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첫 유료화 전환을 한 글을 쓰고 있는 초보 작가입니다.
코로나 실직 후 작가라는 직업으로 전업을 하게 되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직장 다닐 때와는 전혀 다른 스트레스를 안고 살게 되더군요.
독자일 때는 출퇴근 길에 버스 안에서 웹소설을 쪼아보는 게 취미이자 즐거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글을 쓰게 되다 보니 다른 작가님들이 쓰시는 글들을 읽는 것이 소위 ‘인풋’이라는 행위가 되면서 글을 읽는 재미가 뚝 떨어졌습니다.
투베 상위권 작품을 읽으면서 이 작품은 왜 인기가 있을까 끊임없이 분석하면서 보게 되고, 제 글과 유사한 장르의 글들은 혹시나 영향을 받을까 봐 일부러 피하기도 하는 등 독자로서의 즐거움을 잊어버렸다고나 할까요.
저는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이번 공모전에도 참전하지 못했습니다.
두 작품 동시 연재를 할 깜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작가로서 참여도 못하고, 독자로서 즐기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이 작품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분석 없이 읽는 독자 모드로 돌아가게 해준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사냥꾼’ 출신입니다.
무협 주인공으로는 상당히 독특한 직업인데, 평범한 사냥꾼이 아니라 금역에서 사는 대형 마물, 마수들을 잡는 집안의 후계자입니다.
이들이 금역을 벗어나 세상을 어지럽히지 못하도록 숨어서 묵묵히 일하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여읜 주인공에게는 뒷다리가 불구인 곰순이라는 붉은 곰이 유일한 가족입니다.
주인공이 사냥으로 집을 비운 사이, 오대세가의 자제 다섯 명이 이 곰순이를 잔인하게 희롱하면서 죽이고 내단을 뽑아 술을 담가 먹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머리를 잘라서 전리품으로 가져간 놈, 발톱을 잘라서 목걸이를 만든 놈 등등...
사냥에서 돌아와 이 참상을 목격한 주인공이 복수행을 시작하는 게 이 작품의 메인 스토리입니다.
무림버전 존윅 같은 출발입니다.
주인공의 무공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무협지에서 등장하는 전형적인 주요 문파들의 무공과 완전히 결이 다른 느낌.
압도적인 신력과 외공의 힘을 바탕으로 금역의 짐승들의 힘과 동작을 본뜬 무공을 사용합니다.
주로 사용하는 무기도 검, 도, 창 같은 주요 병기가 아닌 손도끼, 활, 올가미 같은 사냥꾼의 무기를 사용합니다.
백면서생 같은 미남자가 내공을 바탕으로 검을 쓰는 고수가 주인공인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무협 주인공이 아니라서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주인공에게는 봉인된 능력들이 있는데 많이 쓰면 페널티가 있는 특수 기술들도 나옵니다.
얼핏 보면 단순 무식하게 다 패는 무림판 야만전사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사냥꾼답게 추적도, 전투도 철저하게 사냥꾼의 입장에서 진행됩니다.
평소엔 주인공이 머리쓰는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전투에 돌입하면 사냥꾼으로서 치밀하게 설계를 하며 싸웁니다.
무림인답지 않은 주인공의 개성이 이 작품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복수행의 첫 제물은 당가의 딸인데, 이 첫 액션신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 작품의 첫 추천글 제목이 ‘진짜 다 찢어 죽이는 소설’입니다.
말 그대로 무인들을 찢어 죽여버립니다.
강력하고 호쾌한 액션이야 말고 이 작품의 최대 장점입니다.
상대와 길게 말을 섞고, 머리를 쓰면서 설전을 벌이고 그런 거 없습니다.
‘넌 사냥감, 난 사냥꾼’ 앞길을 막는 놈들은 다 죽입니다.
주인공은 양성평등주의자입니다. 여자라고 봐주고 그런 거 없습니다.
혼자서 전 무림을 상대해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의 용기와 배짱, 압도적인 무력.
진짜 개 상남자이자 한 마리의 맹수 같은 포스의 주인공입니다.
복수행을 이어가는 주인공에게 히로인들이 꼬입니다.
‘히로인들’ 네, 하렘물 성격이 있습니다.
작가님의 전작을 보면 이 방면에 조예가 깊고 내공이 상당하신 작가님입니다.
여자와 속세에 대해 잘 모르는 주인공이지만 아주 그냥 짐승스러운 매력을 뿜뿜하면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여자들한테 휘둘리고 발목 잡히는 모습은 없습니다.
그래서 시원시원합니다.
암튼 글 쓰다가 막히고 힘들 때 읽으면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작품이라 열독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추천글의 댓글을 보면 이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전형적이지 않은 주인공의 캐릭터나 작가님의 개성있는 문체 때문인 듯합니다.
저 역시 이 작품이 공모전 최고의 무협작품이다 이런 식으로 칭찬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처럼 취향과 입맛이 맞는 독자 여러분들에게는 더워지는 날씨에 시원한 별미가 될 것 같아서 추천 드려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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