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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죽이기THE BOOK를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8.05.23 15:31
조회
1,159

제목 : 책 죽이기THE BOOK, 2003

저자 : 조란 지브코비치

역자 : 유향란

출판 : 문이당

작성 : 2007.03.17.

“나는 좋아라. 책들의 양로원인 헌책방이.”

-즉흥 감상-

  꼭 대출해 읽고 싶으면 그 대기자 명단이 길어 보이는 책이 있곤 합니다. 대신 그러한 기다림의 시간을 이용해 먼저 다른 책들을 만나며 붉은색 표지의 이번 책을 들고 다니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군침을 흘리곤 했는데요. 결국 제 손에 들어온 책은, 흐음. 글쎄요. 처음에는 분명 자극적인 상상력을 발동시키시기에 재미있다 생각이 들었지만 중간부터는 뭔가 지겨운 느낌이 드는 것이……, 아무튼!! 마침표를 만나본 이번 책을 조금 소개해볼까 합니다.

  우선 책이 말하는 자신들의 참혹한 역사와 일상들에 대한 시작을 여는 ‘수난’, 책이 상주하게 되는 여러 장소와 그러한 각각의 자리에서 말하는 나름의 고통어린 푸념 ‘학살’, 책의 이질적인 판매방식에 그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한 ‘망신’, 책이 책임을 인정받기위한 과정이 설명되기 시작한 ‘임신’, 그리고 그 중에서도 뛰어난 책임을 인정받게 되는 과정이 담긴 ‘진통’, 다시 시간을 조금 앞으로 돌려 이번에는 책이 만들어지기 전, 작가와 편집자, 그리고 출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보여 지는 ‘착상’, 책이 제작되어 무한히 복제되는 이야기에서 밝혀지게 되는 출판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에서 인간복제에 대한 철학까지 가미된 ‘출산’, 새로운 매체로 인한 실질적 책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죽음’,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이해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 듯 보이는 삽화까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흐음. 분명 작품에 대한 설명에서는 ‘소설’이라고 되어있었지만 무슨 이론서적을 읽는 기분으로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특별한 줄거리도 없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한권의 책이 처음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며 책이라는 형태가 되기 위해 거치게 되는 절차와 결국 엄청난 양으로 복제되어 어떻게 팔리게 되고, 또한 그러한 책들의 시장유통 형태나 그러한 과정 속에서 책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장소에 대한 안내. 이어서는 인간의 삶이 발전함에 따라 책이라는 것이 어떻게 변화되는 등. 한편으로는 책에 빗대어진 사람에 대한 블랙유머를 보는 듯도 했습니다.

  사람이 책을 대하는 행위에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를 예를 들어 말하는 것이 재미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진통’편에 있었던 특별한 최고의 책이 탄생되는 과정에서 서양 종교의 지도자라고도 말해지는 교황이 선출되는 모습에 무슨 첩보영화를 첨가한 듯해 한참을 킬킬거릴 수 있었는데요. 그런 한편으로는 왜 책이 중간부분부터 재미가 없어졌을까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임신’편부터 ‘착상’편까지 이야기를 하는 주체가 갑자기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걸고 넘어가볼 수 있겠는데요. 시점의 변화와 그로인한 혼란에 대해서는 저도 어설픈 실력으로 글을 쓰며 지적을 많이 들어본 것인지라 특히나 민감하게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처음에는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님의 작품들 마냥 또 다른 시각에서의 세상보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점에서 그런 실망감을 가져버린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볼 수도 있었는데요. 다시금 이야기의 바통을 책이 받긴 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나 책이 이야기를 이어서 하는 것이나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책이라. 제 기록을 읽으시는 분들은 집에 얼마만큼의 책을 가지고 계시나요? 저는 도서관이나 관공서의 도서 대출코너를 어느 날 부터인가 이용하지 않게 되면서 책을 한두 권씩 사서 모은다는 것이 어느덧 500권을 넘어가면서 소장목록 리스트를 만들고 정리하는 것을 포기 해버리고 말았는데요. 특히나 헌책방을 알고 난 뒤부터는 그저 높은 빌딩마냥 책들이 싸여갈 뿐인지라 읽지 못해 구석에 잠들어 있는 책들이 많아짐에 그저 미안한 마음이 들고 있습니다.

