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오늘 문득 떠오른 이야기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
16.10.16 02:03
조회
1,632

미쳐버린 여신이 바닥에 주저앉은채 사타구니에서 끊임없이 신혈을 흘려보내는 세계가 있습니다. 그 세계의 대지는 저주 받았고 여신의 신혈은 마치 이집트의 나일강처럼 그 대지를 가로지르며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로 흘러갑니다. 인간은 저주 받은 대지에서 살아갈 수 없기에 여신의 신혈 위에 거대한 배를 띄워서 도시를 이룹니다. 정확히는, 여신의 신혈이 강이라 한다면 그 강의 정확히 중류에서만 거주합니다. 그 중류에서 하류로 떠내려간다면 점점 더 세계가 저주에 비틀려가고 상류로 거슬러올라가면 여신의 광기에 물들어갑니다. 그래서 그곳의 사람들은 언제나 극심한 두려움에 시달리며 최대한 제자리에 머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런 세계에 아주 기이한 배가 한 척 있습니다. 그 배는 모든 도시들의 추방자가 모인 곳으로 나병환자와 미치광이들을 모아 선원으로 삼는 곳입니다. 그 배는 항해라는 것에 조금의 두려움도 가지지 않은채 도시들을 자유로이 오가고 그 배가 올 때마다 도시들은 온갖 문젯거리들을 다 그 배에 쏟아버립니다. 그러면 그렇게 미치광이들을 가득 실은채 그 배는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갑니다. 그 배는 각 도시가 서로와 교류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무역의 수단이지만 사람들은 그 배를 언제나 불결한 것 처럼 꺼림찍하게 대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젊은 부호가 습격을 당합니다. 그 부호는 짤막한 세월에 사업을 크게 벌여 자수성가한 사람인데, 도시의 사람들은 그 부호를 언제나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가난한 자이던 부유한 자이던 기존의 질서가 변화하는걸 싫어했고 부호는 바로 그 변화를 불러왔으니까요. 그래서 시의회의 암묵적인 동의아래 부호의 부를 탐낸 친척들이 부호를 습격해 납치했고, 사제를 불러 그 부호를 미치광이라 정식으로 인가 받은 다음 기이한 배로 추방을 시켰습니다. 


그 후에는 그 부호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 부호는 자기가 타고 있는 미치광이들의 배가 다른 어디도 아니라 바로 여신이 신혈을 흘리는 상류를 향해 항해한다는걸 발견하게 되고, 그 후 여신을 향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기괴하게 세상이 미쳐돌아가기 시작하는거죠. 마치 세계의 물리법칙 그 자체가 광소를 내지르듯 도저히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한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그 속에서 부호는 점점 광기에 잠식되어갑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현실과 망상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게 된 채로 미쳐 날뛰는 강바닥을 향해 잠수하고 다시 표면으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호가 아예 존재한 적도 없다는듯 미치광이들의 배는 다시 상류를 향해 항해를 계속합니다.


걍 이런 이야기가 문득 떠올라서 함 끄적여봤습니다.


Comment ' 7

  • 작성자
    Lv.35 연람
    작성일
    16.10.16 04:41
    No. 1

    재밌네요 대세에 맞지 않아서 그렇지, 소재로써는 재밌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9 미르네
    작성일
    16.10.16 11:00
    No. 2

    워 재밌게 봤습니다. 그야말로 암울 그 자체의 세계네요. 혹시 이거 연재 혹은 출판된 글이면 제목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6.10.16 16:45
    No. 3

    워록사가와 고딕 호러에서 영감을 받긴 했는데 글 자체는 쓰지 않았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연참부탁
    작성일
    16.10.16 19:14
    No. 4

    단순히소재만으로라도재밌네요.
    부디글을완성된상태에서보고싶습니다.
    배가가라앉고새로생긴다는부분은소름끼치고놀랍기까지하니,만약쓰신다면정말명작이나타날것같네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연참부탁
    작성일
    16.10.16 19:25
    No. 5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이소재를한번다뤄도될까요?
    습작용으로 적당하게짧고도움도굉장히많이될것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6.10.16 23:42
    No. 6

