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측에서는 공모전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이라면서 여러 가지 제재를 하는 것 같긴 한데, 정작 조회수로 예선 심사하면서 특정 작품들이 조회수를 몰아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은 버젓이 진행하는 게 조금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체적으로 만회할 방식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진행한 걸로 봐선 공모시작 첫날 많은 편수를 올려서 (그에 더해 기존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인맥을 이용, 보다 재밌어 보이는 제목을 통해서, 뭐 어떤 식이든)
조회수를 한번 선점해버리면 바로 조회수 랭킹에 올라가고,
그 이후에 사람들은 하루에 올라오는 수많은 작품을 일일이 읽어볼 수 없으니 우선 랭킹 순위권에 있는 작품들을 읽게 되므로 조회수 빈부격차가 너무 심해져서
후발 주자가 뒤집기 거의 어려워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닐지요.
굳이 큰 상금을 내걸어 공모전을 여는 것은, 앞으로 독자를 끌 수 있는 정말 작품성 있는 글을 발견해 프로모션하면 문피아와 수상자 모두가 윈윈이 되기 때문일 텐데, 이런 방식으로는 정말 훌륭한 글을 발굴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저도 공모전에 올라온 글들을 계속 읽어보고 있는데 개중에 상당히 잘 썼다는 생각이 들던 작품이 현재 조회수 독점 상황에 낙담해서 다른 플랫폼으로 글을 옮겼더군요. (유명출판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가신 것 같네요.)
이미 프로로 데뷔한 인기 작가의 글들도 다소 발동이 늦게 걸리지만 후반부에 들어 굉장히 재밌어지는 글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글들이 문피아 공모전에 들어왔다면 초반부에 조회수를 얻지 못해 탈락해버렸으리란 생각이 드네요. (심지어 왕좌의 게임이었어도...) 뭐 웹소설의 특성을 반영해 쓰지 못한 작가의 잘못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요.
웹소설은 훨씬 빠르고, 가볍고, 자극적인 게 매체의 특성에 맞는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그런 것들‘만’ 있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정말 ‘소설’에 걸맞게 작품성, 문학성을 가진 글들도 발굴을 해내고 키워야 공모전으로서의 권위가 서고, 문피아 역시 앞으로 장르문학을 선도하고 장르문학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사이트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아닐지요.
권위 있는 매체인 조선일보도 판타지 소설 공모를 5회 만인가에 접은 이 시점에, 아마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장르문학 공모전을 문피아가 진행하고 있는 것이 정말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피아 공모전 수상작’ 타이틀을 단 작품들이 정말 훌륭해야 공모전이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겠지요.
저야 실력이 한참 모자라서 조회수가 모자라는 거라 생각은 하지만 작년 수상작들을 읽어본 입장에서 정말 작품성을 인정 받는 판타지인 <룬의 아이들>이나 <눈물을 마시는 새>와 같은 작품들에 필적할 만한 글들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애초에 평론가들도 환호할 만한 글이라는 게 몇 년에 한 번 나오는 게 정상이겠습니다만.)
정말 작품성이 뚜렷한데도 불구하고 판타지나 무협이라는 장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 되는 지금의 경향은 다소 자초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쉬운 감정이 섞여서 쓰다 보니 다소 장황해지기는 했는데 판타지라는 장르는 일반 문학의 한계를 깨뜨리고, 확장해줄 가능성을 가진 아주 훌륭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거의 가벼운 오락으로만 전락해버린 게 조금 슬프네요. (물론 오락성이 아주 탁월한 작품도 필요합니다만)
이제 공모전들도 많이 사라진 상황에서 문피아가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이번 공모전에서 정말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발굴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예전에 판타지 문학 전성기가 돌아왔으면도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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