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레이드물이 싫으면 니가 생각해봐라'라고 말하시더군요. 기분이 나쁘기는 하지만 진지하게 접근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먼저 레이드물의 인기는 요즘 독자들에게 익숙한 게임의 재미를 소설의 형태로 공급한다는 것에 있다고 보았고, 레이드물에 대한 불만은 큰 흐름의 측면에서의 반복, 혹은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반복되는 장면들에 의해 지루함을 발생시킨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 두 가지 전제에 동의하지 못하시면 그냥 '전제에서 틀렸네요'라고 하시면 됩니다. 저도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니까요.
레이드물/게임물은 기본적으로 MMORPG게임과 같은 즐거움을 줍니다. 성장과 보상, 그리고 타인에 대한 우월감(소위 갑질)이 그 재미의 핵심이지요. 그럼 이런 게임에 질리면 갑자기 문학청년으로 돌변하여 시를, 순수문학을 읽게 될까요? 저는 그럴일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다른 장르의 게임에 손을 댈 것이라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레이드물이 지나가더라도 게임물이 강력한 힘을 유지하는 것은 여전하리라 예상됩니다.
게임물 중에서도 RPG/FPS/미연시/RTS/시뮬레이션/서사시/AOS가 유행이 예상되는 (혹은 유행했던) 게임/소설 장르입니다.
1. RPG
혼자 노는 게임물입니다. 캐릭터를 키우고, 동료를 얻어 목표(마왕타도/세계정복)를 이루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과거 유행했던 이고깽 류의 소설과 유사한 흥미를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행가능성은 낮은 편이나, 혹시 모르는 복고풍이 있어서 그냥 넣어봤습니다.
2. FPS
총격전과 부활이 가능한 세계관/게임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장르입니다. 예전에 추천조작으로 물의를 빚은 바있던 시뮬라크르?라는 소설이 있었는데 꽤 인기가 있었죠. 조xx 옆동네에서도 가상현실에 총격전이 일어나는 게임소설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실연에 의해 절필하셨습니다. 아무튼, 총기에 대해서 지식이 풍부하고, 한발한발이 중요한 전투씬을 잘 그려낼 수 있는 분이 유리할 것으로 봅니다. 유행가능성은 중간 정도로 예상됩니다.
3. 미연시
이미 라이트 노벨의 형식으로, 혹은 각 소설의 연애요소 등으로 이미 포함된 부분입니다. 따로 이 부분만 단독으로 유행할 가능성은 낮지만(레이드물의 대체제로써 유행한다는 뜻입니다. 로맨스분야를 무시하는게 아니여요) 이 부분이 없이는 유행도 불가능하죠. 요주의 분야입니다.
4. RTS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을 뜻합니다. 밸런스가 매우 중요한 게임이기도 하죠. 문제는 소설에서도 그것이 그대로 적용이 되어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게 힘든만큼 이미 성공한 게임의 형식을 많이 빌리던가, 역사 속에서 따오던가 하는 수 밖에 없죠. 문피아의 마왕의 게임이라던가 옆동네의 TGRP (TRPG였나...? 기억이 안나네요)가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만약 저작권이 없었다면 가장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라 봅니다. 베끼기도 쉽고, 긴장감 조성도 쉽고. 표절의 위험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이 장르의 가능성을 좌우할겁니다.
5. 시뮬레이션
기업이나 국가를 경영하며 발전시키는 부류로, 영지물이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만큼 역사의 발전을 어느정도 알고 이를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하다못해 문명게임과 같이 정형화된 테크트리라도 준비해야합니다. 과거에 영지물이 유행하다 사라져버린 것도 이런 요구 사항을 만족하지 못했던 탓이 크죠. 유행가능성은 낮습니다. 일반 영지물과 경쟁하기도 힘들고, 장르 특성상 설명이 많아 질 수 밖에 없고 말이죠.
6. 서사시
이건 아직 특별히 독립된 게임으로 정형화 되지도 못한 영역입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왕의 기사라는 유즈맵 게임으로 나온 것을 보고 이 영역을 따로 분리하였습니다. 이는 5명정도의 영웅과 1명의 군주가 팀을 이루어 강력한 제국에서 독립을 이루어내는 과정을 게임화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게임으로도 나오지 못한 것을 소설로 한 것이 유행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첫째로 약소국이 독립하기 위한 과정을 그리는 것이 독자들이 지지하기 쉽기 때문이며, 둘째로 영웅별로 다양한 능력을 부여하여 비슷한 류의 소설을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셋째로 목표가 독립으로 확고하기 때문에 진행과정이 명쾌하고, 넷째로 서사시는 자기 나름의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작가들에게 손쉽게 로망을 달성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라는 점에서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7. AOS
한창 유행하는 LoL과 같은 류의 게임을 가르키며, 실제로도 여러 소설에서 채택되었던 방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설화 하기가 까다로워(표절 논란이라던가, 반복하면 금방 지루해지는 것, 설정의 까다로움 등) 일부 유명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유행을 선도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상이 레이드물의 다음에 올 수 있을 법하다고 예상해본 장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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