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본래 24일 23시 30분 한담란에 업로드했던 글입니다. 25일 자정 문피아의 운영진이 운영 수칙 위반을 이유로 토론 마당으로 강제 이동 조치를 했으나, 제가 보니 위반 이유가 설득력이 없어 보여 클레임을 걸어서 글을 복구시켰습니다. 한 마디로 이 글의 재업로드는 문피아 운영진이 동의로 이뤄졌다 보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이미 옮겨진 글을 다시 원위치하는 데에 제약이 있는지, 문피아 운영진의 안내대로 본문 내용을 긁어서 새로 글쓰기를 했습니다. 그리하여 똑같은 글을 두 번째로 올리게 된 점 양해 구합니다.
또한, 문피아에서 외부 링크를 금한다고 해서, 근거가 되는 문서들을 링크로 걸 수 없게 됐습니다. 이 점 또한 양해 구합니다.
--------------------- 본문 내용 --------------------------
밑에 게임 판타지 쓰시기 위해 게임, 다른 소설을 참조하려 하시는 분을 보고 문득 생각나서 글을 씁니다. ‘이 분한테 실제 게임 중 어떤 걸 하라고 추천하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왜 이런 생각을 했냐면, 실제 게임의 분위기와 게임 판타지(중세풍 MMORPG 그 자체를 묘사한 리얼 ‘게임’ 판타지라 할지라도)는 다른 경우가 제법 많고요. 실제 게이머의 행동은 게임 판타지의 인물들이 하는 행동과 사뭇 다른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좀 더 이야기를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실제 게이머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병맛 넘치는’ 짓을 하며 그걸 즐긴다
링크를 따라가시면 ‘문명 온라인’이란 MMORPG의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당시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로마, 이집트, 중국 세력 중 하나를 선택해 자국의 이득을 위해 성을 짓고 남의 땅을 빼앗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만약 이게 게임 판타지였다면 세 나라에 속한 인물들이 비장하게 싸우는 스토리가 주를 이뤘겠지만.... 실제 게임은 뭐랄까. 요즘 표현으로 정말 ‘병맛 넘치게’ 진행됐습니다. 건축 자재를 실고 가던 유저가 길을 잃은 바람에(...) 땅을 개척하지 못해서 패배 당한 나라도 있었고요. 이집트처럼 패색이 짙었던 나라는 전략적으로 아무 쓸모가 없는 남극으로 피신해놓고 ”‘우린 대륙을 내주고 남극을 개척했다!“고 정신 승리를 선언하는 경우도 잇었죠.
물론 이 게임은 가장 극단적인 예이긴 합니다만, 아키에이지나 기타 등등 다른 MMORPG를 살펴보면 병맛 넘치게 게임이 흘러가는 상황이 종종 일어납니다. 특히 유저가 할 수 있는 행동이 많으면, 달리 말해 ‘게임의 자유도가 높으면’ 병맛 넘치는 플레이가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근데 신기하게 게임 판타지에서는 저런 장면을 보기 힘들더군요. 보통 게임 판타지에서 다루는 게임들은 ‘자유도가 높다’고 설정돼 있는데... 정형적인 플레이나 주인공 보정으로 치트(숨겨진 스킬, 아이템, GM과 같은 특권 등)를 남발하는 플레이가 주를 이루는 감이 있습니다.
(2) 실제 게이머는 상상 이상으로 교활하고 악독할 수 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만약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합니다 실제 게이머 중에서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좋은 머리를 나쁜 데에 써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참고로 위에 걸린 링크는 제가 최근에 본 사례 중 가장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어떤 유저가 ‘던전&파이터’에서 중국인을 상대로 고가의 아이템과 유사한 아이콘으로 표시되는 (비교적)저가 아이템, 한 마디로 사기용 아이템을 팔아먹으면 돈 벌 수 있다고 팁을 올림
- 그러자 사기용 아이템을 너도 나도 사기 시작함. 허나 중국인들도 눈치를 채서 이 사기가 안 통하기 시작
- 그때 팁을 올린 유저가 고해성사를 함. 사실은 사기용 아이템을 국내 유저들에게 대량으로 팔아먹기 위해 ‘이런 방법으로 중국인에게서 돈 뜯어낼 수 있다’고 한 것임. 그리고 그렇게 번 골드로 자전거 삼 (...)
그외 게임 골드를 지불하면 간장게장을 비롯한 반찬을 보내주겠다고 사기 치고 먹튀한 놈들 등등(...) 보기만 해도 실소가 터질 법한 사기 스킬을 자랑하는 게이머들이 종종 보입니다. (참고로 보통 한 게임 당 하나씩은 봉이 김선달 급 사기 스킬을 자랑하는 놈이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게임 판타지는.... 굉장히 절박한 상황인 것 치고는 신사적인 악역이 많더군요. 허허.;
뭐.... 실제 게임과 게임 판타지의 양상이 비슷한 적은 몇 있긴 합니다. 예컨대 리니지 2의 ‘바츠 해방 전쟁’ 같은 사건, 거대 길드로부터 서버를 독립시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투쟁한 사건 말입니다. 다만 이 사건, 2004년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최근 트렌드와 너무 다르고, 그리고 제가 알기론 이 소재를 활용한 판타지 소설도 적잖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와서 실제 게임 분위기를 반영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는 소재이거니와, 레드오션이기까지 하죠.
물론 게임 ‘판타지’이므로 실제 게임의 분위기와 실제 게이머의 행동 양상을 따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게임’을 강조하고 싶다면, 그리고 다른 게임 판타지와 차별화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설을 기획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반대로 현재 ‘게임 판타지’ 장르에 맞춘 이야기를 쓰려면 도리어 게임을 하는 게 시간 낭비가 될 듯 싶네요. 저런 게이머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몇 개월해서 될 일이 아니니까요. 그만큼 실제 게임과 게임 판타지에는 큰 갭이 생겼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Commen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