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더럽게 추운 겨울날. 썰썰거리며 밤퇴근길 걷고 있자면 쳇바퀴 도는 생활이 물려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허이연 입김처럼 덧없이 흩어지는 사람 사이의 관계도 다 똑같이 싫고, 쓰린 속 달래려 소주 한 병에 담배 한 갑 사면 저렴한 한 끼 식사값을 넘어가니 속 편할 날이 없지요.
이번 겨울 들어 정말 간만에 문피아를 다시 들러서 보게 된 “몬스터 부리는 남자”는 그런 건조한 생활 가운데 조금이나마 재미와 위안이 됐습니다.
작품 소개에서도 딱 알 수 있듯이, 환생물입니다. ‘죽음의 순간을 코앞에 두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와 인생을 바꾼다’는 플롯은 사실 그닥 드물지는 않지요. 개인적으로도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들 중에서 몇 권 비슷한 게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익숙함에 읽기 시작한 것이기도 하구요.
근데 “익숙한 건 나쁜 게 아니다. 식상한 게 나쁜 것”이라는 마케팅 쪽 말이 참 맞는 게, 정석적인 소재를 잘 풀어나가는 글이 당연히 재밌는 글이지요. 이 글은 지나치게 유치하지 않게, 너무 한 순간의 사이다만을 노리지 않은 전개로 천천히 환생물의 왕도 전개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13화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태도는 “환생했으니 난 뭐든 다 알고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오만함보다는 “내 경험을 살려 무엇인가를 바꿔보겠다”는 끈기와 의지에 가깝게 보이는데, 요새 제 입맛에는 이런 게 좋더라구요. 장기판에서 딱 봐도 이길 수 있을 타이밍인데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판을 좁혀가는 거. 물론 중요한 타이밍엔 남자답게 딱! 질러주는 것도 딱 맘에 들구요.
내용 상으로도 맘에 들고 작가분 필력도 상당해서 막히는 부분 없이 술술 잘 읽히는데, 아직 연재된 분량이 많지 않다는 점과 매력적인 여캐들이 많이 엮이지 않는다는 것은 사소한 아쉬움입니다.
익숙하되 식상하지 않은 왕도 환생물을 원하신다면, 여러 모로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아마 후회 안 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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