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66 서래귀검
작성
13.07.02 20:29
조회
2,996

제목: 경화연

작가: 이여진


1800년대 청나라 문인이 쓴 소설이다.


선계에서 꽃을 다스리는 백화선자가 서왕모의 연회에 갔다가 월궁 항아랑 시비가 붙는다. 하계의 황제가 명을 내려도 제철이 아닌 계절에는 꽃을 피우지 않고 정조를 지키겠다는 내기였다. 그런데 바둑을 두느라 하세월하던 참에 당나라 무측천 황제가 정원의 꽃에게 모두 피라고 명령을 내리고 꽃의 정령들은 모두 불태운다는 협박에 겁에 질려 꽃을 피우고 만다. 내기에 져 항아의 정원을 비질하느니 하계에 다시 태어나고 말겠소! 하며 백화선자와 그녀의 수하 백가지 꽃의 선녀들은 하계에 환생하게 된다.


한편 당오란 선비가 과거에 급제를 한다. 그런데 반역도당들과 어떻게 연관이 있어 관직을 얻지 못한다. 실의한 선비는 배타고 외국여행이나 하자며 친척 배를 얻어타고 해외로 나가게 된다. 그에게 해외로 나가 100가지 꽃을 모아오라고 부추기는 지나가던 승려가 있었다..그 말을 듣고 화분을 백개나 사가는 당오이지만, 사실 그 꽃은 진짜 꽃이 아니라 환생한 백화(百花)였으니...

--

당오가 나가는 해외는 철저히 ‘산해경’에 나오는 기기묘묘한 가상의 세계다. 군자만 사는 군자국, 겉마음 속마음이 다른 사람만 사는 양면군, 남녀의 역할이 바뀐 여아국, 불사신들만 사는 불사국 등등..배타고 다니면서 난새, 봉황, 기린 등 온갖 영수도 만나고 요괴들 만나며 서유기 같은 모험도 겪는다. 외국에서 겪는 것들은 풍자가 가득한데, 특히 여아군 에피소드가 재밌다. 번듯한 남자인 임지평(당오의 친척)이 여아국 황제의 마음에 들어 후궁에 들게 된다. 수염 성성난 궁녀들(여아국은 남녀가 바뀌어있다)이 임지평을 잡아다가 옷을 벗기고 귀를 뚫어 고리를 하고, 발에 ‘전족’을 한다. 힘이 장난아니게 쎄서 저항할 길이 없다! 오줌이 마려우니 요강에 싸라고 들이대고, 오줌을 누고 나니 여자처럼 천으로 ‘뒷처리’를 하라는데, 못하겠소! 하니까 궁녀가(다시 말하지만 남자다!) 직접 닦아준다 -.-..닦아 주는 와중에 ‘보소! 내것이 성을 내니 닦지 마시오!’ 하니까 ‘그럴수록 저는 더 닦고 싶어지는데요 -..-;;;’ 하며 궁녀가 닦아주는 장면이 특히 압도적(......) 황궁에서 궁녀끼리 밴대질 했다는 것을 비꼰 것이었을 까..


백화 얘기가 나왔을 때 백명의 여자를 하렘으로 들이는 막장 스토리를 기대했으나, 주인공 당오는 성인군자에 백화또래의 딸이 있어 백화를 수양딸로 들이지 아내로 삼진 않는다. 시대를 초월할뻔한 명작이었으나 작가의 알량한 유교적 양심때문에 묻히고 만 것이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안타까워..!


작가가 백화의 꽃 이름과 별호, 이름 등의 설정을 모두 짜내서 목록을 쭉 보여주는 장면도 왠지 압권! 그래서 더 안타깝다! 이렇게 자세하게 백명의 꽃같은 선녀들의 설정을 잡아냈으면 당연히 하렘 전개로 가야지! 아! 그랬으면 중국 4대기서가 5대기서가 됐을텐데 안타깝다.


검색해 보니 본래 200화라는 원대한 목표를 잡았으나 100화만에 끝났다는데 뻔한 것 아닌가. 하렘 전개로 갔으면 아마 작가도 후반부까지 힘을 내서 계속 이어갈 수 있었을테니...그저 안타까울 뿐..


