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피아의 평범한 독자 중 하나입니다.
제가 이 작품을 추천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 글을 여러분들과 함께 보기 위해서입니다. 혼자 보긴 너무 아깝거든요.
주인공이랑 주변인물은 세상과 삶으로부터 '낙오' 된 사람들입니다. 아직 이 낙오에 대해 명쾌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고 낙오가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하고 큰 떡밥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묘사된 바로는 죽음 내지는 그에 준할 만한 충격을 겪고 삶에 미련이 남은 사람들을 낙오자라고 부르는 듯하구요.
또한 혈관에 사이다가 흐르는 요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다른 낙오자들과 더불어 꽤 오랜 시간을 살았고 새로 낙오된 사람들을 인도하는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웬만큼은 초연하고 침착한 성격입니다.
세계관과 설정도 상당히 독특하고 매력적입니다. 낙오되고도 지성인들한테 버려진 야만인들이 모여서 사는 지역도 있고 먼 옛날부터 낙오돼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낙오자들도 있고, 낙오되는 것은 동식물도 예외는 아니라서 주인공 일행 사는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매머드도 살고 그렇습니다.
주인공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 이름이 눈꽃, 겨울비, 잿불, 서리단풍같이 자연물이고 지명도 무덤, 납혼당같이 영어를 안 쓰는 은유적이고 고전적인 표현이라 문학 감성도 새록새록 피어나고요.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필력은 굉장히 좋으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을 때 막히지 않게 적당히 넘어가면서도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기분이라 '굉장히 잘 쓴 글이다!' 싶은 생각이 팍팍 들어요.
캐릭터 조형도 정말 좋습니다. 정신은 몇천, 몇백살 이상 되었지만 몸은 한창 때의 여자아이라 헤실거리는 캐릭터도 있고
현대에 비해 뒤떨어진 기술력으로도 혼자서 무전기를 만들어내는 공돌이 캐릭터도 있고
낙오됐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거의 없는 개성 넘치는 사람들끼리 또 그 낙오됐다는 사실만으로 하나로 뭉치는 것도 되게 신선하고 기대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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