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달고 나니 늬앙스가 좀 이상해졌습니다만, 또 시스템적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만, 간단하게 말해서 완결작은 문피아에서 메리트가 없습니다.
제가 1년 정도 문피아에 있으면서, 유독 눈여겨본 글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눈에 안 들어온다는 건 아니에요; 눈길이 유독 더 갔다는 거죠.)
한분은 그 작품을 출판사 공모전에 내어 최종 단계까지 올라갔지만 심사위원 왈, ‘엄청 잘 썼는데 물 건너(옆나라)의 히트작의 냄새가 난다’ 라는 이유로 탈락시킨 작품입니다. 마치 과거 슈스케에서 ‘목소리가 기존가수들처럼 너무 성숙해요(;;)’ 라면서 떨어뜨려버린 모 가수가 생각하는 이유이긴 합니다만... 일단 매우 잘 쓰십니다. 제가 중세 판타지를 못 읽는 부류이지만 그래도 읽을 수 있었을만큼 말이죠. 하지만 문피아에서 죽을 쓰고 글을 내려버리셨습니다. 뭐, 시기나 타겟이 안 맞아도 그럴 수 있으니 그러려니 하지요. 하지만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그 아쉬움을 더할 수 있는, 또다른 한 분이 지금 제 마음 속에서 문제가 됩니다. 이 분은 조만간 완결을 내실 겁니다. 이제 몇 편 안 남으셨고 지금껏 거의 200만자 가까이 연재를, 그것도 매일 해 오셨습니다. 추천글도 제가 본 것만 9회에 달합니다. 역시 중세 판타지를 잘 못 읽는 제가 보아도 어느 정도 읽힐 정도로, 이 분은 뛰어난 작가입니다.
...그런데 이 분의 작품은 문피아에서 성공하고 있는 작품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요즘 하락세인 정통 판타지에 작가분 본인 스스로도 홍보에는 관심도 없고 초반 분량 쌓일 시점에서 이미 대중에게 눈도장 찍는데 실패한 작품입니다. 추천을 9회나 받았는데 선작수가 500대에 최근 10화는 100히트도 못 찍고 있습니다. 그러나 완결되면 완결 게시판으로 옮기실 거고, 연재중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몰이를 못했으니 묻혀버리겠지요.
현재 무료든 유료든, 완결 게시판으로 가는 순간 작품의 생명력은 사실상 끝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완결게시판을 찍어보지 않는 이상 노출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노출기간은 사실상 연재중인 작품으로 한정되고, 이분처럼 대중 인기몰이에 실패한 작품은 문피아 내부 서버에서 사실상 썩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완결이야말로 이 작가의 신뢰성과 의지, 역량을 재어주는 가장 큰 척도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언급하기에는 대단히 죄송하고 조심스럽습니다만 언제 연중될지 모르는 신인 작가의 연재작은 골베 오베 신베에 오를 수 있는 반면, 그 어려운 완결을 해낸 작가의 소중한 완결작은 완결 게시판으로 가는 순간 더 이상의 노출도, 누군가 자신의 작품을 재발견해줄 기회도 그만큼 박탈당한다니요.
유료작품 연중사태에 한담이 한동안 시끄러웠습니다. 경우는 적겠지만 무료로 인기몰이를 한 후 유료로 넘어가기 위해 초반 구성에만 신경을 쓴다던가, 유료 넘어간 후 연중을 한다던가 분량 늘리기로 명맥만을 유지하는 아주 일부의 작품보다, 제가 본 이 작가분처럼 비록 일종의 아다리가 안 맞아서 작품은 무척 좋은데 못 뜬 경우라도, 완결 이후에라도 좀 더 다시 평가받을 수 있는 길에 대해, 어느 정도의 시스템적 지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방법론적 오류는 있을 수 있겠지만 완결=썩는다 라는 경우를 완화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에 대한 타당성을 묻고자 합니다.
1. 작가의 완결 경험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완결 작가는 그만큼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한 작품이 인기가 없어서 실패했을지언정 그것은 그 작가의 경험치이고 다음의 더 좋은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이 되며 사람들의 신뢰도에 대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반짝 인기몰이 연중작가가 오히려 우대받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니...
EX) 완결작 2 - 총분량 210만자 를 하신 작가의 경우,
작가 아이디를 찍어보면 level2-210
이런 형식으로 계량화할 수 있다면 작가분의 신뢰도나 다작 여부를 쉽게 알아볼 수 있고, 그리고 또한 반짝 인기를 동력삼아 나아가다 연중해버리는 작가님들의 경우의 수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level0-240 작가라면 240만자나 썼는데 완결작은 하나도 없으니 당장 연중 전문이라는 것이 티가 나니까요.
2. 완결 게시판을 메인 혹은 상위노출 시켜달라.
문피아도 수익 사이트가 된만큼 재발견의 기회보다는 초반 인기몰이 전문작품의 많은 구매가 이득이 되겠습니다만, 그래도 그 기본 이념은 작가의 양성입니다.
문피아도 하나의 서재와 같습니다. 6권까지 나오고 10년째 소식이 없는 연중작보다, 3권짜리 완결작이 서재에 꽂혀있는 것이 훨씬 소중한 자산일 겁니다. 문피아의 이름을 건 완결작을 많이 보유하는 것과, 자칫 썩는 귀중한 완결작들을 구제하는 것이 그 이념에도 맞는 것일 거라 봅니다.
3. 베스트에서 추천율 베스트를 만들어달라.
적게 읽는 분이라도 100/10 추천과 1000/10은 가치가 다를 수 있습니다. 무얼 가지고 재는 줄 아무도 모르는 인기급상승 같은 것보다는, 소숫점 3자리 정도의 추천율 베스트를 만들면 이 작품은 좀 아다리가 안 맞아서 선호작도 독자도 적지만, 읽는 분에게는 평가가 좋은 작품이니 다른 분들도 생각나면 읽어보시오... 라는 의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그 작품을 읽는 분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천을 찍어주고, 그것이 비록 비인기작이지만 자신의 작품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음을 인지하고 작가가 용기를 잃지 않게요.
...조만간 완결을 낼, 그리고 아마 아주 소수의 사람에게만 명작으로 기억될 것이 확실한, 하지만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읽힌다면 또 다른 의미가 될지 모르는 그 작품을 보는 안타까움입니다.
그 작품의 이름은... 아닙니다. 나중에 제가 다 읽어보고, 언급하도록 하죠. 분명 완결 이후 작품은 썩고 있을 거고... 그 때 한 번 언급하여 빛을 보실 수 있도록... 물론 그 작품의 독자님들은 제가 무얼 말하고 있는지... 아실지도 모릅니다만...
...겨울이라 밤이 깁니다. 하지만 추위를 이겨내는 열정을 가진 분들은 오늘도 무언가를 쓰고 계시겠죠. 긴 밤이 약이 되기를 빕니다.
Commen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