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의 분위기와 약간 다른 분위기를 띄고있다는건 알지만, 이런 재밌는 소설이 묻혀있는게 너무 안타까워서 한 글 적어봅니다. 부디 한번만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3화이상 읽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취향에 맞지 않았던건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반발심에 가까웠습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웹소설속 최종보스의 보좌관에 빙의되면서 시작됩니다. 아직 흑화하기 전의 시점의, 과거사가 딱한 최종보스. 이 신물나는 설정에 반발심이 들었습니다. 남성향에 익숙하신 분들은 평범하다고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설정은 이미 로판에서 진절머리나게 써먹혔습니다. 그리고 결과물 대부분은 몰개성한 양산형 그 자체였죠. 때문에 자동적으로 저에겐 이 작품이 몰개성한 작품들과 동일시 여겨졌습니다.
그러던 얼마 전. 읽을만한 작품을 찾아 헤메던 중, 우연히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몇십화를 무료로 보여주는 이벤트였습니다. 시간도 남아돌고 돈도 안들겠다, 딱 무료분까지만 읽자. 그 마음가짐으로 소설을 읽었습니다.
처음엔 긴장해서 어리바리 타는 주인공이 탐탁치 않았습니다. 미묘하게 로판같은 흐름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자신이 좋아하는것조차 모른는, 도구마냥 키워진 성검의 주인 후보. 주인공은 그런 그의 과거에 동정하고, 그렇게 만든 그의 부모와 저택사람들을 혐오하고, 그가 좋아하는걸 찾아주기위해 노력해갑니다. 그리고 정말 직진 그자체로 공작님께 들이박아서 그를 바꿔나갑니다. 바꾼다기보단, 공작님이 원래 가지지 못했던 것을 되찾아 준다는 것에 걸맞습니다.
점점 이 소설은 무언가 다르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어느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소설은 양산형 로판따위가 아닙니다. 더불어 이 소설을 bl이라며 혐오하는것 조차 이상할 따름입니다. 왜냐하면 이 소설의 공작님과 주인공의 사랑은 '가족애'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가족애와 연애감정은 엄연히 다른것이니까요.
주인공인 시온은 부모와 같은 위치에 서있습니다. 진지하게 공작님과 마주하며, 자신이 잘못하면 이 사람에게 나쁜영향을 끼칠것을 알기에 고찰하고, 책임감을 지니고 애정으로 공작님을 일으켜 세웁니다. 그게 부모가 아니라면 누가 부모일까요. 가족이 아니라면 누가 가족일까요.
처음엔 그저 평범해 보이는 시온은 점차 갈수록 그저 빛이됩니다. 물에 빠지면 입만 둥둥 뜰것같은 주둥아리 술. 얼빠져 보이지만 기민하게 돌아가는 통찰력. 그리고 진지한 부모의 마음가짐. 사실 마지막이야말로 그 어떤것보다 대단한 능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소설들처럼 주인공에게 대단한 무력이 생기는것도 아닙니다.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둔재에 불과하고, 그것을 커버할 템빨도 없습니다. 그런 무력적인 부분은 공작님의 역할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없어서는 안될 변혁의 구심점입니다. 또한 무력이 없이도 충분히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공작님, 세르펜스의 성장물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주인공 이외엔 사람취급도 안했던 공작님이 친구도 생기고, 동료도 생기고, 웃고, 좋아하는게 생기는 그 모습을 따라가다보니 보는 제가 더 흐뭇해 지더라고요.
이 둘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게 그려집니다. 입체적인 인물들이 상호작용하며 더 매력이 부각되죠. 이 이상의 설명은 딱히 필요 없으리라 사료됩니다. 인물이 입체적이라면 다른것은 거기에 따라올 뿐이니까요.
이 소설은 힐링물 육아물이긴 하지만 마냥 일상물은 아닙니다. 소설의 배경이 '마왕강림'이기도 한 만큼, 대륙에 위기도 많이 찾아오죠. 주인공의 책에대한 지식으로 동료도 영입하고, 보물도 찾고, 의도치않게 비밀조직도 만들어서 흑막놀이도 합니다. 더불어 착각계의 성향도 꽤 드러납니다. 그런부분이 소소한 재미죠. 한마디로 힐링과 요즘 유행하는 판타지 물의 재미있는 부분을 빼서 합쳤습니다. 때문에 두가지 재미를 모두 맛볼 수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후기도 나름의 재미중 하나입니다. 작가님의 후기를 보면 왜 이 소설이 따뜻한지를 알게됩니다.
마지막으로 어디에 쓸지 모르깄어서 빼낸 tmi. 주인공 육아교육과입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쓰고나니 제가 오히려 이 작품에 대한 흥미를 떨어트릴까 조마조마 합니다. 재밌는 작품을 소개하고픈 마음이 너무 큰 이기심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혹시 이 글을 읽고 소설을 읽어주시는 분이 계신다면 이란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분들, 부족한 글 전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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