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먼치킨? #아카데미물? #이고깽
00년대, 사이케델리아 이후 이세계-고교생-깽판물, 속칭 이고깽 물이 한창 유행을 탔습니다. 하지만 동 시기에 시작된 게임 판타지 소설이 00년대 후반기 큰 인기를 끌며 사라져갔고, 그 자리는 현판, 레이드물, 그리고 한국식 이세계물이 등장하며 현재에는 완전히 사라진 장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일본에서는 이 기묘한 장르가 현재진행형으로 인기를 얻고 있죠. ‘금색의 문자술사’, ‘이세계 전생 소동기’, ‘이세계 마법은 뒤떨어졌다!’ 같은 고교생 주인공물부터 ‘터무니없는~방랑 밥’, ‘전생했더니 슬라임~’, ‘데스마치에서~’ 같은 청년 주인공물까지 다양하게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이고깽 이후 천 년]은 그런 이세계에 전이된 고교생이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고 제국의 왕이 된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데릭’은 교회에 소속된 해결사로, 견습 수녀 ‘필리아’에게 의뢰를 받아 이 세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기프트’를 이용하여 범죄를 일으키는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장장 10년간 그런 역할을 해온 주인공에게 수녀 ‘필리아’는 황제의 대학 입학이 결정되었으니 주인공에게 당분간 해결사의 일을 멈추고 대학에 입학을 하라고 합니다. 가서 일이 터지면 알아서 해결하고 문제가 없으면 공부나 열심히 하라며 등 떠밀리듯 대학으로 출발하는 주인공.
그렇게 도착한 대학은 명부마도 그 자체입니다. 황제, 교회의 높은 분, 검으로 유명한 타국의 왕자와 황제에게 잘 보이려는 귀족들까지 인산인해. 그 사람들이 모두 주인공의 기프트에 휩쓸리며 이야기는 멈춤방지턱도 없는 언덕 아래로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이고깽 물의 대표적인 요소는 현대인 천재론이죠. ‘이게 총이야!’, ‘이게 윤작이야!’, ‘이게 감자야!’ 같은 것부터 ‘아아.. 이것이 직화로 굽기, 라는 것이다’ 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독자들은 대부분 아시는 사실로, 약 2천년 전... 그러니까 우리가 ‘고대’라고 불리는 시절에도 공업의 부산물로 탄생한 현대 기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것이 나와 있었죠. 해서 의외로 현대인이 진짜로 이세계에 떨어진다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게 현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일본의 이세계물이 선택한 것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주변 인물들의 지능을 떨어트린다’ 였습니다. 주인공이 뭐만 해도 ‘아앗 ㅇㅇ님 대단해!’를 외치는 그런 상황이 반복되고 그 끝에 치즈는 있지만 굽는걸 모르는 엘프 같은게 탄생했습니다. 실로 재앙입니다... 재앙...
이 작품은 그런 요소에 대해 위트있게 비틀어 해석하고 있습니다. 본 작의 작가는 [언어의 신, 신화를 쓰다]를 쓰신 [태대비] 님으로, 신화를 독특한 방향으로 보여준 전작만큼이나 독특한 그런 작품입니다.
이고깽이라는, 요즘 보면 꽤나 수수한 소재를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한 작품 [이고깽 이후 천 년]을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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