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에 떨어져 그곳의 바이킹 소녀 시그리드에게 별별 지식을 가르쳐 준 미래인 떠벌이 욘, 그조차도 설명을 피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녀가 사는 곳, 그린란드의 운명입니다.
그린란드의 바이킹 정착지는 얼마 안 가 역사 속에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시그리드는 이 엄혹한 운명에 맞서 싸우기 위해 ‘신대륙 이주 계획’을 세우고, 그린란드 밖으로 여정에 나섭니다. 그녀의 손에는 떠벌이 욘의 지식을 담은 “검은 책”이 들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린란드 바깥도 사정이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15세기는 대혼란의 시대. 백년전쟁, 튀르크의 약진, 흑사병 등 온갖 재난, 전쟁이 터지고 유럽 전체가 신음하는 시기, 이제 곧 세상이 망할 것만 같던 절망적인 시기.
하지만 소녀는 이 절망을 바라보면서도 주저앉지 않습니다. 오히려 온 힘을 다하여 달리고, 어려움의 파도와 맞서 싸웁니다. 그대로 주저앉아 있으면 예정된 운명의 돌팔매가 날아올 뿐이니까요.
겸손, 아량, 혜안, 신뢰를 제공하는 라이플을 들고서 전장의 판도를 바꾸고. 체코 사람들이 흑사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마녀로 몰렸음에도 교황청 특사 앞에서 당당히 ‘아니오’를 말하고.
어두운 배경은 시그리드를 체념으로 물들이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을 어두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크나큰 오해입니다. 숨이 차게 달리면서도 밝음을 잃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이 소설을 밝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문체도 그리 무겁지 않고요. 디즈니 공주의 모험 같은 느낌을 상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전작부터 엄청난 고증을 보여주셨던 작가님답게, ‘도대체 이거까지 조사를 어떻게 하셨지’ 싶은 철저한 고증은 이 소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린란드 바이킹의 신대륙 이주 계획’이라는 너무나도 흔치 않은 소재의 소설이지만 (그린란드 바이킹을 다룬 21세기 최초의 소설이라고 합니다), 보다 보면 어느새 이 작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거라고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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