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로 '이과' 베이스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문과감성 충만한 SF는 글세.. 잘 모르겠더라고요. 감정선이 문장으로 화살표처럼 페이지 안에 빤히 나타나, 슬프다느니 기쁘다느니 아름답다느니 놀랍다느니 하면서 내 마음을 잡고 어딘가로 끌고가려할 때는 오히려 갑갑해져서 글을 덮습니다.
제가 원하는 Sf는 역시 우중충하고, 세기말적이고, 기계! 초능력! 그리고 뭐 적당히 버무릴 수 있으면 주술이나 귀신 등도 나쁘지 않죠. 중요한건, 그 비내린것 같은 추적추적한 공간에 떨어지는 물한방울도 상상되는 현장감과 그리고 도파민 가득한 상상속 기술의 묘사로 가득해서 내 심상에 어떠한 세상이 구축되고.. 독자 자신만의 감정선으로 스토리텔링에 빠져들 수 있는가 없는가. 그거라고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건.
어쨋든 개취이겠습니다만은, 읽다가 문득 추천이 하고싶어 들어온 제게, 이 글의 주인공 '로크'는 카우보이비밥의 '스파이크'와 겹쳐보입니다. 아마도 무심한 듯 세밀하게 표현하는 공간 안에서 제가 받은 인상이, 두 작품(그리고 많은 셜록홈즈들)을 관통하는 어떤 요소가 분명히 있다고 보이기 때문 아닐까합니다. 물론 '오러소드를 든' 스파이크 이겠습니다만은 ㅎㅎ
아마 이 글은.. 양판소 판타지 소설. 즉 시간 때우기용으로 글을 소비하시는 분들은 끌고가기 힘들 수도 있다고 봅니다. '상상'이라는 수고를 반드시 해야만 하거든요. 수고하는 만큼의 재미는 그 수고 이후에 배가 되긴 하지만, 글을 접해보시면 상황을 꽤뚫는 간결한 묘사들을 하나하나 마치 머릿속에 애니메이션 그리듯이 하는건.. 확실히 영상매체를 주로 접한 새대애선 익숙하지 않은 노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번 추천하고 싶네요. 요즈음 저도 한 페이지 넘기는데 2초도 안 걸리는 여러 작품들도 같이 소비하는 대소비시대의 독자긴 합니다만은.. 한 컷 넘어갈 때마다 곱씹으며 상상할 수 있어서 기꺼이 행복하게 천천히 소비할 수 있는 작품을 되도록 여러분께서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어 근데.. 이 소설 제목이 뭐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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