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권을 보고 난 후 진한 여운에 휩싸여 잠을 설치던 90년대의 신무협 소설은 신기루에 불과 했던가. 근래에 많은 수의 무협소설이 나왔지만 거의 대다수가 권수가 많아질 수록 흥미는 반감되고 완결에 다다르면 적지 않게 실망하게 된다. 아마도 통신무협이라는 것과 연관이 있으리라.
어제 도둑전설을 빌려왔다. 대여점주가 저번부터 한번 봐라고 권했던 것인데 제목에서 주는 통속적인 느낌이랄까 왠지 끌리지 않아 매번 망설였다. 만약 완결권이라는 말이 없었다면, 연휴가 아니었다면 이번에도 나중에라고 미루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만 밤을 새웠다. 나름대로 무협을 보았기에 진짜와 가짜는 구별한다고 여겼거늘 이 무협이 나를 여지없이 부끄럽게 했다. 뭐라고 해야 되나? 명작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그런 말보단 결코 만만한 무협이 아니다란 말을 하고 싶다. 치밀한 구성, 독특한 인물, 경이로운 설정, 나는 이런 류의 무협을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입에 발린 추천이 아니다. 무협을 이렇게 풀어낸 작가의 필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소설 속 인물에 동화되어 한 장면을 몇 번이고 되새겼다. 권을 더할수록 현실을 빗댄 것 같은 작가의 신랄한 비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특히 마지막 권에서의 그 장면 장면들은 내가 무협을 보는 한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여운이 남는 무협 소설이 부족한 현 시점에서 이런 류의 무협을 남긴 작가에게 새삼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이후론 아마도 이 작가를 다시금 보게 될것 같다.
소설 내용을 설명하지 않는 것은 추천이랍시고 괜히 떠들어댔다가 혹여나 나 이후에 읽는 사람에게 몰입을 깨뜨릴까 염려에서다. 이 무협 소설의 흠을 잡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평균 나이 30이상인 삼류인생들.
도둑, 사기꾼, 땡중. 바보,........
황금 꽃.
이불령.
니고드.
휴우... 그 참.... 경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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