  네? 그건 그렇다 치고 한번밖에 안 읽을 거면서 뭐 그렇게 책을 많이 사냐구요? 그런 질문에는 책을 한번만 읽으면 그걸로 끝나는 것인가에 대해 되물어보고 싶어집니다. 그렇기에 한권의 책이라도 여러 번 읽는 방법을 살짝 알려드리고자하니 메모할 준비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요즘은 영화를 원작으로 책이 만들어지는 ‘씨네 픽션Cine Fiction’들도 많이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영상작품들이 ‘소설’ 등의 책을 원작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처음 영화로 만난 작품도 원작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책으로 만나보고, 그렇게 다시 영화를 본 다음 차이점이나 헷갈리는 부분이 보이게 되면 재확인하는 경우가 있게 되는데요. 또한, 오랜 시간의 공백을 두고 리메이크하거나 이어지는 시리즈가 제작될 경우에 원작이 있다면 다시금 먼지를 털어 꺼내 읽곤 합니다. 그밖에도 분명 예전에 읽었지만 ‘감상에 대한 기록’이라는 것이 없을 경우 그것을 작성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꺼내 읽곤 하는데요. 책이라는 것이 읽을 때마다 다른 맛이 난다는 점에서 소장중인 책일 경우 최소한 2번 이상은 열어봤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뭐. 또 다른 방법으로 소장중인 도서에 대해 좋아하는 친구나 지인이 생길 경우 대여를 해주곤 하니 책으로서는 나름대로 행복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는군요.

  그나저나 이번 책을 읽으면서 특히 많이 생각한 것이 하나 있다면 ‘삽화’입니다. 뭔가 대충대충 그린 기분이 있었던지라 글씨로만 봤을 때는 재미있다가 삽화를 보는 순간 원작을 책으로 제작된 영화를 볼 때 마냥 상상력이 죽어버리는 기분이 들어버렸는데요. 처음부터 삽화를 신경 써서 많이 집어넣던지 아니면 아예 집어넣질 말던지, 거기에다가 초반과 후반에만 삽화가 보이고 중반에서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위에서 잠시 말한 ‘지겨움’까지 불러일으킨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 듯한 책의 일생에 대해 나름대로 재미있는 상상력을 보여주신 작가 분께는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가져볼까 하는군요.

  음? 그러고 보니 책의 원제목은 직역해서 ‘책The book’인데, 한국 번역본의 이름은 ‘책 죽이기’였군요? 그냥 ‘책’이라고 적기에는 너무 싱거운 기분이 들어서 나름대로 과격한 제목을 적은 것 일까나요? 아니면 책의 내용에 일부 얼굴 붉힐만한 표현이 있어 양서를 원하시는 부모님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을까나요? 책 전체로 책이 말하는 인생 비관론이 서술되긴 했지만, 그것은 전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비비꼬아 서술했을 뿐인데 가장 힘없이 보이는 마지막 이야기인 ‘죽음’이라는 소제목을 차용한 것은 뭔가 ‘아니다’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원제목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보이는 제목만 인식하는 생각보다 많은 독자 분들이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의 표지와 자극적인 제목만 보고 안 그래도 읽기 싫은 책을 학살하고 고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살 떨리는 내용을 기대하셨다가는 배신감마저 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는데요. 영화 일 경우 특히 그런 사례가 많았던지라 제목 선정에 있어서 출판사 관계자분들이 신경을 좀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거이거. 책 자체가 이미 부정적인 사고관이 잔뜩 묻어난 것이어서인지 감상기록 자체도 이게 싫네 저게 싫네 하는 식이 되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책이란 볼 때마다 그 맛이 다르며 읽는 사람에 따라서도 그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번 즘은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말씀드리며 기록을 마쳐볼까 합니다.

[첨가]

  책에 대한 현실적 상상력의 소설은 이번에 읽은 책을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개인 적으로는 앞서 읽은 적 있는 발터 뫼르스 님의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Die Stadt der Traumenden Bucher, 2004’를 더 추천해보는 바입니다. 그 책은 지극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으나 즉흥 감상으로 “이것은 작가와 책들의 이야기이다!!”라고 적을 정도였으니 할 말은 다 했을 것으로 판단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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