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4.01.04 13:57
조회
3,735

밑의 에이블a 님의 예문을 보면서 생각한 것입니다만, 제겐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요.


시점의 혼용이 나타나는 경우는 대부분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인식 범위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 정보들을 독자에게 제공하려할 때 나타나는 경우죠. 

그나마 작가 소리 듣는 분들은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는 부분과 전지적 시점으로 전개되는 부분을 완전히 분리해서 제시합니다. [무림사계]의 경우가 대표적이겠죠.


하지만 날림 작가 중에서는 별 고민 없이 어쩌다보니 ‘전지적 작가가 주인공인 시점’ 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능력 밖의 일을 하려다보니 정도를 벗어나 버린 경우랄까요.


나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놈들 중 하나를 가리켰다.
“라이트닝 볼트!”
빠지지직
“크아아악!”
털썩
내 마법에 직격당한 녀석은 순식간에 숯덩이가 되어 쓰러졌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나머지 산적들은 깜짝 놀라 입만 떡하니 벌린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럴 수가! 그냥 여행객인 줄 알았는데, 마법사였다니!’
산적들은 당장 무릎꿇고 목숨을 구걸해야 할지, 아니면 요행을 바라고 달아나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게 덤벼들 생각을 하는 놈은 한놈도 없었다.
“꿇어라, 그게 나를 대하는 너희들의 자세다!”

그 때, 내 일갈을 들은 것은 산적뿐이 아니었다. 뒷산에 사는 레드드래곤 파르티잔이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아니, 누가 이런 무시무시한 마나의 파동을 일으킨 거지?”
천년에 이르는 생애를 통틀어 최초로, 파르티잔은 공포를 느꼈다. 

이런식의 내 맘대로 시점...


뭐, 판타지니까, 주인공이 전지적 독심술 천리안을 깨우치고 있다는 설정이면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설정은 또 없더군요.


하지만 밑에 에이블님이 드신 예를 보면, 기본적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전지적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그대로 독자에게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해서는 안된다고 해야겠군요. 소설이 백과사전도 아니고...


작가는 독자의 흥미를 유지, 증폭시키기 위해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한합니다. 알고 있다고 해서 다 말해주는 것은 아니란 거죠. 쓸데없는 정보와 앞의 전개까지 꼬치꼬치 다 얘기해주면, 독자는 지루하고 지겨울 뿐일 테니까요.


후일 이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입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정도라면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두 사람이었지만, B는 이틀 뒤에 죽게 되니까 다시 만날 일은 없다.

이딴 식이면 짜증나죠.


다시 에이블님의 예문을 보면

강현은 이미 실력이나 경험이나 정한보다 자신이 한 수 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억. 허억.”
어떻게해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정한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강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사실 아까전의 몇 차례의 검격을 맞부딪힌 순간, 팔에 무리가 가는 바람에 근육이 풀려버렸다.
이미 승패가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마 이대로 소모전이 계속 된다면 정한은 질 것이 분명하리라.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일인칭 시점으로 바뀌었다고 하시지만, 바로 뒤에 [생각에 잠겼다]는 서술이 붙습니다. 전지적 작가가 정한의 생각을 읽어서 독자에게 제시해 준 거죠. 작은 따옴표를 생략하고, 작가 서술을 더한 것 뿐입니다.

 

혹은 작가 서술도 생략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인물의 내면을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해서 감정이입을 유도할 때 흔히 사용하는 기법일 뿐입니다. 


정한은 검을 놓았다.
졌다.
철저하게 패배했다.
저 거대한 벽을, 나는 넘을 수 없는 것일까?
영원히?


이건 1인칭으로 시점이 전환됐다기 보다, [~고 생각했다]는 서술을 생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가를 통해서 듣는 게 아니라, 독자가 등장인물의 속마음에 직접 접촉했다고 느끼게 해 감정적으로 더 깊게 이입되도록 유도하는 거죠.


아마 이대로 소모전이 계속 된다면 정한은 질 것이 분명하리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전지적’ 시점인데, 예상만 하고 있으니까 전지적이지 못하다고 하셨지만, 위에서 말했듯 안다고 다 말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의 주의를 환기하고, 호기심을 부추길 정도까지만 알려주는 거죠.


오히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서술자가 전지적 능력을 가지고 인물의 내면까지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외에도 

[3인칭의 서술자가 직접적으로 자신을 드러내 독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이야기 형식의 고전 소설적인 특징이겠습니다만...

즉, 작가가 작중 전개되는 상황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전지적 작가 시점의 특징 중 하나인 것입니다. 


Comment ' 8

  • 작성자
    Lv.31 달빛물든
    작성일
    14.01.04 14:22
    No. 1

    전지적+관찰자 시점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전지적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모든걸 알려줄 필요는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관찰자시점으로 돌리거든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1.04 14:34
    No. 2

    작가 관찰자 시점에 [작중 인물의 내면 파악]과 [작가 개입]의 요소가 더해진 것이 전지적 작가 시점이겠죠.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해도 현대 소설은 과거 소설에 비해 작가가 직접 의견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고, 관찰자 시점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굶주리다
    작성일
    14.01.04 14:22
    No. 3

    이 기술을 숙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엘라나스
    작성일
    14.01.04 14:41
    No. 4

    오오.. 지금까지 하던짓이 혼용이 아니었다니. 지적받고 열받았었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아스트리스
    작성일
    14.01.04 15:35
    No. 5

    가장 마지막 '~고생각했다'는 서술을 생략하는 기법...
    요즘 자주 보이더라구요. 이걸 시점혼용으로 생각해야하나 고민했는데 흠
    이렇게 볼 수 있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1.04 16:18
    No. 6

    등장 인물 : 작가 : 독자의 관계에서 작가가 자신의 존재를 감추면, 독자와 등장 인물의 간격은 그만큼 가까워질 겁니다.
    전지적(전능적) 신의 입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존재를 '드러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숨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면 숨기는 게 맞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요통남
    작성일
    14.01.04 22:23
    No. 7

    저 기법은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기법인지라 시점 혼용으로 까일만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비공
    작성일
    14.01.05 16:38
    No. 8

    서술자 초점자 이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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