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추천으로 보게 된 그 소설은 정말이지 검은 쇠로 된 성마냥 탄탄했습니다. 그 성의 미로마냥 잠시도 그 소설을 읽는 나를 방심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저 미로의 모양을 추측해가며 휘둘려 따라가다가 항상 막다른 곳에서 기가 막힌 반전을 보여주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소설이 보여주던 미로가 견딜 수 없이 지루해졌습니다. 그래서 기다렸습니다. 바꿔주시겠다던 말씀만 믿구요.
그 후 거의 한 달, 여기저기서 바뀌었다는 말은 들려왔지만 선뜻 그 미로 속에 다시 발을 디밀기가 두려웠습니다.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지요. 하지만 오늘 끊임없이 반짝이는 빨간 n의 독촉에 못이겨 결국 다시 그 미로 속으로 발을 내딛었습니다.
살점이 튀고 피가 흩뿌려지지 않아도, 수 만명이 등장하는 전투가 나오지 않아도, 한 번 손을 내저으면 산이 평탄해지고 바다가 뒤집어지는 고수가 나오지 않아도, 우주의 이 끝과 저 끝 사이의 모든 비밀을 아는 마법사가 나오지 않아도, 단지 치밀한 설계도 하나만으로 글을 읽는 사람을 휘어잡던 그 소설이 다시 거기 그렇게 있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읽지 않았던 죄갚음이라 생각하며 추천합니다.
'총'님의 '하늘과 땅의 시대'
미리니름 약간, 아이도스의 Thief 시리즈가 하고 싶어지실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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