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약간의 스포주의
대작이 될 수 있었던 수작. 내용, 소재 모두 양호한 작품이다.
이외에 양판이 판치는 요즘, 소신있는 글을 쓰는 작가이신 듯 하다. 좋은 점들이 많은 소설이나 이미 다른 추천글에 상세히 나와있으므로 굳이 여기에 적지는 않겠다.
그렇다면 추천글인데 뭘 쓰려나 싶을텐데, 작가님께서 보셨으면 하는 이 소설의 단점이다.
추천글임에도 이렇게 단점을 내놓는 이유는 이 소설이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이 단점 하나만 고쳐도 소설의 질이 급격히 나아지리라 생각되는 수작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생각 뿐일 수도 있지만 분명 이를 불편히 여기는 독자분들도 있으리라.
내가 말하고자 하는 단점은 바로 난잡한 시점이다. 소설의 시계열이 몰입감을 깨뜨릴 정도로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몰입할만 할 때마다 과거 이야기가 툭툭 튀어나와 흐름을 끊는다. 안그래도 템포가 느려 천천히 깊게 몰입해야할 소설이기에 이 단점이 크게 작용한다. 새 등장인물이 나올 때마다 과거 이야기를 구구절절 써놓으시는데, 초반에는 세계관 이해에 도움이 된다 치더라도 지금 연재분의 반정도 보는 와중에도 나아지지 않는다. 이는 어찌보면 작가님의 스타일이라 치부할 수 있겠으나 정도가 심하다. 인물의 시점만이 바뀐다면 군상극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과거이야기는 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작가님께서 이야기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인물의 과거를 녹여내는 데에 여려움을 겪으셔서 선택하셨거나 현재와 과거의 흐름을 동시에 써서 보여주시려는 새로운 시도일 수도 있으나, 일단은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쩌다 추천글에 비판을 적어버렸지만 이 단점과 여자의 세뇌가 풀린 경위에 대한 개연성에 약간의 의문이 드는 점을 제외하고는 그리 큰 문제는 없던 수작이다.
즉슨, 이 소설은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소설이라는 것이다.
정정한다. 아래 글과 댓글을 보라. 이 소설이 좋지 않다는 말을 반박한 과거의 내가 참으로 멍청해보이지 않는가, 젠장.
수정한다. 내 추천글을 보고 보러갔다가 실망하신 분들께 사과와 유감을 표한다. 이건 그냥 잘 쳐줘야 평작이다. 소설의 분위기와 방향성에 일관됨이 없고 다크한 어반 판타지마냥 기대를 부풀렸던 초반부는 과거 설명으로 첫타, 억지 연애전개로 두번째타, 그로써 이어지는 캐릭터성의 붕괴로 세번째타, 핍진성을 상실함으로써 기대되는 루키처럼 보였던 소설이 속이 영 아니올시다 하는 양판소와 별 차이가 없는 퀄리티로 속 빈 강정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아니, 양판소는 클리셰에서 오는 재미라도 있지, 이 가벼워지다 못해 은하 너머로 가버린 전개는 내게 거대한 실망감을 안겨주며 내가 대작을 평하기는 무슨, 길바닥 누렁이놈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내가 이런 글에 대작이라는 말을 썼다니, 정말 후회스러울 따름이다.
추천글에 이런게 올라왔으니 지워져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여기에 월야환담같은 쌈마이하고 깔쌈한 어반을 기대하고 들어왔다면 당장 나가라고 해주고싶다. 여기에 희망은 없다.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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