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은전 한 닢(2005. 4. 16)
내가 인터넷에서 본 일이다.
쓰레기 글 작가 하나가 게시판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출판을 알리면서,
"황송하지만 이 책을 읽을 수나 있는지 좀 보아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게시판의 사람들을 기다린다. 물론 전형적인 쓰레기 글이었다. 게시판 사람들은 그 책을 짜증내면서도 결국에는 다 읽고 쓰레기 글 작가의 한자, 일문, 이모티콘, 외계어까지 섞인 닉네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꼬리 말 몇 개를 달아 '좋소'하고 웃는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나 'ㄳ'와 같은 글을 남기며 간다. 그는 자꾸 도배를 하다시피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또 다른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찾아 들어갔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쓰레기 책의 출판을 알리며,
"이것이 정말 읽을 수 있는 책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게시판 사람들도 이런 쓰레기 글이 출판되었다는 사실에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책 어디서 베꼈어?"
쓰레기 글 작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출판해 달라고 애원했단 말이냐?"
"누가 요즘 출판해 달라고 애원합니까? 그러면 소문이 안 나나요? 어서 추천이나 하십시오."
쓰레기 글 작가는 추천을 구걸했다. 게시판 사람들은 웃으면서 'ㅋㅋㅋ, 좋소'하고 추천해 주었다.
그는 얼른 추천을 확인하고 게시판을 떠난다. 그러나 다시 와서 확인하기를 몇 차례, 얼마간 들락날락하더니 별안간 우뚝 한참이나 바라본다. 가만히 그 글이 욕을 먹지나 않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물론 욕이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찌질한 많은 독자 덕분에 추천도 덩달아 오른다. 거친 손가락이 키보드 위로 그 책을 쥘 때 그는 다시 비웃는다. 이런 쓰레기 책을 좋다고 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없다. 그리고 또 다른 커뮤니티에 가서 어떤 으슥한 게시판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한쪽 구석에 로그인하여 죽치고 책 광고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대화를 요청해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 책을 출판해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헉' 하고 글을 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로그아웃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비웃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에게 '^^'을 보내며 이야기를 하였다.
"이 책은 베낀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소설에 대해 아는 것도 없이 꼴리는 대로 쓰면 다 똑같은 쓰레기 글인데 베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출판해 달라고 애원한 것도 아닙니다. 정신이 제대로 박혔다면 누가 저 같은 쓰레기 작가의 책을 출판해 주고 싶겠습니까? 비평 한번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추천을 남기시는 분도 만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번, 한번 제 글을 스스로 추천해서 비난과 함께 관심을 끌어모았습니다. 그렇게 모은 찌질한 독자들이 쓰는 글과 연합하여 추천과 선호수를 서로 올려주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해을 하여 겨우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추천이 많으니까 무작정 출판하자고 하더군요. 이 책을 출판하느라고 맞춤법을 고치는 데에만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는 'ㅠ.ㅠ'을 보내며 눈물을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출판하려 했단 말이요? 그 책으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을 보내며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개나 소나 하는 출판,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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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 욕망,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인간군상을 비꼬는 피천득 님의 '은전 한 닢'입니다.
이런 사람들과는 상관없이,
문학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께 경의를 표하며,
쓰레기 글을 쓰고, 읽고, 출판하는 사람들을 비꼬고자 합니다.
저도 쓰레기 글에서 멀리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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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 풍자에 동의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줄 압니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이상,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는 일입니다.
입과 귀를 열어주는 것은
헌법에도 보장된 가장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따라서,
이런 글 올리지 말라든가, 삭제하라든가 하는 말씀은 거두어 주십시오.
굳이 보기 싫으시면 보지 마십시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법이며,
도배, 욕설, 음란물이 아닌 이상,
그 누구에게도 차단 및 삭제의 권한은 없습니다.
이유 없는 차단 및 삭제는 글쟁이의 존재의의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모르신다면,
내 목은 잘라도 내 머리털은 못 자른다.
(나를 회원탈퇴시킬 순 있어도 내 글은 못 막고, 못 지운다.)
-는 비분강개를 알려드리고 싶군요.
여러분께 행운이 깃들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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