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송시우
작성
05.08.12 13:35
조회
971

인터넷에서 작가의 위치, 세태가 그렇게 변한 것이고 그렇게 세태를 만든 것은 작가들의 몫이고 책임입니다.

애초에 인터넷 연재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댓글 논쟁이나 그로 인해서 작가가 흔들린다, 이런 소리 없었을 것이고 이에 대한 찬반론도 없었겠지요.

그러나 이제 인터넷 연재는 흐름이고 대세입니다. 출판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보고 선택하고 그에따라 글의 출판수도 늘어나는...

하지만 여기서 서로 상대를 배려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다소 장황하게 늘어 놓겠습니다.

작가가 연재를 택해 독자에게 글을 낱낱이 까보이는 이상, 작가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없어진 것입니다. 뒷부분에서 해야 할 이야기들을 읽는 독자들은 참지 못하고 아우성입니다. 나 이만큼 안다, 깊이 본다, 자랑하고 싶고 튀어 보이고 싶은 마음 누구나 다 있습니다.

그러나 그냥 보십시오. 다음 내용을 미루어 짐작하고 그거 글로 남기고 싶은 충동, 좋습니다. 그러나 작가를 위한다면 그에서 멈추십시오.

글 읽는 이들이 짐작하는 것, 글 쓰는 사람들도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간혹 독자들의 리플에 기발한 착상이 보이긴 하지만, 그 기발함이 글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 작가가 모르는 것입니다.

그 기발함을 작가가 채택했을 때, 수용했을 때... 대부분의 글은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뒷 내용 뒤죽박죽 엉키고 설켜 제 자리 찾지 못하고 빙빙 돌기만 합니다.

수정해랴, 고쳐라. 이렇게 고친 원고 좋은 것 못 봤습니다. 그건 뭐냐, 작가의 의도에 없는 것입니다. 작가는 그걸 쓰고 싶지 않고 생각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걸 자신이 꽉 짜놓은 스토리에 넣으려니 엉키고 설키는 것입니다.

글 쓰는 이들은 남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정하고 고친 원고 정이 안갑니다. 글이란 자신이 한줄이라도 맘에 드는 것을 써야 그에 애착이 가는 것이지, 독자들의 압력에 출판사의 압력에 의해 글이 수정된다면, 설령 그것이 빅히트를 치고, 난리법석이 나도 돌아보고 싶지도 않고 떠들셔 보고 싶지도 않은 글이 됩니다. 버린 자식 취급하게 되는 작가입니다. 그들의 속내입니다. 어쩔 수 없는 고집입니다.

글은 그만큼 작가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그러니 읽는 분들이 스토리까지 개입할 이유는 없습니다.

더 좋은 글을 쓰도록 하기 위해서 조언하고, 충고한다?

예를 들어 깽판무협, 무조건 죽이고 보자, 보이는 족족 등장하는 족족 죽여버린다... 이런 경우 읽는 분들은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죽이지 마십시오. 작가님의 필력이면 죽이지 않고 더 좋게 잘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충고를 하죠. 그 댓글을 본 작가는 이 댓글이 어떤 심정으로 올렸는지 압니다. 정성이 담긴 댓글이니, 고민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충고를 받고 심각하게 고민해 방항을 틀어버린 작가는. 더는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이유, 그 작가는 죽여야만이, 등장인물을 죽여야 뒷이야기가 풀리기 때문입니다.

왜 먼치킨이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 글을 쓰는 사람은 그런 식으로 써야만이 글이 풀리기 때문입니다.

작가들의 약점을 독자들이 뜯어고친다, 이 생각 버리십시오. 이 바닥의 선배들조차 후배들에게 충고할 때 약점을 고칠 생각말고 장점을 살릴 생각하라고 권합니다. 그만큼 약점을 고치려다가는 장점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평이한 글, 단점 하나 없는 글, 논리적으로 아귀가 딱딱 맞아서 흠잡을 곳 하나 없는 글... 그런 글을 보고 싶다면.... 얼마든지 리플 달아서 작가들 족치십시오..

