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추천글을 써 봅니다.
사실 추천글을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러 면에서 많이 망설이게 되지요.
- 이미 골베에 오른 글인데 굳이 추천을 쓸 필요가 있을까?
- 내가 좋아하는 글이지만, 너무 마이너해서 프롤로그 조회수만 올려놓지 않을까?
- 신선하기는 한데, 추천하기에는 약간 퀄리티가 부족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자꾸 미루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제게서 탄성이 나오게 만들어 주었을 때.
오늘 추천하고자 하는 글, ‘가후선생’님이 쓰신 ‘이능력자-강철의 군주’가 그런 요건에 닿았네요. ^^
사실, 약점이 있는 글입니다.
그 첫번째는 연재 사이트에서 인기 얻기 참 힘들게 만드는 시점 분산이지요. ^^
연재라는 특성상 대리만족을 가능하게 하는 특정 주인공의 발자취에 집중하지 않으면 전반적으로 글이 산만해 보이고 절정에 이르렀을 때의 카타르시스도 떨어지지요.
뭐, 간단한 이유 같습니다. 전편하고 연결이 잘 안 되니까요. 더군다나 연재 주기가 매일도 아니고 3~4일이면.
안타깝지만, 이해는 되지요. 하루에도 백여 편의 공짜 글이 올라오는데, 더구나 전문 작가님들이 쓰시는 눈에 쏙쏙 들어오는 글도 충분히 많은데, 굳이 따라가기 어려운 글에 무한애정 쏟기는 쉽지 않지요.
그런 판국에, 강철의 군주는 아예 대놓고 주인공을 버렸네요. ^^;;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지후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고는 봅니다. 가장 보편적 인류애를 지니고 있으면서, 가장 많이 언급되니까요. 사실, 능력 보정만 조금 더 해주면, 바로 주인공인데.. ^^a
또 다른 약점은 문장인 것 같습니다.
마침표와 마침표 사이를 만연체로 끄시는 편은 아닌데, 한 문단을 너무 길게 가져가시더군요.
아무래도 특이한 설정, 특이한 소재를 꾸려가시느니 만큼 설명이 많고, 그게 문단이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더군요.
어쨌든 그렇다 보니, 가독성이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상당수 독자분들이 그냥 죽죽 읽히는 글을 좋아하지 않으십니까.. ^^?
쓸 데 없어 보이는 설명(사실은 작가가 제일 공들인 부분은 거기일 텐데 말입니다. ㅜㅜ)은 대충 넘기고 본론을 봐야 하는데, 긴 호흡이 자꾸 방해될 겁니다. 그래서 자수에 비해 읽는데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이네요.
마지막으로는 사건 전개 속도입니다.
시점 분산과 맞물려 거의 분 단위로 장면이 나뉩니다.
지금 한참 전쟁 씬인데,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다 주인공이다 보니, 6시10분에 여기서 일어난 일, 6시 15분에 저기서 일어난 일.. 두루 훑어 주시네요.. ^^;;
그러다 보니, 결과를 놓고 말하면, 20회 분량의 글이 한 서너 시간 동안의 일이 됐네요..
예전에 하루 동안의 사건으로 한 권 반 분량을 쓰기도 한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한 번에 읽으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따라가기 벅찰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추천을 하겠다면서, 단점만 줄줄 서술했네요.. ^^;;
이제는 진짜 추천을 해야겠죠?
추천하는 이유 첫 번째.
공 들인 글입니다.
물론 모든 작가분들이 다 노력하시죠.
캐릭터에, 설정에, 사건 전개에.. 신선하면서도 개연성을 잃지 않게 하려고 다들 애쓰시지요. 압니다.
헌데,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하신 게 눈에 보입니다.
활자화까지 되지는 않았으나, 소설 속의 환경, 그리고 그 안의 삶이 작가분 머리 속에서 신검합일의 경지를 이루셨더군요.
이 정도 글이라면, 글이 안 풀릴 지는 몰라도 내용이 막히지는 않지요. 연중이 있을 지는 모르나 끝까지 가실 거라 봅니다.
그래서, 연재가 느린 편인데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거구요.
두 번째 이유는 살아 숨쉬는 캐릭터입니다.
중심 인물이 없다는 단점을 커버하려면, 얘는 이런 애, 쟤는 저런 애.. 확실한 캐릭터를 부여해서 흔들림이 없어야 하겠지요. 그래야 적어도 헷갈리지는 않으니까요.
근데, 그렇습니다. ^^
캐릭터 하나 하나가 과장을 시켜놓지 않았는데도 살아있다 느껴질 만큼 생생합니다.
캐릭터가 자기한테 맞는 대사를 치고, 자기한테 맞는 행동을 함으로써 읽는 사람을 웃음짓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여전히 주인공을 따로 안 두시는 것은 아쉽습니다만.. ^^;;
세 번째. 카타르시스가 있습니다.
사실, 글로서 사람에게 짜릿한 감동을 주기는 쉽지 않지요.
사람이 본래 생각처럼 잘 감동받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쓰는 방법이 극한 상황 만들어 굴리기이지요. 그리고, 희생과 분투를 버무립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 덤덤히 희생하는 것, 그런데 그게 아주 터무니 없어 보이지는 않는, 공감을 이끌어낼 때.. 감동받지요. 카타르시스를 맛봅니다.
강철의 군주에 있습니다. 좀 뒤에 있습니다만.. ^^;;
그게 가능한 것도 두 번째 이유인 살아 숨쉬는 캐릭터 덕이겠습니다만.
결론을 좀 내볼까요?
좀 덜 다듬어진 글입니다.
아니, 그 보다는 글 쓰는 스킬이란 측면에서, 많은 인기작들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글입니다. 최선을 다해 다듬었으나, 아직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말씀이지요.
허나, 좋은 글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세계에 대해 오래도록 상상하시고, 거기에 살을 붙이고 피를 흘려 넣으며 공을 들이신 게 눈에 보이는 글입니다.
제가 아무리 이렇게 주장해도, 열 분 중 아홉 분은 첫 두 화를 보시고 난 뒤에,
‘쳇, 내 취향은 아니구만..’
‘뭐래, 왜 이렇게 어려워.’
‘뻔한 애기구만, 뭘’
하고 떠나실 줄 잘 압니다.
그래도 쓰고 있네요.
남은 한 분이 이 글을 보고, ‘와! 진주네!’ 하실 수 있기를 바라며..
와, 쓰다 보니 거의 3천자네요..
이걸 갖다 붙여서 오늘치 연참대전 통과하면 안 될까요..? ^^;;’
포탈을 만들 재주는 없어서, 주소 갖다 붙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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