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오랫만에 추천을 써서 무슨 말부터 써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검색을 해보니 이 연재한담란에 제가 글을 거의 쓴 적이 없는지
하나도 검색되어 올라오는 게 없습니다.
그간 그냥 오며가며 댓글만 달았나 봅니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건데,
문피아에 와서 감동적인 글을 읽을 생각보다는
'Time Killing'을 하러 들리는 편이었습니다.
월급장이 입장에서 골똘히 머리를 굴리며 읽어야 하는 글은
일하다 글 생각에 빠져 뭔가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크니까요.
아, 그런데 요즘도 진짜 무협이 나오는군요.
읽으며 가슴이 먹먹한 이런 느낌, 진짜 오랜만입니다.
아주 우연히 보게 된 길지 않은 글,
'흑야에 휘할런가' 얘깁니다.
아래 다른 분이 쓰신 글을 보며 저도 옛 일이 떠오릅니다.
박정희가 총 맞아 죽었다는 소릴
만면에 웃음을 띈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하시니
모두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연쇄살인마가 숨어들어도 모를 정도로 겉으로 보기엔
빈한하고 각박한 동네였습니다.
공화당에 정치자금 안 바친다고 회사 뺏기고 산동네로 쫒겨온
아버지를 둔 친구,
부정부패 곧이곧대로 기사로 쓰려다
중앙정보부 끌려가 고문당해 반신불수가 된
전직 기자 아버지를 둔 친구,
선거 때만 되면 몰려오는 관광버스,
누군가 뿌리고 간 만원 짜리 한 장 든 흰 봉투,
서민들의 대통령이라는 아무개 씨가
박정희에 의해 소리소문없이 살해당했다는 소문,
그리고, 중선거구제임에도 야당만 둘,
아니면 야당 하나 무소속 하나 당선(그 무소속 하난
좀 있다 공화당에 입당해버리지만)되는 선거 뒤면
몰려오는 철거반.
이런 걸 보며 자라서 들어간 대학의 첫 봄은
80년 광주에서 죽어간 처참한 시신들의 사진으로 덮여있었고,
걸핏하면 교정을 수천의 전경과 백골단이 뒤덮고
드나드는 학생들을 폭행하던 시대였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돌멩이 하나 던져서 세상이 바뀌냐는 물음에
이런 선배의 답이 생각납니다.
'너네가 돌멩이 하나 안 던져보고 순치되어 세상에 나가면
바로 부르주아로 가는 도상에 서게 된다.
개뿔도 없이 부모님 주시는 등록금에 기대사는
가능성만 있는 학생 주제에 '앞날'이란 불투명한 기득권도
포기 않으려 이렇게 순치되어 살면,
장차 사회에 나가서
옳은 소리 할때 네 목숨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꼼짝달싹이라도 해보겠냐?'
살아보니 그 말이 맞습니다.
홀홀단신이 아닌 이상 일단 생계가 걸린 가족이 특히 발목을 잡지요.
옳은 소리 한 번 하려면 미운 털 박힐 각오를 단단히 하고
몇 년간 음으로 양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게 사회입니다.
이런 건 글의 배경인 원명 교체기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사회의 속성인가 봅니다.
그래서, 이리도
목숨 걸고 의를 위해 나선 이들을 그린 글이
가슴에 콰악 와서 박히나 봅니다.
새삼 먼저 간 동지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자는
오래된 맹서를 되새기게 하는 좋은 글입니다.
작가님,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새기며 읽겠습니다.
Comment '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