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아크
작품명 : 유성
출판사 : 로크미디어
전 솔직히 장르 소설 중에서도 게임판타지를 조금 무시했었습니다. 나올 수 있는 배경이 한정적이기 때문이었죠.
친구들의 엄청난 추천을 받아 먼저 읽게 된,매니아층이 두터운 달빛조각사나, 비교적 짧은 연재로 끝을 낸 대장장이 지그의 경우는 정말 인기를 끌 만한 요소가 많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약간의 실망을 했었고, 겜판의 결정판은 달조까지인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아크를 읽기 전까지는요. (사실 로스트 킹덤의 작가분이 아니셨다면 아크도 안 봤을 수 있습니다;;)
우선 대중적으로 보급된 게임은 서양 중세를 배경으로 하며, 플레이어가 인간, 오크, 여러 엘프, 여러 난쟁이족(드워프와 호빗, 노움 등)을 선택해 공통된 최고의 악을 무찌르는 스토리를 지닙니다.
직업도 전사/도적/힐러/법사 등 한정적이고, 스킬도 8-90년대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겜판에서 성공한 두 작품인 달빛조각사는 제목으로도 쓰인 "조각사"라는 특이한 직업을, 지그는 대장장이라는 마이너 생산계열 직업을 부여해 의외성을 뒀었죠.
아크는, 위의 두 작품보다 비교적 더 전형적인 성격을 띠지만, 더 "현실적이다"라는 무기를 빼들었습니다. 게임 아이템의 너무나도 세세한 설정과 세분화된 스킬, NPC와의 대화. 주인공에 치중하는게 아니라 주인공이 즐기는 게임 자체에 파고들어 겜판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죠.
(어떤 분들이 보기에는 다른 소설들의 설정을 모두 뭉쳐놓은 질질 끌기만 하는 양산 소설로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보너스로 작가분의 필력. 묘사도 세세한 건 좋지만 역시 또다른 매력은 유머러스한 작가분의 리딩이죠. 간간히 소소한 욕설을 섞어가면서 웃음도 끊이지 않고.
또 현실성 얘기로 돌아오자면, '가상현실'을 가능케 하는 도구의 설정. 달빛조각사에서의 '게임 캡슐'은 너무 비쌉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근 미래라고 하더라도 대충 보여지는 화폐 가치는 지금과 차이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에 비해 너무 많은 캐릭터가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지그에서의 캡슐은 너무 싸죠.
아크는 1000~5000사이, 몇만명정도가 즐긴다는 설정에서 제일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게임회사에 입사시키려고 2000명을 끼워 넣었죠. 세계최고의 게임회사에 입사시키려는 열정이 가득한 게이머를요.
스토리의 전개도 분명 주인공의 먼치킨함에 기인합니다만,
주인공 외에 그와 비등한 능력치를 가진 아군이 6명이 더 있다는 점과 악역이 몇 배는 더 강하다는 점, 아크의 사기성은 그 어이없이 강력한 보너스 스탯 외에 주인공의 창의성에 의존한다는 점, 그리고 아크와 그의 친구들은 악역인 빨간남자ㅡ아마도 도망친 게임 개발자라는 천재ㅡ의 손바닥 위에서 그의 도움으로 활약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1인당 한 아이디, 삭제 복구 불가능이라는 부분과 게임 회사에서 현거래를 허락한다는 점에서 미래 게임의 가능성도 느꼈고요.
지금까지 아크에 대한 칭찬으로 도배했습니다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제가 달빛조각사를 읽으면서 살짝 실망했던 부분은,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파는 사람이 어떻게 '다크게이머'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얻을 수 있는지라는 부분이었습니다.
현실에서는 작업장, 짱깨, 알바 등 비하의 의미를 담긴 어조로 불리니까요.
아크는 이런 단어 선택을 하질 않으니 괜찮았습니다만, 역시 현거래 설정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골드의 가치가 너무 높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게임에 목숨 건 사람이 2000명이라고는 해도 1골드=10000원이라니.... 지금 아크가 번 돈만 다 합쳐도 엔간한 음식점, 대표적으로 치킨집 하나는 차릴 수 있을 겁니다.
'기적의 간병'과 '쓰레기인줄 알았던 스킬도 사실 좋더라'라는 진행방법은 이제 지루합니다.
저는 갈킨족과 과부 어머니를 간병하는 부분에서 감동을 받아버렸기에 할말은 없습니다만(-_-);;;
또 지그와 달조, 아크에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아쉬움이죠. 주인공이 사용하는 무술의 신격화 부분. 모두 사기적인 두뇌나 센스를 갖고 있는 설정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검술이나 극기도라는 무술, 그리고 태권도의 신격화. 이부분은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_-;;;
살짝 끄는 듯한 전개 속도도 문제는 문젠데....
연재속도가 워낙 빠르니 -ㅇ-;;;;;
마지막으로 주인공 성격이나 환경의 진부한 설정. 처음에 말했던대로 이해는 합니다만, 그래도 아쉬워요^^
달빛의 조각사와 많은 부분에서 다른데 (스킬의 유사성은 현존하는 모든 RPG게임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성격과 환경이 너무 비슷해서 폄하까지 당하니까... 아쉽네요.
끝으로.
제가 게임판타지라는 장르가 있다고 느꼈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던 건 역시 게임에 몰두에 독자가 게임을 하는듯한,
혹은 그 게임을 하고 싶게 하는 매력이라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 점에서만큼은 아크는 최고의 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직접 게임을 하는 듯한 생생한 느낌은, 제가 이후로 게임판타지에 혹해서 많은 작품을 읽고 있습니다만, 아직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게임판타지에 관심이 없으신 분께도 감히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p.s. 9권 정도부터의 약세도 17권에서 작가님이 페이스를 되찾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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