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갈색의 말이 달리고 있다. 그 위에 타고 있는 자는 한빛환웅이다. 긴장을 한 탓인지 얼굴에 비 오듯 땀을 흘린다.
“헉, 헉…”
가쁜 숨을 몰아쉰다. 급한 일이 있는 것일까? 그의 얼굴에서 다급함이 느껴진다. 뒤를 보는 한빛환웅. 뒤에는 말 세 마리가 그를 쫓고 있다. 그 위에 탄 인물은 놀랍게도 삼국지의 영웅들이다. 유비, 관우, 장비. 사실상 주인공인 이들. 그런데 왜 그들이 뒤를 쫓고 있는 것일까?
평범한 갈색 말로는 이들을 피해갈 수 없다. 결국 따라잡히고 만 한빛환웅은 말에서 낙마하고 만다. 곧 이어 관우의 청룡 언월도가 그의 목을 향한다. 그 때…
“자… 잠깐. 기다리시오!”
한빛환웅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소리를 쳤다. 성질 급한 장비가 먼저 그의 말을 받았다.
“뭐냐?”
“왜? 왜 나를 죽이려는 거요?”
“몰라서 묻는가? 네가 쓰는 글 때문이다.”
“내 글? ‘적토마에서 방천극을 휘두르다’ 말이요?”
“그렇다.”
“아니 그 글이 어쨌기에?”
그는 황당함을 얼굴에 그려 내었다. 그러자 유비가 나섰다. 달변으로 유명한 자이다. 그의 입이 열리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한빛환웅은 바짝 정신을 차렸다.
“무릇 삼국지라 함은 우리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너는 비호감인 자를 그려내고 있더구나.”
“그… 그런…”
“그건 그렇다 치자. 우리의 비중이 없다. 나는 거의 60회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 등장했고, 내 아우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를 네 목숨으로 책임져야겠다.”
“잠시만! 잠시만, 제 말을 들어주시오.”
유비는 처절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이 글 쓰는 자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분량에 대한 확보를 원하는 것일 뿐.
“나는 삼국지 광팬이었소. 어렸을 때부터 삼국지 게임은 거의 다 해보았으며, 그 누가 썼건 간에 만화와 소설을 닥치지 않고 읽었소.”
“그래서?”
“그러다가 최근에 마음이 동하였소.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접목을 시켜보려고 했을 뿐이요. 당신네들은 우리 민족이 아니지 않소?”
맞는 말이다. 굳이 그렇다면 사실 등장을 해도 주인공의 들러리가 될 뿐이라서 이렇게 까지 할 이유는 없었다. 다 읽어보고 올 걸.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로 지레짐작해서 이 자를 추적해 온 시간이 아까웠다.
“에이, 형님. 헛짓 했소.”
“그러게.”
장비와 관우의 후회가 물씬 풍겨 나오는 목소리가 한빛환웅의 귀를 때렸다. 그는 눈을 빛냈다. 생각해보니 이들을 자신의 글에 출연시키면 독자를 더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혹시 내 글을 보신 적이 없다면, 어떻소? 이번 기회에 한 번 시작해 보는 것이.”
“우리는 우리가 주인공이 아닌 글을 보지 않는다. 거부감만 들 뿐이다.”
“아까 내가 뭐라고 했소. 삼국지 광팬이었다고 했지 않았소. 그런데 너무 편향적인 글만 보니 재미가 없어집디다. 삼국지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단 말이요. 게임 역시 코에이 삼국지 11까지 하고 12는 안하고 있소. 진 삼국무쌍은 4까지였는지 5까지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소. 온라인 삼국지도 3년 전에 접었소. 웹 삼국지 역시.”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아무리 자신들이 주인공이기는 하나 항상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결말이다. 거기에다가 자신들은 항상 사기 캐릭터같이 무력과 덕망이 하나 같이 높다. 결과가 정해져 있는 것만큼 재미없는 것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외식이라고 생각하고 보는 것은 어떻소?”
“난 불량식품은 먹지 않는다.”
“가끔 생각이 날 때 먹으면 맛있소. 매일 제공되오.”
“매일 말이냐?”
“그렇소. 단 한 번도 연재일을 빼 먹은 적이 없소. 주말 공휴일도 말이오. 전작까지 생각하면 170일 가깝게 연참하고 있소. 중간에 일일 3연참을 해서 연참대전 우승도 한 적이 있소이다. 지금 작품이 아닌 전작이지만, 일단 성실함은 보장해드리오.”
고민이 된다. 유, 관, 장 삼형제. 불량식품이라 표현했지만, 이 자의 말이 맞다. 가끔 그런 것들이 끌릴 때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관우가 대표로 말했다.
“조건이 있다.”
“무엇이오?”
“우리의 비중을 늘려다오.”
“아, 그러려고 생각했소. 내가 주류가 아닌 까닭에 삼국지를 주제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를 끌어 모으지 못했소. 그래서 인기 캐릭터를 좀 넣어 보려고 하오.”
“흥. 줏대 없기로는 그 글의 주인공 여포와 비슷하군. 글 쓴 이나 주인공이나 똑같도다.”
그의 말을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 앞에 보이는 세 가지의 무기가 겁이 나 한빛환웅은 입을 닫고 말았다. 그러나 생각은 자유다.
‘내 글에서 여포는 호걸로 나오고 있소. 줏대 없는 인간이 아니란 말이오. 그리고 나 역시. 원래 인기를 먹고 살고 싶은 게 작가의 마음 아니겠소? 글을 쓰면서 누가 봐주지를 않는다면 무슨 맛으로 쓰겠소?’
그때 그의 생각을 번쩍 뜨이게 하는 장비의 호통이 들렸다.
“포탈!”
“아, 여기 있소. http://blog.munpia.com/ajyms/novel/15323”
관심을 끌기 위한 홍보입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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