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제가 이 열차를 운행하고 수없이 많은 고객들을 만난 결과, 의외로 종점은 고객님에게 가까운 곳에 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4장 中
과잉감정에 오버액션하는 캐릭터들 없습니다.
가벼운 문체도 아니고
하렘도 아니고
틀에 박힌 클리셰나 개연성없게 가벼운 배경설정도 없습니다.
문피아의 많은 분들이 기피하시는 그런 라노벨의 특징들은 단연코 하나도 없습니다.
작가님은 이 이야기의 장르를 라노벨로 설정하셨으나, 우리가 쉽게 이미지하는 그런 라노벨과는 상당히 다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잔잔하고 느린 호흡으로 진행됩니다.
시대적 배경은 현실 역사로 치면 제국주의와 산업화로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전쟁이 만연하던 19세기 말의 격변기.
격변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
시류를 잘못읽고, 잘못 투자하여 모든 자산을 잃어버리고, 자살하여 사망보험금이라도 가족에게 남겨주려하는 사업가.
지독한 전쟁에서의 ptsd로 망상속에 빠져 길을 잃은 전직 군인.
급변하는 유행속에서, 자극적인 것만 찾는 대중속에서 길을 잃은 예술가 등.
자신의 삶의 길을 잃은 다양한 사람들 앞에 노선 없이 운행되는 기차, 라인 캐터필러는 나타납니다.
승객이 가장 원하는 장소를 가리키는 나침반에 따라 승객의 사연과 삶을 따라가면서 ,
승객이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고,
승객의 잃어버린 삶의 길을 되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라인 캐터필러가 하고자하는 일입니다.
절망하고 상처입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가장 원하던 장소를 여행하며, 소중했던 기억과 소중한 사람들에 의해 상처를 치유받고 다시 스스로의 삶의 길을 찾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이 열차의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깊은 상처와 사연을 지니고 있는 듯한 열차의 차장과 견습승무원도 조금씩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해가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읽으면서 제 마음도 같이 따뜻해지고 치유받는 것을 느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읽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읽던 도중에 참지 못하고 이렇게 추천글을 씁니다.
1장 초반에 잘 안읽힐 수도 있습니다. 약간 답답하게 느껴지는 서술과 묘사가 계속되는데, 이후 그런 서술이 계속된 이유가 밝혀지더군여.
저 같은 경우는 1장과 2장에서 잔잔하게 감동받고,
3장에서 큰 감동과 큰 흥미를 느꼈고
4장을 읽다가 이야기가 너무 아름다워 이렇게 추천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만 읽을까 싶었던게 두번 있었는데
그게 1화하고, 3장 초반이었습니다.
1화는 위에 말했듯 좀 답답해서 였고, 3장 초반은 별로 안좋아하는 캐릭터가 오마쥬되어서였습니다.
하지만 1장의 묘사방식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3장은 이야기의 감동은 물론이고 신비한 기차 라인 캐터필러와 주인공 들이 가진 사연이 조금씩 드러나 가장 흥미로운 챕터였습니다.
문피아를 오랫동안 이용하면서 긴장감 넘치고 비장미 넘치는 명작들은 많이 보았지만, 이 작품처럼 잔잔하게 아름답고 따뜻하다고 여겨지는 이야기는 처음인 거 같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추천글입니다만 따뜻한 이야기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정말 강추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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