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페인트 냄새를 맡으며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마자 들어오는 강렬한 빛이 그의 눈을 침투했다. 그는 잠시 동안 눈으로 들어오는 강렬한 빛의 산란의 틈에서 13이라는 숫자를 본 것 같았지만 그 숫자는 빠르게 사라져 그의 눈에 비친 숫자가 진짜였는지 환상이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젠장··· 여긴··· 어디야······.”
오랫동안 쓰지 않았는지 쉬어버린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아련하게 울려 퍼졌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다. 그의 양 옆으로는 살아있는 생물체인 듯 꿈틀대며 울렁거리는 긴 복도가 놓여있었다. 오른쪽은 검은색으로 일렁거리고 있었고 왼쪽은 찬란한 하얀 빛으로 일렁거리고 있었다. 거기다 벽 또한 미묘하게 일렁거리게 있는 것이 왠지 좋은 느낌을 주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는 그 두 개의 상반된 색깔의 중간에서 일어나 뻑뻑한 시야 사이로 들어오는 복도의 모습을 보고 의아함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긴··· 어디지······?’
그는 약 10분간 고민을 하다 여기서 있으면 아무것도 결론이 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왕 갈 것이면 차라리 밝은 쪽으로 가자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일렁이는 하얀 빛으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하얀색 빛은 무엇인가 특이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한 꺼풀 둘러싸고 있는 듯 잔상처럼 스쳐가는 느낌과 어딘가 꿈결에서 아련하게 본 듯 몽환적인 모습이었다. 뭐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묘’했다. 언젠가의 공포영화에서 본 듯 무섭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신기하다는 감정이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상해··· 무엇인가··· 이상해······.’
그는 차츰 밝아져가는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그가 느끼고 있는 기묘한 위화감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위화감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이 언젠가 이런 일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떠오르지 않는 기억의 편린을 잡기위해 용을 썼다.
그 때. 그의 앞에서 지독한 악취와 함께 무엇인가 강대한 살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는 지독하게 풍겨져 나오는 살기에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그는 덜덜 떨리는 몸을 두 팔로 감싸 안으며 무엇인가 강대한 악의가 느껴지고 있는 빛의 중앙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주변은 온통 검게 변하고 그의 뒤로 빛이 번쩍 거리고 있었다.
순간, 윤곽선이 흐릿한 검은 벽에서 무엇인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점점 더 심하게 떨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검은 벽에서 나오는 무엇인가를 바라보았다.
그 무엇인가가 나오는 모습을 묘사하자면 ‘눈도 코도 귀도 아무것도 없는 하얀 머리가 고개를 들어 남자를 향했다. 얼굴 중에서 유일하게 달려 있는 붉은 입이 길게 미소를 지으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다. 보디빌더처럼 온 몸이 근육덩어리인 하체가 벽 속에서 한 발을 내밀고, 척추가 볼룩볼룩 튀어나온 등이 젤리처럼 늘어났다가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랬다.
마치 에X게X온에 나오는 Heaven's Smile 이라는 녀석들과 상당히 비슷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녀석들은 빠져나오는 순간 손에서 거대한 부검을 들어 그에게 던졌고 그에 대항하여 휘젖는 그의 손에선 팔각형의 벽이 생겨나 다가오는 거대한 부검을 막았다. 하지만 그 부검은 갑자기 두개의 갈래를 가진 창의 모습으로 갈라졌고 그의 얼굴에 명중하고 말았다······는 전개는 없었다.
“으··· 으··· 으아아아아!!”
그는 공포에 크게 울부짖으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오는 생명체들을 보며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아 품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인가 무기가 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고 두꺼운 카탈로그 한권과 담배갑, 그리고 카드만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질 뿐이었다. 그 순간, 양복의 주머니 안을 뒤지던 그의 손에 잡히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주머니에서 꺼낸 무엇인가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 이기를 빌었지만 그것이 단순한 종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이미 뒤로 도망치긴 늦었기에 그는 종이에 녀석들을 죽이는 주문이나 비술이라도 있길 빌며 부들거리는 손으로 접혀있는 종이를 폈다.
그리고 그가 접혀있는 종이를 다 핀 순간 그는 그 종이에 적혀있는 내용에 얼굴에 핏기가 싹 사라졌다.
그 쪽지에는 어딘가 난잡한 글씨로 이렇게 써져 있었다.
'더 세컨드 플로어를 봤다면 탈출할 수 있습니다. -가람해무-'
---------------------------------
그 아공간은 필시 가람해무님의 고유결계...(퍽)
더 세컨드 플로어 추천합니다.
찬성: 
반대:
Commen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