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김석진님 글에 대한 댓글성격입니다만 할 말이 많아서 따로 씁니다.
무협은 초창기부터 빌려보는 책이었습니다.
아마 작가분들까지 포함해 사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대신, 공짜로 볼 방법도 없었지요.
최소한 대본료는 내야했습니다.
(물론, 더러는 앉은 자리에서 두세질씩 보고 한질만 봤다고 뭉개는
사람이 있었지요. 저를 포함해서...^^;;)
빌려보는 문화, 즉 대여점의 폐해를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장르문학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 만든다는 점.
최소한의 시장을 유지시킨다는 점 등의
순기능을 간과해서는 안되다고 봅니다.
게다가, 오랜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최소한의 비용도 지불하지 않으려는 불량독자들입니다.
불법파일에 익숙한 분들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범죄라는 인식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작권 개념 자체가 흐릿한거지요.
처벌사례가 하나 둘 늘고 불법이란걸 정확히 인식하게 되면
현격히 줄어드리라고 봅니다.
한 마디로, 세월이 약이라는 얘깁니다.
중요한 희망의 근거는 새로 유입되는 독자들에게 있습니다.
유통쪽에 있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장르 문학이든, 만화든 구매하는 층은 주로 젊은(혹은, 어린) 독자들이라는 겁니다.
경제력이 있어도 책을 사보는 습관이 안 들어 있는 어른들은 희망없습니다.
용돈을 모아서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돈을 쓸줄 아는
세대가 희망입니다.
경제적 궁핍에서 해방된 '매니아문화'의 등장이라고 봅니다.
판매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책을 사서 보는 습관을 지닌 독자 한 명은
대여점 한 곳과 같은 비중을 지니는 겁니다.
판타지는 잘 모르겠고, 무협은 독자의 층위가 다양합니다.
10대에서 6,70대 까지.
학생에서 전문직 종사자 까지.
매니아에서 어느 한 시절 기웃거렸던 독자까지.....
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1/3 이상은 '한때의 독자'가 아닐까요.
작가들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되
너나 없이 일시적인 유행에 빠지지 않고
각기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다면
떠나간 독자들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코딱지가 말라 붙은 저질 갱지.
삐걱거리는 의자에 어두운 조명.
오로지 말초적 흥분만을 위한 낯뜨거운 장면들......
오랜시간 형성된 무협의 부정적 이미지들이고 떠나간 독자들의
재진입을 막는 장벽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이젠 옛날 얘기입니다.
이미지는 명백한 실체 앞에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겠지요.
척박한 시장에 견디지 못하고 떠난 분들도 적지 않지만
좋은 작가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무협 우습게 보지 말라고 일부러 최고급 종이를 쓰고 비싼 디자인비를
지불하며 장정에 신경쓰는 자존심있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돈임에도 기꺼이 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고무판만 해도 작가와 함께 호흡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
좋은 독자들이 수두룩합니다.
이영도님의 드래곤라자가 교과서에 실리는 세상입니다.
이런 것들이
요동치는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게하는 근거들입니다.
TV 책소개 프로그램에 무협이나 판타지가 소개되고
우리가 좋아하는 작가가 초대손님으로 출연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제 생각이 무망한 공상일까요?
아니라고 믿습니다.
결론삼아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전도는 양양하고 승리는 낙관적이다!"
Commen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