 어울리는 글인지 잘 몰라서, 일단 제가 가장 자주 보게 되는 게시판에 남깁니다. 이 게시판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으면 이동 혹은 삭제하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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