-산해경 소재로 쓴 글을 읽고 싶으신 분. 중국 고전을 읽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린다. 번역은 굉장히, 진짜 엄청 잘된거 같다. 옛날 글인데 문장도 전혀 거리낌이 없고 주석도 정말 좋다.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9490 무협 <무명소> - 반전과 정교한 짜임, 중... +1 Lv.17 hy****** 20.06.16 523 2
29489 일반 연재중인 소설들 주관적 기준 1~3티어 분류... +3 Lv.44 나이슈우 20.06.13 1,132 2
29488 현대물 전생천마(현철) 이계 내가 가 봤는데 별거 ... Lv.44 모든숲 20.06.03 468 1
29487 SF 철수를 구하시오 안타깝습니다.. +9 Lv.73 아하즈 20.05.28 1,571 7
29486 현대물 악몽을 먹는 작가!!!잼 잼 Lv.55 [탈퇴계정] 20.05.21 334 0
29485 현대물 전생하고 보니 크툴루 감상 +5 Lv.37 Scarecro.. 20.04.25 899 3
29484 현대물 댓글 막아두는 작가님은 다 이유가 있네요... +8 Lv.58 kerin 20.04.24 2,502 9
29483 현대물 작가님, 솔직히 말해봐요. 이거 쓰려고 업... Lv.15 천강호 20.04.21 1,333 0
29482 감상요청 무적 투명 드래곤 감상 Lv.8 만년백작M 20.04.13 759 1
29481 SF [함장에서 제독까지] 수작이지만 명작은 아님 +2 Lv.40 모튼 20.04.09 563 9
29480 기타장르 근육조선 (1부) - 살다 살다 이런 소설은 ... +3 Lv.28 슈가트 20.04.01 1,019 2
29479 판타지 전지적 독자시점을 읽고 있는데 +1 Lv.23 나의천국 20.04.01 832 0
29478 판타지 집사의 자격이 없는 주인공 +1 Lv.62 봄녘 20.03.30 343 6
29477 판타지 신의 스탯 Lv.4 fl****** 20.03.13 296 2
29476 판타지 1억번째 희생자 Lv.5 ar****** 20.03.03 387 3
29475 무협 흑천의 칼이 울어 - 흙수저로 처지를 비관 ... +2 Lv.74 as******.. 20.01.06 1,516 4
29474 무협 [ 전혁 ]작가님이 복귀하셨습니다 - 천마성... +4 Lv.48 Highrisk 19.11.10 1,131 1
29473 퓨전 (현대판타지) 은둔형 마법사 추천합니다 +7 Lv.49 파란곰팡이 19.08.26 986 7
29472 판타지 이북 원령기갑 Lv.90 보은군자 19.07.09 739 0
29471 현대물 영화의 신 - 다좋은데 작가의 인성이 문제... +11 Lv.99 열혈혼 19.06.25 2,366 28
29470 퓨전 내가 미륵이니라 +1 Lv.99 어흥이라네 19.06.22 685 5
29469 현대물 이런 마왕님이라니! 날 가져요!!! +4 Lv.99 고철아주큰 19.04.26 1,390 4
29468 판타지 백작가의 망나니가 되었다 (★★★★☆) +4 Lv.7 밥집착공 19.04.19 1,863 2
29467 일반 공모전 읽을게 없다 +30 Lv.71 dl******.. 19.04.05 3,610 16
29466 무협 학사신공 흥미롭네요 +14 Lv.1 vl***** 19.03.04 2,544 5
29465 판타지 뫼신사냥꾼-윤현승식 동양설화 +8 Lv.5 元雲 19.02.14 1,095 2
29464 현대물 톱배우 매니지먼트 +5 Lv.53 나보코프 19.02.10 1,552 3
29463 무협 군림천하- 찬란했던 시작 추한 현재 +17 Lv.5 元雲 19.01.29 3,022 8
29462 무협 탈명검- 용대운 작품의 시작 +4 Lv.5 元雲 19.01.21 1,124 3
29461 무협 마검패검- 정제되지 않은 하지만 생생한 용... +2 Lv.5 元雲 19.01.18 769 1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