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나네요.
고교 시절 때입니다.
아, 그때 참 풋풋했지.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생이 되니 돈 쓸 곳이 많아졌어요.
집에서 받는 용돈이야 뻔한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친구와 같이 찌라시 알바를 하기로 했어요.
초중 동창인 친구와 저는 고등학교가 달랐는데. 다행히 학교가 이웃이라 하교 때는 자주 같이 집가는 버스를 탔죠.
수업이 끝나고 정류장에서 친구와 만나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부동산 중개소에 갔어요.
제 기억으로는 부동산 명함을 두당 수백장을 몇묶음씩 받은거 같아요.
근처에는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 거길 목표로 꼭대기 층에서 뿌렸죠.
그런데.
친구 녀석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굳은 겁니다. 정면에는 우리 또래로 보이는 남녀 커플이 보였죠. 제 친구와 같은 학교 교복을 입은 평범한 학생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그 둘은 손을 잡은 채로 굳었죠.
웃긴건 제 친구 녀석 만큼이나 이 친구들도 굳었죠.
매우 당황한게 보일 정도로.
뭐지?
짧은 의문을 해소할 겨를도 없이 제 친구녀석이 얼굴이 빨개지더니 한쪽 골목으로 냅다 뛰기 시작한 겁니다.
친구가 사라진 방향을 잠시 어처구니 없이 바라 보다가 제 시선이 자연 두 남녀에게 갔는데. 여전히 당혹함 얼굴이 더욱 진해졌더군요.
맞습니다. 우리 셋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고. 우리의 연결자라고 볼 수도 있는 녀석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우리 셋은 서로를 어색하게 바라보며 계쏙 굳어있었습니다. 남녀가 민망한지 잡은 손을 슬며시 풀더군요.
그것을 계기로 저도 친구가 도망간 방향으로 도망갔습니다.
당시 기억으로는 얼굴도 모르는 또래가 굉장히 부끄러워 하면서도 당혹한 모습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그래서 도망가는게 최선이라고 여겼습니다.
친구를 잡아 어깨를 거칠게 떄리고 크게 화를 내며 따졌더니.
그 친구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반 친구 녀석인데. 쪽팔려서. 내 손에는 찌라시가 잔뜩 담긴 비닐봉투인데 그 놈 손에는... 여자 손이.”
“너 이 새끼... ㅜ..ㅜ”
전 친구에게 더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엉엉 나도 사귀고 싶다. 남녀공학인데 왜 나만.”
“일당 받은 걸로 오늘 한잔 할까?”
“그래 하자. 오늘은 마셔야 해. 00이도 불러서 빨자.”
그렇게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며 황혼이 지기 시작한 거리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전 그때 왜 도망갔을까요? 굳이 도망가야 했나?
그게 최선이었을까?
갑자기 옛 기억이 떠오르네요.
음 이게 왜 떠올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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