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예전에 드림워커라는 소설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연재되었던 작품 중 하나가 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바로 오트슨 작가님의 『갑각 나비』입니다.
『갑각 나비』는 기존의 어떤 소설과도 궤를 달리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지금껏 꽤 많은 소설을 읽었지만,『갑각 나비』만큼 독창적인 전개와 소름 돋는 연출을 선보인 작품은 본 적이 없었어요. 적어도 웹소설에서만큼은요.
그런데 요새 문피아에서 화제가 되는 소설이 있길래 읽어봤더니,『갑각 나비』 이후 느껴본 적이 없는 충격을 거의 십 년 만에 다시 받았습니다.
바로『전생하고 보니 크툴루』가 그 작품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 작품을 위해서 감기도령 작가님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소설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번역체 문장이 의도적으로 사용되을 뿐만 아니라, 배경인 19세기 말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인물, 사건, 생활상, 문화까지 생생하게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찰스 배비지, 프린세스 앨리스 호 사건, 적기조례, 우드바인 담배... 자료조사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서술들을 읽다보면 작가님께서 진짜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저는 크툴루 신화와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의 어둡고 우중충한 분위기가 이렇게 잘 어우러질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무엇보다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의 가장 큰 특징은 문피아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독창적인 전개와 소름 돋는 연출입니다.
조금씩 긴장을 고조시켜가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다가 클라이맥스에서 터져 나오는 광기는... 표현된 것을 보면 정말 소름 돋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특수연출이 포함된 PC 버전 편을 꼭 보세요. 이건 직접 읽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알려지기 시작한『괴담 동아리』가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면서 큰 인기를 얻은 것처럼,『전생하고 보니 크툴루』 역시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다만, 유쾌한 분위기의 『괴담 동아리』와는 다르게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는 분위기가 상당히 진지해서 독자 풀이 상대적으로 좁습니다. 지금보다 작가님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갑각 나비』는 지금처럼 웹소설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에 연재되어서 오랫동안 연중되었다가, 2019년 4월에 19년만에 다섯 권으로 완결이 되었습니다. 만약, 『갑각 나비』가 지금 같은 환경에서 연재되었다면 오랫동안 연중도 되지 않고, 더 나은 작품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는『전생하고 보니 크툴루』가 『갑각 나비』보다는 주변 상황이 더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이처럼 독창적이고 훌륭한 작품이 인기가 떨어지지 않고 지금 퀄리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사히 완결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많은 분께서 이 소설의 매력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무사히 완결까지 나와서 황금가지 출판사 같은 데서 출판되어 종이책으로도『전생하고 보니 크툴루』의 소름 돋는 연출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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