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물 #경찰 #현대판타지 #능력자
많은 판타지 소설의 서두를 한 줄로 요약하라고 하면 '주인공이 OOO가 되었다!' 일 거 같네요. 아침에 눈을 뜨니 능력치 창이 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멀쩡하게 회사나 학교를 다니다가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 버리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늦어도 3화 내에 바뀐 상황에 적응해버립니다. 자고 일어나니 15년 전으로 돌아온 뒤,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2회차는 다른 인생을 살겠어!' 라고 결심하거나, 차원이동을 한 뒤, 5화쯤 지나면 그럴듯한 용병이 되어 있죠. 최근 트렌드가 워낙 빠른 전개를 강조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저런 상황이 되면 어떨까 생각해보면... 적어도 20~30화 까지는 어어어... 어어? 하면서 상황에 끌려다니고 있는 발암고구마 주인공이 되버릴 것 같습니다 ㅠㅠ
'능력자 전담 강력반'은 하루 아침에 인생역전의 행운을 잡았지만, 아직 그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주인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은호는 하루에도 수십번은 볼 수 있는 배달대행원입니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열심히 한 것도 없고. 그냥저냥 휩쓸려 살다 보니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고, 여기에 별 불만도 없습니다. 새롭게 귀족계층이 되버린 능력자들을 부러워하지만, 상황을 바꿀 의지나 강한 불만도 없는, 그야말로 소시민이죠. 그러다 능력자 빌런과 마주친 것을 계기로 능력자로 각성해버립니다. 어어.. 하다가 '능력자 전담 강력반' 의 일원이 되어버리고. 또 어어.. 하다 보니 대한민국 유일한 능력 보유자임을 깨닫게 되죠.
하지만 이은호는 강한 능력에 비해 주인공스러움이 매우 부족합니다. 헌터가 되면 몇배~몇십배의 돈을 벌 수 있음에도 자신을 도와준 경찰들과의 정에 끌려 냉큼 능력자 전담반 형사에 지원해버리죠. 한국에 단 1명밖에 없는 능력자가 되면서 상황은 빠르게 변해가지만, 은호는 위에서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되더라도, 속 알맹이는 배달대행원 이은호와 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빠른 전개, 주인공스러움이 철철 넘치는 주인공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초반 이탈의 위험도 있겠군요... 이런 위험을 메워주는 것은 주인공의 압도적인 능력치입니다. 각성한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동료들이 애먹는 빌런을 손쉽게 잡아내고, 상위권 헌터틀도 애 먹는 몬스터를 혼자서 쉽게 잡아버리죠. '흠.. 답답하긴 한데, 시원시원한 부분도 있으니 좀 더 볼까...?'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 천천히 변해가는 모습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은호의 행보에 더 눈길이 갑니다. 짧게나마 경찰서 동료들에게 보호받던 시간이 끝나고, 주인공의 능력이 한국 전체에 알려진 상황입니다. 좋든 싫든, 더 큰 규모의 일들이 은호를 찾아올 것이고, 그때마다의 선택에 따라 은호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가겠죠. 제목으로 예측해보자면, 어려 사건에도 불구하고 은호는 능력자 전담 강력반 형사로 남지 않을까 싶은데... 미래는 작가님만이 알고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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