대신에, 특이한 무협, 뭔가 가슴이 따뜻한 무협. 기발하고, 소름이 돋는 무협을 보길 원하는 기대는 포기하십시오.

그렇지 않고 그런 특이한 무협을 보고 싶다면 작가가 맘대로 쓰게 놔 두십시오.  그 글이 선택이 되어 책으로 나오건 말건, 그건 출판사에서 결정할 일입니다. 그리고 그 작가가 그것을 기화로 멈추든 발전하든 또한 작가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대신에 작가는 글을 쓰는 이상은 발전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걸 믿고 기다리십시오. 독자의 댓글에 흔들리기 보다는 좀 더 고집스레 나아가 그 사람만의 향기가 묻은 글, 그런 글을 보여줄 수 있을 때... 그때에야만 독자도 더한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냥 그때까지 작가가 클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봐 주는 것도 독자의 미덕이라 여깁니다.

한 시간이 후딱 지났군요. 좋은 오후되시길...


Comment ' 9

  • 작성자
    Lv.4 패력부황
    작성일
    05.08.12 13:40
    No. 1

    헉...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왜 이런 글을 올리셨을까?....

    암튼...공감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환야담
    작성일
    05.08.12 13:43
    No. 2

    송시우님.._ㅠ 감동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 흑안D
    작성일
    05.08.12 13:47
    No. 3

    진짜 공감.....

    문장이 어색하다, 전개에 따른 묘사가 미흡한 거 같다....

    이런 식의 태클은 저도 자주 걸었습니다마는....

    설정 자체를 들먹이거나, 글의 전개를 뜯어고치라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글을 쓰고 있긴 한데, 스토리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아서 한 두 달 정도 글을 손에서 놓은 적이 있었죠.

    작가의 입장에서 '힘내라', '연참해달라'(솔직히 이건 OTL), '묘사가 미흡하다', '설득력 부족이다'...정도의 리플은 환영입니다마는...

    '전개가 왜 이러냐', '왜 이따위로 쓰냐', '앞하고 뒤가 왜 안 맞냐' 등등의 리플은 진짜 사절하고 싶습니다....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수학짱
    작성일
    05.08.12 13:54
    No. 4

    저도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판타지 소설의 대가
    이영도님이 그랬다네요..자신이 쓴글을 수정하지말라고요...그니깐
    예전에 하이텔시절에요 동호회에 글올리면 거기서 오탈자 수정만하고
    구냥 바로 출판하셨데요..수정을 하는건 글빨이 느는데 도움이 안된다고
    하셨다는....
    암튼 그냥 작가분들이 소신있게 글을 써야한다는게 핵심 아닐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그리고킹콩
    작성일
    05.08.12 14:00
    No. 5

    맞는 말씀이니,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박현(朴晛)
    작성일
    05.08.12 14:03
    No. 6

    작가나 독자나 다 함께 생각해 볼 좋은 이야깁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소단
    작성일
    05.08.12 14:15
    No. 7

    좋은 글이네요.
    간지러웠던 곳을 살살 긁어주는 듯한 글이라고 할까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4 Ze피로스
    작성일
    05.08.12 14:20
    No. 8

    글을 쓰는 이상 발전한다. 이 말은 작가들도 꼭 봐둬야 할 것
    같습니다. 노력을 하면 당연히 발전합니다. 그게 눈에 보이든
    안보이든 그 사람은 발전합니다.
    단점 고치려하지말고, 장점을 키워라.
    하도 들어온 이야기인데...
    이 글 여기서 보니까 이상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정말 생각을 많이하게 하는 글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강오환
    작성일
    05.08.12 17:48
    No. 9

    좋은 내용의 글이군요.
    연재하시는 분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믿으시고
    비록 독자들에게 쓴소리를 들어도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출판사 문제도 있고 (출판사에서 바꾸라고 한다거나.. 완결을 빨리 내라고 한다거나..) 여러모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좀 있군요.
    작가로서의 이름이 높지 않다면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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