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당시 엉터리 비평으로 작가들에게 고통을 줬던 사람이 있었고 이에 분노해서 제대로 된 평론을 공급해 보자라는 이유였습니다. 저도 독자이기 전에 작가이고 타인의 시선에서 본 평론이 집필활동에 얼마나 중요하고 감사한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평론, 비평을 해 준답시고 두줄, 세줄 내용의 악풀을 단 행동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평론이란 평론가의 주관적인 의견을 독자가 이해하기 편하도록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론가의 주관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해당 작품이 지금보다 한걸음 더 전진하게 끔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좋은 평론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만 많이 부족한 평론이었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일단 제가 읽고 싶은 소설을 평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품에 따라 100편이 넘어가는 소설을 읽는 것 부터가 고통스러웠고,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의 작품이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서 자체적으로 적정선의 수위를 지키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가끔은 화를 내고 싶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평론을 하면서 좋은 작품들을 읽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평론을 마무리 하는 김에 인상적이었던 소설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1. RE-Earth - 대마왕 k
정말 대단한 소설입니다. 지구와 우주를 넘나드는 세계관과 우주인이 지구를 침공했다면 정말로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란 생각이 들 정도 잘 쓰여진 작품입니다. 문피아에 머무리고 있는 독자분들은 반드시 이 작품을 꼭 읽어보세요.
2. 월트 대마법사 - 제너럴 킴
저는 한담에서 작가들이 장르 운운하며 말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장르는 출판사가 책을 효율적으로 팔기 위해 만든 분류일 뿐이지 이것이 무슨 꼭 따라야만 하는 법칙처럼 말하는 걸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판타지 라는 장르에 맞춰서 정형화된 세계관을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파충류를 모습을 본딴 드래곤이나 이종족 같은 것들을 말이죠. 이는 단지 판타지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까지 평론을 하면서 읽은 무협소설을 봐도 그런데 정파니, 마교니 하는 세력이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걸 보면 남이 만들어 논 세계관을 가지고 너무 편하게 글을 쓰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점에서 월트 대마법사는 굉장한 작품입니다. 언틋 보면 친숙한 판타지의 세계관인데 배경과 인물들을 보면 모두 새롭고 독특합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재미있으며 다른 작품에서는 불 수 없는 특별함이 담겨 있는 소설입니다. 제가 평론했던 판타지 장르에 속한 소설 중 가장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3. 아름다운 이방인. -더마냐
Re-earth와 월트 대마법사가 준프로급의 필력을 가진 성숙한 글이라면 아름다운 이방인은 아마추어 느낌이 강하게 나지만 신선함이 통통튀는 글입니다. 장르와 설정에 얽매이지 않고 이야기가 전하려는 메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고수하여 결말을 맺었던 것이 좋았고 특히 등장인물의 감정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작가의 기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쪽지로 부탁을 받아 평론을 했던 작품이라 비평란에는 없군요.
4. 우리의 기묘한 우리. - 난바라다.
반지의 제왕의 공성전을 연상했습니다. 개인의 시선에서 전쟁을 묘사한 작품 중 이 만한 소설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장면에서는 세밀한 묘사력으로 독자를 즐겁해 해주는 소설이긴 한데 전체적인 줄거리가 복잡하고 조금 답답한 면이 있어 아쉬었던 작품입니다. 이 작품도 쪽지로 평론을 해서 비평란에는 올라가 있지 않습니다.
다른 작품들 중에서도 약점을 보완하면 제가 위에서 소개한 작품들 보다 더 좋게 될 만한 가능성 있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라엠 후 - 고아들의 도시와 이브의 세계가 그렇습니다.
제목에서 말했지만 저번 평론이 마지막으로 평론을 종료합니다. 다음 달(11월) 중으로 주간 연재를 하게 될 예정이라 시간을 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저는 작은 창작팀에 속해 있고 작품에 대한 정성어린 피드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 홀로 글을 쓰며 성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창작활동이란 것이 타인과의 경쟁으로 순위다툼을 할 필요가 전혀 없는 활동입니다. 만약 싸워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건 작가 자신입니다. 작가는 스스로를 몰아세워서 언제나 지금보다 더 좋은 글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언제나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 있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힘든 평론을 계속했던 건 이 이유 하나 뿐이었습니다.
추신 : 글을 쓰다보니 문피아를 영영 떠날것 처럼 썼는데 평론만 중단할 뿐이지 게시판 눈팅은 계속 합니다.
추신 2 : 제게 쪽지로 평론을 요청하셨던 분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짬짬히 시간을 내서 평론을 완성한 후 쪽지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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