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선입니다.
오늘은 예비군 훈련이 있었습니다. 눈보라가 치는 와중에도 규정 시간을 다 채웠습니다. 남들이 예비군 훈련 힘들다는 말 했을 때 웃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웃을 일이 아니더군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전라북도 부안에서 대구까지 밤기차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와 같은 작업실을 쓰고 계시는 작가님이 계십니다.
좀처럼 화를 내는 양반이 아닌데 무지 화가 나 계시더군요. 그래서 다녀왔단 말도 못하고 분위기를 살피려던 도중, 그 분의 모니터에 올라와 있는 글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요즘 한창 토론란을 달구고 계신 통연님, 예전엔 제갈지로 활동하셨고, 지금은 무지롱이 라는 닉을 쓰고 계시더군요.
그 분이 저와 친분이 깊은 작가님께 보낸 쪽지의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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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님,
나는 00님이 북풍과 고무림에서
댓글로 어느 분의 글을 조작해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에 어떤 작가분을 만났는데,
그분도 알고 있더군요.
아직까지 내게 그 자료가 있습니다.
내가 드리는 부탁은 다른 것은 상관없지만,
제말 내가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올릴 때 끼어들지 말아주세요.
그 자료들을 인터넷에 올리고 싶은 욕망이 자꾸 생깁니다.
그리고 내 글 바로 아래있는 댓글 지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적어도 개인적인 감정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은 것이 내 삶의 철학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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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쪽지를 보고 처음엔 웃었습니다.
저와 친분 깊은 이 작가님...... 성격 아주 꼬장꼬장합니다. 이 분이 조작을? 마른 웃음만 터져 나왔습니다.
단언컨대, 이 분이 만약 글쟁이로서 가장 수치스럽게 여기는 표절이나, 조회수 조작 등을 했다면... 저는 기꺼이 붓을 꺾겠습니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을 만큼 누구보다 옆에서 그 사람을 봐왔고 알아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말도 되지 않는 허위사실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통연님 때문에 저는 매우 화가 났습니다.
후배 작가가 선배 작가를 협박한다는 사실이 매우 어이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말도 되지 않는 자신만의 심증을 사실인냥 언급하는 그의 경솔함에 같은 글쟁이로서 창피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는 다시 한 번 분노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통연님이 00님의 메일로 증거라고 보낸 스크린샷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제 필명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처음 대랑이란 글을 모사이트에 연재했을 당시 00님이 달아준 댓글이 모조리 스크린 샷 안에 들어 있더군요.
제가 물었습니다.
“이 댓글이 조작이래요?”
“그렇다는군.”
“이런 걸로도 조회수 조작이 될까요?”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분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제가 모 사이트에 대랑을 연재하다 접은 이유는 조회수의 부진과 댓글의 부진 때문이었습니다.
누구처럼 아이디를 바꿔가면서 추천한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인맥을 동원한 것도 아닌 꼴랑... 꾸준히 댓글을 달아준 것 만으로 조작이라니.
이런말 하긴 부끄럽지만...... 당시 대랑을 연재할 당시 20회 이상을 연재했지만 조회수는 늘 100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저와 친분 있는 작가분은 당시의 고무림과 모 사이트에 동시 연재를 하셨는데 고무림과 달리 모 사이트에서만은 조회수가 높지 않았지요. 출판 계약도 되어 있지 않은 생초보들, 그것도 조회수 100 도 넘지 못하는, 글쓰기 시작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걸음마들끼리 서로의 글에 반해, 또한 자기와 마찬가지 처지라 싶어 모니터링 해 주면서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주고받은 댓글이 조작입니까?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놈이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인생관만큼은 확실합니다.
"부끄럽지 않게 살아라. 어딜 가더라도 이름 석자 떳떳히 밝히고 살 수 있어야 사내다."
저는 지금까지 이 말을 제 신념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게 되면서 또 다른 신념 하나를 얻었습니다.
“작가는 글로 말한다.”
저는 지금까지 조작등을 통해 조회수를 올리는 행위를 해본 적도 없거니와, 표절과 더불어 글쟁이로서의 자부심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그와 같은 행위를 가장 경멸합니다.
그리고 겹치고 겹치는 힘든 상황에서도 글을 놓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노력하면 언젠간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글 속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미련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저를 모함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며, 그 사람이 같은 글쟁이란 사실은 지금까지도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저는 반드시 통연님과, 통연님이 쪽지에서 언급했던 다른 작가분에게 사과를 받아낼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이 울화가 풀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통연님과 통화를 했지만 그 분은 끝까지 저를 모함했던 다른 작가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분과의 개인적인 대화를 통해 사과를 받고 싶었을 뿐이지, 이를 공론화 하여 그 사람을 곤경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말입니다.
만약 통연이라는 사람이 계속해서 글을 쓰고, 책을 내며 같은 글쟁이로서의 대우를 받는 다면 저는 이것을 결코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습니다.
제대로 된 사과가 이루어 지지 않는 다면 둘 중에 한 명은 반드시 이 바닥을 떠나야 할 것입니다.
제 글을 읽으며 극단적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작가로서의 프라이드를 잃어버린 사람이 무슨 글을 쓰겠습니까?
자신의 글에 자부심을 잃어버린 글쟁이가 끄적댄 글을 독자에게 내놓는 다는 것은 그 자체가 독자에 대한 모욕이며 스스로에 대한 기만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 프라이드에 상처 입었으며, 그래서 분노합니다.
이 늦은 밤 이처럼 격앙된 글을 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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