    네 ㅇㅇ 출처만 언급해주시면 전 ㄱㅊ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6.10.16 23:47
    No. 7

    아 근데 원래는 그 부호가 강바닥으로 뛰어들고 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계속 항해를 이어간다는거였는데, 님 버젼이 더 재밌는거 같네요. 그거로 바꾸는게 더 재밌을듯.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32748 삼국지 쎠보려는데 힘드네요 +4 Lv.50 초용운 16.10.16 1,581
232747 세계적 작가들이 전하는 글쓰기 조언 41개*^^* +7 Lv.28 검고양이 16.10.16 1,977
232746 요즘엔 마신같은 무쌍물은 안나오나요?? +3 Lv.42 임떼굴 16.10.16 1,325
232745 새벽에 뻘짓임당. (귀테러 주의) +6 Personacon 르웨느 16.10.16 1,502
» 오늘 문득 떠오른 이야기 +7 Lv.96 강림주의 16.10.16 1,633
232743 UFC, 맥그리거 말하는대로...‘시빌워’ 발발? +4 Personacon 윈드윙 16.10.16 1,499
232742 옆동네와 이동네의 사이트 에러 비교 +2 Lv.85 고락JS 16.10.16 1,727
232741 롤 토크온하면서 칼바람하실분? +5 Personacon 히나(NEW) 16.10.15 1,670
232740 유해진 '럭키' 보신 분 평가 부탁요~볼까 말까 망설이는... +13 Lv.45 야웅이 16.10.15 1,864
232739 문피아 앱 질문입니다. +2 Lv.99 흑마인형 16.10.15 1,516
232738 룬의 아이들 살까요? +12 Lv.27 ha*** 16.10.15 1,761
232737 이런 글 소개 바람니다 +8 Lv.99 온밝누리한 16.10.15 1,701
232736 벨포트 눕힌 무사시의 '진짜 매력' +2 Personacon 윈드윙 16.10.15 1,834
232735 머리쓰는 소설추천좀요 +3 Lv.32 이물질 16.10.14 1,909
232734 삼국지에 대한 단상(斷想) +6 Lv.37 악중선 16.10.14 1,922
232733 후... 무협 용어 설명해주는데 갑갑하네요 +19 Lv.44 키르슈 16.10.14 2,282
232732 무협에서의 호칭 정리 +12 Lv.61 손님온다 16.10.14 2,521
232731 요즘 북어 콩나물국에 빠져서... +6 Lv.24 약관준수 16.10.14 1,932
232730 광고창 땜시 애먹으신분들께 +2 Lv.99 온밝누리한 16.10.14 3,326
232729 우루과이 소고기 만원어치를 샀습니다. +1 Lv.24 약관준수 16.10.14 2,215
232728 글이 내 자식 같은 느낌? +3 Lv.60 카힌 16.10.14 1,503
232727 컨테이너가 더럽게 덥네요. +9 Lv.55 짱구반바지 16.10.14 1,813
232726 아주 무서운 기사를 받습니다 +5 Lv.63 가출마녀 16.10.14 1,775
232725 물탱크 모터소음, 정말 심각하네요. +5 Lv.80 포기김치 16.10.14 1,808
232724 바이러스가 걱정이세요? +6 Lv.24 약관준수 16.10.14 1,388
232723 색감 고자. +4 Personacon 르웨느 16.10.14 1,316
232722 오늘 법원 증인 출석 하구 왔슴다 +9 Lv.83 형이보거든 16.10.13 1,698
232721 이 중에 표절인 것은 뭘까요? +5 Lv.1 sk*** 16.10.13 1,671
232720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네요. +13 Personacon 양사(樣師) 16.10.13 1,562
232719 감상란이 있었던거 같은데 모바일에선 안보이네욤? +3 Personacon 히나(NEW) 16.10.13 1,448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