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고의 숲 Mythago Wood, 1984
저자 : 로버트 홀드스톡
역자 : 김상훈
출판 : 열린책들
작성 : 2009.10.26.
“만들어가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인가? 신화는,”
동원예비군의 3일째로 마지막 날. 4년차라지만 처음으로 동원에 소집되었던지라 앞선 경험자들의 충고에 따라 읽을 책을 잔뜩 싸들고 갔더니 시간한번 잘 흘러갔었습니다. 아무튼, 기대하지도 않은 즐거운 만남이 있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하는군요.
작품은 숲 내부의 깊숙한 영역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흥분으로 하나 가득 넘쳐나는 친구를 향한 초청형식의 편지글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소집영장을 받았기에 마지못해 전쟁터로 나가게 되었으며,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었고,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전쟁이 끝나게 되었음에 아직 살아남아있다 말하는 한 청년이 이야기의 바통을 잡게 되는 것으로 본론으로의 장이 열리게 되는데요. 오랜 지병으로 결국 세상을 떠난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의 삶의 터이자 홀로 남아있을 형을 찾아 산장으로 오게 되었음을 말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일기장’을 중심으로 점점 히스테리를 보이기 시작하던 형이 결국 숲속으로 들어가 실종되어버렸던 것을 시작으로, 숲에서의 방문자들을 하나 둘씩 마주하게 됨에 경악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그런 그 또한 숲에서 벗어나기보다는 그곳으로 들어가야 할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음에, 결국 ‘그녀’를 되찾기 위한 험난한 여행길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를 위해 준비되어진 ‘신화’라는 이름의 톱니바퀴와 그것의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움직임뿐이었는데…….
친구가 준 것이었는지 지인분이 주셨던 것인지는 이제 뚜렷한 기억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의 취향이 아니었기에 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에게 인도해주셨음으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저 역시 오랜 시간의 보류상태를 말할 수 있듯. 처음 읽어들어 감에 있어서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엔더 위긴 시리즈’를 통해 ‘숲’과 ‘삶’에 대해 어느 정도 맛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인지, 그저 낮선 장르에 푹 빠져볼 수 있었는데요. 마침표를 향하는 그 숨 막히는 전개에 넋을 읽었다가도, 역자분이 준비해두신 [해설]을 통해서는 서구의 문화권에서 말해지는 ‘숲’에 대한 사고의 확장을 경험해보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부록마냥 함께하는 주요저작 목록을 통해서는 이번의 시리즈가 1998년으로 ‘미사고 사이클 6’까지 표시되어있어 조사를 해보니, 으흠.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책으로 더 이상의 진도가 나아가고 있지 않음을 확인해 볼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전형적인 모험소설의 옷을 입은 ‘SF’라고 감히 장담하고 싶습니다. 어떤 이들은 ‘Science Fantasy’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서서도 수차례 말한 SF철학을 중심에 확실히 못 막고 있다고 감히 장담하고 싶은데요. 그럼에도 SF철학보다는 ‘신화’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보니, 다른 ‘미사고의 숲’들도 만나보고 싶어졌습니다.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신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말 그자체로 ‘환상문학’이라구요?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이라구요? 전설, 민담, 괴담의 선물세트라구요? 좋습니다. 저는 우선적으로 세 번째 의견을 고수하고 있었는데요. 다른 작품과 기록들에서는 ‘마이크로 블랙홀’로 묘사되어 ‘시공의 문’이라고까지 설명되는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 ‘미사고의 숲’을 말하고 있다 판단이 섰던지라, 신화의 생성과 소멸의 반동을 이런 차원의 맞물림 속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미싱링크’를 조합하여 신화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제 뇌에서 생성해 볼 수 있었는데요. 아아아. 모르겠습니다. 아직 뭔가 부족하기만 하다는 생각에 계속되는 ‘미사고의 숲’들을 만나보고 싶을 뿐이로군요.
그러고 보니 예비군과 관련하여 ‘신화’에 대해 말해본다는 것이 이상한 방향으로 흥분해버리고 말았는데요. 아무튼, 결국에는 즉흥 감상으로 적은 물음표를 떠올려 볼 수 있었다는 것으로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볼까 합니다.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