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보기 드물고 좋은 작품은 더더욱 찾기 어려운 것이 역사관련 소설이죠. 퓨전으로 역사를 소재로 사용하든, 대체역사물이든, 역사물을 빙자한 로맨스든. 특히나 흔히 책으로 나와있는 장길산, 태백산맥 류의 장편역사소설이 문피아에서 연재되는 경우는 거의 못본것 같습니다. 애초에 장르소설과는 좀 거리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좀 아쉬운 점이죠.
고려거란전기는 그 보기드문 진짜 역사소설입니다. 작가분도 애초에 출판을 생각하고 쓰신듯 하고, 여기는 공모전에 올리고 그만두셨다가 독자들의 청원에 약간 연장연재(?)를 하시는 중이죠. 그런만큼 장르소설 특유의 먼치킨, 통쾌함 그런거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하지만 그런 단점을 제외하고도 정말 볼만한 소설이기에 이렇게 추천글을 올리게 됬습니다.
먼저, 이 소설이 다루는 소재입니다. 2차 여요전쟁, 흔히 거란의 2차 침입이라고 국사시간에 배운 바로 그 사건입니다. ‘양규의 분전’ 정도만 잠깐 언급되고, 1차의 서희나 3차의 귀주대첩, 강감찬보다 훨씬 존재감이 작은 전쟁이죠. 하지만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양규장군은 거란 황제의 친정으로 주력군이 대패하고 개경까지 공격당하는 상황에서 거란군 후방을 괴롭힙니다. 그냥 괴롭히는 수준이 아니라 겨우 수천의 병력으로 빼앗긴 성을 탈환한다던가, 야전으로 거란군을 격파한다던가 하면서 거란군의 후퇴를 이끌어내고, 결국 후퇴하던 거란군과의 싸움에서 전력차를 이기지 못하고 장렬히 전사하신 분이죠. 이처럼 2차 여요전쟁은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에도 불구,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소설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다룹니다.
그냥 다루기만 하느냐, 그것도 아닌게 이분이 요사, 고려사 등등을 참고하면서 우리측 인물은 물론 거란측 인물들까지 성격과 개성, 그 내력등을 세밀하게 짜서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소설이니만큼 역사에 기술되지 못한 부분은 소설적 상상력이 가미되어있지만 오히려 더욱 자연스럽고요. 인물 심경묘사라던가 상황설명이 지루해지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단순히 적장 이름 정도만 서술되는 타 소설보다 훨씬 몰입이 되는 요소기도 합니다.
전투신 묘사의 사실성과 구체성 또한 뛰어납니다. 음성상징어가 난무하지 않는 상대적으로 건조한 문체인데, 전투장면의 고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강조의 검차진과 거란군이 이를 뚫어내는 장면의 묘사는 비록 어느 정도 상상에 기반한 것이지만 단연 백미라 할만 합니다. 다만 전투장면 특유의 긴장감은 조금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적어도 역사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듣 합니다. 앞부분을 계속 읽어나가기가 조금 버거울 수 있는데, 어느 정도 지나면서 소설 내 상황이 이해되면 완전히 몰입해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연재되는 곽주성 탈환장면은 그동안 아쉬웠던 통쾌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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