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유한초자로 말머리달고 나다니던 인간입니다. 오늘 바로 엔닌이라고 말머리를 바꾸었는데요...
아래, 글들중에 도살도법의 설정과 관련해서 뜨거운 논쟁이 인것을 보고 마침 제 상황이 억울하기도 해서 몇자 적어봅니다.
개인적으로 습작을 쓴지 한 삼년정도 됩니다. 그동안 버린글은 말할것도 없고, 좀 괜찮다 싶은 글도 볼때마다 더 좋은 문장이 떠올라 수정하게 되는 바람에, 아직 멀고도 먼 완성의 끝이 어딜지 저도 궁금하답니다.
글을 쓸때 가장 어려웠던것은 그 시대의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알수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다 못해 그냥 현령이라는 직책을 쓰더라도, 이게 뭐하는 직책인지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인 권한은 어느정도인지 등등 뭘 알아야 쓰지요... ㅡ_ㅜ
그래서 그런지, 전 글쓰는 속도가 아주 느리고, 글 한줄 한줄이 아주 소중하답니다. ^^; (먼산)
그런데 바로 어제 엔닌이라는 일본 승려가 당나라를 여행하면서 적은 일기식의 기행문을 발췌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가 중국을 여행하면서 겪은 당시의 생활상등이 적나라하게 적혀있는데요..
그 내용은 정말 엽기스럽더군요... 게다가 정말 엽기스러운 것은 그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순간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아... 이대로 라면 지금까지 쓴 글의 절반정도를 확 날려버려야 할 지경이었기 때문이지요...
그 당시 5리마다 표식을 세우고 10리마다 다시 하나의 표지를 세웠다는점. 장안을 중심으로 변방의 국경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도로와 수로가 방사형으로 뻗어있었다는 점등...
또 그당시의 동남아시아의 해양운송은 신라에게 있었으며(저는 극히 일부해역, 그러니까 한반도의 주변해역만 그런지 알았답니다.ㅡㅡ;;), 엔닌의 기행중 하루에도 두어명의 신라인을 볼수 있었다는 점까지...(충격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경상도 사람을 하루에 두번이상 만나것도 힘든데...)
한줄을 읽을때마다, 제 소설 한장씩 날라가는 기분이 들었다면, 제 심정을 아실까요? 아무튼 다행입니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사실, 여태까지 허접한 자료수집과 허접한 감상에 젖어서 되는대로 글을 써내려간 제가 참 대단한거지요...
상상만으로 쓰는 글이란, 정말 연기같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중국사에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제 글을 본다면, 그리고 잘못된 사실을 사실로 알게 된다면...
정말 끔직하지요? ^^
무협이란, 장르가 상상과 허구로 점철되어있다지만,
그것이 옳은것이기 때문에 그런것은 아닐것이라 생각됩니다. 그저 쓰기 쉽기 때문이 아닐지요...
그냥 쓴다면,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지라도 저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또 그러지 않길 바랍니다.
이미, 약간의 조사와 약간의 공부를 통해 무협의 세계로 본 중국이 너무나 뒤틀려있다는걸 알아버린 까닭입니다.
무협은 소설일 뿐이지만, 역사의 틀속에서 존재하는 글입니다.
아래 글의 댓글중 정말 가슴을 찌르르 울렸던건, 무협이기 때문에 그저 몽땅 상상이려니 하고 넘어간다는 댓글과 그래서 무협지를 보다 선생님께 걸리면 혼만 난다는 글이었습니다.
그게 당연해서는 안되겠지요... ㅜ_ㅡ;
에구.. 이렇게 하다간, 정말 완결을 보지 못할수도 있겠습니다.
예상하기로는 오월 정도즈음에 자연란에 올릴려고 했는데, 이건 정말 예상된 악재탓에 서너달은 더 걸릴것 같습니다.
아니, 올해안에 올릴수는 있을런지... (먼산)
홧김에 말머리를 엔닌으로 바꾸었습니다. 속으로 무지하게 욕을 하면서요... 빌어먹을 놈... 모 이런 비슷한 욕말입니다.
Commen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